(이진우의 FX칼럼)달러매수전에 확인할 사항

  • 등록 2002-09-13 오후 2:07:36

    수정 2002-09-13 오후 2:07:36

[이진우 칼럼니스트] 서울 외환시장이 1200원을 중심으로 한 박스권 장세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평소 레인지 장세에서 강하다는 평을 받는 몇몇 시중은행이 다시 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추석 이전에는 환율의 급등도 급락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필자의 경우만 하더라도 8월 마지막 주간에는 롱마인드로, 9월 첫 주에는 숏마인드로 시장을 지켜보았는데, 이도 저도 신통치 않은 장세가 이어지다 보니 지금은 “모르겠다” 상태에서 관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방향은 안 보이지만 그래도 거래의 기준으로 삼을 요인이 무엇인지는 드러나길래 한 번 정리해 봅니다.

◆ 시장심리는 아직 팽팽한 대치상태
지난 수요일 업체에서 외환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 나가 몇몇 분들과 대화하며 알게 된 사실은 무척 흥미로웠다. 항상 달러를 매수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 기업에 계신 분들은“환율이 조만간 위로 크게 한 번 튈 것 같다.”는 생각을, 팔아야 할 달러가 더 많은 기업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결국 다시 환율이 빠지지 않겠느냐”는 생각들을 갖고 있었다.

IMF 외환위기 시절 800~900 원대에서 순식간에 1900원대까지 치솟는 환율을 경험하고 2000년11월 하순부터 2001년4월초까지 또 1140원의 환율이 1365원까지 날아가던 환율을 경험했으니 수입업체의 CEO나 외환담당자는 조금만 환율이 튀는 모습을 보여도 긴장할 것임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1900원대까지 올라섰던 소위 IMF 환율은 이후 1100원대까지 꾸준히 밀려났고 금년만 하더라도 석 달 열흘 만에 1332원에서 1164원까지 환율이 수직낙하할 수 있음을 확인한 수출업체로서는 언제 다시 급락세로 돌아설지 모를 환율이라는 인식 하에 1200원 이상에서는 보유달러를 팔고 싶어 할 만하다는 것도 이해가 간다. 거기에다 환율 급등기에 트레이딩을 시작했거나 큰 돈을 벌었던 사람과 반대의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은 똑 같은 장세와 차트를 보면서도 “이건 위로 가기 위한 준비단계다.”라는 생각과 “이런 식이라면 위로 더 갈 수는 없다.”는 식의 상반된 뷰를 갖기 마련이다.

시장은 경제학 교과서의 이론이 항상 통하는 곳도 아니고 같은 재료가 항상 동일한 시장의 반응을 불러 일으킨다는 보장도 없다. 미국이 기어이 이라크를 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정말 달러는 약세를 보일 것인가? FRB(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여기에서 추가적으로 인하하면 과연 뉴욕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고 달러도 상승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인가? 솔직히 아무도 자신있게 답할 수 없다. 그 때 가서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말이다.

◆ 달러 롱 이전에 살펴야 할 대목

(USD/KRW Daily Chart) (차트 인용 : Telerate)


최근 달러/엔 환율의 120엔대를 회복하는 강세로 인해 원화도 1200원대를 들락거리고 있다. 이라크 지역에 전운이 감돌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어 정유사들의 달러 매수세에 관심을 가질 만한 시점이기도 하다. 거기에다 뉴욕증시가 9.11 테러 1주년을 조용히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미덥지 못한 경제지표와 전쟁 및 추가테러의 발생 가능성 같은“불확실성의 상존”이라는 악재에 짓눌려 다시 급락세를 보이는 것이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 그래서 달러매수에 나서 보지만 달러/엔 환율이 120엔 후반대로 올라서도 1205원을 잘 올라서지 못하고 밤 사이 해외변수로 인해 개장 시점 갭 업(Gap-up) 장세로 시작해도 집에 갈 무렵에는 그 갭이 다 채워지곤 해 별 재미가 없다.

그래서 자신있게 달러 롱으로 나서기 전에 확인할 사항으로는 위 차트에서 흰색 우상향으로 나타나는 단기상승 추세선 위쪽으로의 재진입 여부이다. 지난 7월 22일 기록한 연중저점 1164원에서 시작하여 일봉상의 저점끼리 연결한 상승추세선이 아래로 깨진 날이 9월 3일이었다. 이후 1190원에서 다시 튀어 오른 환율이 1205원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최근 2주 간의 장세인데, 이것저것 따져봐야 답도 안 나오는 시장에서 달러 매수로 승부를 걸려면 위 상승추세선의 상향돌파가 확인되어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1190원 이후의 환율 상승세가 끌어당김 현상(추세선이 돌파된 후 가격이 회귀본능에 힘입어 원래의 추세선을 향해 되돌아가려는 시도)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한 차례 깨어진 선 위로의 복귀”가 확인되기 전에는 무리한 추격매수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작금의 좁은 박스권 장세가 어디로든 열리는 상황이 펼쳐진다면 일간 차트상으로 짐작할 수 있는 향후 타겟은 위쪽으로 1230원(120일 이동평균 레벨이자 달러/엔의 주요 저항선 123엔과 일치하는 레벨), 아래쪽으로는 1190원이 무너진다고 가정했을 때 전저점인 1164원 근처까지가 보인다.

100엔 당 1020원 수준까지 치솟던 엔/원 환율이 다시 1000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서울 외환시장이 달러/엔의 상승세보다는 하락세에 민감한 장세로 변화 중이라 할 수 있는데(추석 전 네고물량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과 한국과 일본의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원화의 엔화대비 약세가 지속되기에는 힘들다는 점도 작용), 어차피 엔화의 등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달러/원 시장이라면 이 대목에서 엔화 차트도 살펴봐야 하겠다.

(USD/JPY Weekly Chart) (차트 인용 : Telerate)


주간 차트로 크게 살펴 본 달러/엔 움직임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째, 135엔대에서 시작된 달러 하락추세가 마무리 되었다고 보기에는 충격파동이 하나 모자라는 듯한 느낌이다. 즉 115엔대 중반을 바닥으로 삼아 올라서고 있는 최근 달러 회복세는 조정 4파에 해당하는 기술적 반등일 가능성이 농후하고 20MA와 전고점이 일치하는 121.20 레벨의 돌파가 확인되어야 123엔이나 124엔까지의 달러 추가상승이 가능하다.(묘하게도 서울에서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1212원과 121.20엔이 엔/원 1000원을 기준으로 하여 일치하고 있다)

둘째, 패턴을 살펴보면 115엔대 바닥확인 이후의 달러 회복세는 추세전환이라고 보기에 미진하다. 상승삼각형 혹은 쐐기형의 패턴을 형성하는 중인데, 최근 118~121엔의 박스권 장세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과 함께 이 레벨들이 위로 열리거나 아래로 깨질 때 한 차례 큰 등락이 수반될 가능성이 공존한다.

◆ 그 외 막연히 떠오르는 생각들
다음 사항들은 독자 여러분들께서 판단해 보시길 바란다.

어제(9월 1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콜금리를 현행 연 4.25%에서 동결하였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나 불안한 물가수준을 감안하면 일찌감치 콜 금리를 추가인상해야 했으나 증시나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동결은 한다, 그러나 물가는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행의 입장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는데, 물가가 걱정되는 상황에서 환율은 그럼 어디로 가기를 통화당국에서는 내심 바라고 있을까.

어제 모 통신사는 HSBC의 외환전략가인 마크 오스틴이 “달러가 특히 미국이 위기의 초점이 되고있는 국가라는 점에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입지를 상실하고 있다. 폭락이야 하지 않겠지만 무역가중치 기준으로 달러가 추가로 10% 하락해 1999년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한 사실을 보도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HSBC의 환율전망을 신뢰하는 편이다. 그 동안 시장을 잘 보아 왔고 그 예측이 크게 빗나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전쟁과 추가테러 얘기는 이제 지긋지긋하다. 세계 금융시장이 부시 행정부의 공갈과 협박(?)에 1년 넘게 발목이 잡혀있다. 경제 주체들이 의욕에 찬 투자행위나 기업경영을 해 나가기에는 세계 최강국 지도자가 조성하는 공포 분위기가 아직은 너무 무겁다. 차라리 전쟁을 하려면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다. 막연한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것은 정말 지겹다.

환율안정……그다지 나쁠 것 없다. 아래로 더 빠져봐야 얼마를 더 빠지겠으며 위로 튀어봐야 어디까지 갈 수 있겠는가. 금년 남은 기간에는 환율로 인한 고민에서라도 해방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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