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수의 월가 키워드)Soft Money

  • 등록 2004-02-13 오후 12:52:16

    수정 2004-02-13 오후 12:52:16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미국 정가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로 떠들썩하다. 공화당은 조시 W 부시 현 대통령이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에 조용한 편이지만, `적`이 실체를 드러내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태세다. 미국 대통령 선거만큼 복잡한 선거제도도 없다. 선거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만나서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대선 예비선거를 지켜본 입장에서 미국의 선거제도를 요약한다면 이렇다. 첫째, 연방정부의 대통령을 뽑는 것이지만, 지역성이 예상외로 강하다. 둘째, 돈이 없으면 정치를 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정권의 향방은 돈의 향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월가도 민주당 경선의 틀이 잡혀감에 따라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지역성과 돈이라는 잣대로 미국 대선을 보면 복잡한 선거제도의 일면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선거를 위한, 선거에 의한, 선거의 정치 미국은 민주당(Democratic Party)과 공화당(Republican Party) 양당 구조가 확립돼 있다. 무소속 정치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 민주당원은 웬만하면 대를 이어 민주당원이고, 할아버지가 공화당원이면 손자도 공화당원이다. 미국에서 정치를 한다는 것은 당내에서, 당밖에서 끝임없이 선거에 출마하고, 선거운동을 하고, 선거에서 이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만약 정치 지망생이라면 우선 당원들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정치에 입문할 수 있다. 지역구마다 규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당원의 3~5% 추천을 받아 당위원회에 제출해야 선거에 나갈 수 있다. 그 선거가 지방의원을 뽑는 것이건, 시장을 뽑는 선거이건, 당원 추천이 필수다. 정치 신인은 자신이 주장하는 정견이나 이슈를 당위원회에 제출하고, 이를 당간부들에게 설명한다. 지역구에서는 이런 후보군을 대상으로 경선을 벌이고, 최종 후보를 뽑는다. 당내 경선에서 이긴 후보는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을 한다. 규모에서 차이가 있지만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다. 각 당의 대선 주자들은 주, 지역구 등에서 후보로 지명받기 위해 예비선거를 치른다. 예비선거는 핵심 당원이 참여하는 코커스(Caucus)와 당원 및 무당적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프라이머리(Primary)로 나뉜다. 코커스 규정은 주별로, 지역구별로 다르다. 아이오와 코커스의 경우는 임원급들이 참여하고, 메인주는 당원이면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미국 선거가 지방성이 강하다는 것은 바로 이점 때문이다. 지방마다 자당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지역구의 전통과 특성에 맞게 선거제도가 개별적으로 발달했다. 더구나 코커스 규정은 선거때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지역위원회의 임원들이 이번 선거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후보를 뽑자고 하면 그것이 그 해의 코커스 방식이 된다. 코커스에서는 당임원(대의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 경선후보에 대해 선전하고, 지지를 부탁한다. 당임원들은 경선후보와의 관계, 정책, 인물, 재력 등을 소개하며 선거 운동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당원들은 경선후보 개인뿐아니라 당임원(대의원)에 대한 평가도 동시에 하게 된다. 연방정부의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후보를 뽑는 것이지만, 지역의 대의원, 당임원들도 함께 신임을 묻는 것이다. 따라서 경선 후보들도 우수한 대의원, 당임원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에 충분한 정지 작업을 해야한다. 경선 후보들은 대의원을 자신의 지지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시간과 자금을 사용하게 된다. 프라이머리도 코커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치뤄지지만 참가 자격이 좀 더 넓다는 차이가 있다. 뉴욕주의 경우는 당원에 한해 참여할 수 있는 Close Primary다. 뉴저지주의 경우는 무당적자도 경선 후보를 뽑을 수 있는 Open Primary다. 경선 후보들은 연방 상하원 의원이나 지구당 간부 등 당연직 대의원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동시에 자신을 지지하는 대의원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코커스와 프라이머리에서 당원들은 경선 후보와 경선 후보가 지명한 대의원들에게 동시에 투표한다. 자신이 지명한 대의원들이 일정 수준(뉴욕주의 경우 15%)이상 지지를 받아야만 그 표가 유효표로 인정 받고, 자신이 받은 지지표와 합쳐서 지지율에 비례해서 대의원을 확보한다. 경선 후보는 지역에 기반한 대의원과 함께 평가받기 때문에 방대한 조직력과 정치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 조직력과 정치력은 곧 선거자금과 비례한다. 미국의 선거는 실질적으로는 금권선거인 셈이다. ◇우리 대통령 대통령 선거 본선은 민주, 공화 각 당의 예비선거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승자가 해당 주에 배정된 대통령 선거인단(대의원) 전체를 독식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11월 첫째 화요일에 실시된다. 선거일 29일전까지 해당 지역구에 등록된 유권자라면 누구나 투표를 할 수 있다. 내가 민주당원이지만, 공화당원 후보가 마음에 들면 공화당원 후보를 찍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실제로 미국 유권자의 당적을 조사해보면 민주당원이 공화당원보다 많다고 한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민주당 출신 대통령은 카터와 클린턴 2명인데 반해 공화당 출신 대통령은 레이건, 부시 부자 등 3명으로 민주당보다 앞선다. 각 주별로 다수 득표자가 그 주의 대의원을 모두 가져간다. 단 한표라도 많으면 전체 대의원을 확보하기 때문에 지난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앨 고어 후보가 유권자 지지를 더 많이 받았지만, 부시 현 대통령에게 패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미국이 이처럼 비합리적(?)인 것 같은 대통령 선거제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앞서 설명한 지방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비후보를 결정할 때도 나타나듯이 대통령 후보는 지역의 대의원과 동시에 평가 받는다. 연방정부라는 큰 그림과 지역라는 작은 그림이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다. 유권자 개개인이 선택한 대통령 후보는 `지역의 이해 또는 지역의 지지`와 연결돼 있다. 특정 주에서 특정 후보를 선택했다는 것은 "우리 주에서는 A후보를 대통령으로 추대한다"는 의미가 되므로 대의원 전체를 A후보에게 밀어주는 것이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라는 개념만큼이나 "우리 주, 우리 커뮤니티, 우리 집안이 추대한 대통령"이라는 개념도 강하다. 연방정부를 이끄는 대통령조차도 "우리가 속한 커뮤니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Soft Money, Hard Money 대통령 후보들도 선거전에서는 미국이라는 국가 전체의 비전을 제시하지만, 각 지역에 맞는 선거전략을 쓸 수 밖에 없다. 예를들어 진보적인 성향의 후보라고 하더라도 미국 남부 지역 표를 의식, 다소 보수적인 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식이다. 대통령 후보들은 지역 기반이 튼튼한 선거 진용을 짜야한다. 이들의 입김이 선거 전략 수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직을 굴리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결국 누가 더 많은 선거자금을 끌어모았느냐가 선거 판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된다. 미국의 정치인, 정치집단이 각종 선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의 종류는 Hard Money, Soft Money, Levin Funds 등 크게 3가지다. Hard Money는 연방법에 의해 규정되는 자금으로, 자금의 모집, 사용처 등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Soft Money는 연방법의 제한을 받지 않는 돈으로 Hard Money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약하다. Soft Money는 주법에 의해 제한 받는 경우가 있다. Levin Funds는 주, 지역, 지방의 당위원회를 통해 모금되는 것으로 특정 연방선거에만 사용될 수 있다. 유권자 등록 등 일반적인 선거 비용으로 쓰인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의 쟁점 중 하나가 바로 `Soft Money 금지`다. 미국의 주요 정치인들은 지금까지 각종 이익집단으로부터 거액의 Soft Money를 받아 정치자금으로 활용해왔다. Soft Money는 용처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상대당, 정적의 비리를 들춰내거나, 네거티브 캠페인을 하는데 주로 사용됐다. 이른바 `get out of vote(GOV)`에 악용된 것. 연방법의 규정을 받는 Hard Money는 이런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Soft Money 사용을 금지하는 `McCain-Feingold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공화당의 존 맥케인 아리조나주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러스 페인골드 위스콘신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이다. 통상 보수 상류층의 지지를 받는 공화당은 거액의 정치 기부금을 받기 때문에 이익집단의 Soft Money 의존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민주당은 노조 등으로부터 거액의 Soft Money를 받아 정치 자금으로 활용해 왔다. 이 때문에 Soft Money 금지는 민주당에 불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법안이 민주, 공화 상원의원에 의해 공동 발의됐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실제로 Soft Money는 기존 법률에서도 연방선거에 사용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1907년이후 기업의 정치 기부금은 연방선거에 사용될 수 없다. 1947년이후 노조의 자금은 연방선거에 사용될 수 없다. 1974년이후 개인의 기부금이 1000달러가 넘거나, 정당에 대한 기부금이 2만달러가 넘을 경우 연방선거 자금으로 쓸 수 없다. 이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기업과 노조, 개인 재력가들이 Soft Money라는 명목으로 선거를 지원해왔다. 이는 미국의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Soft Money는 정당 지원금의 형식으로 정치권에 유입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연방 선거와는 무관한 것처럼 돼 있다. Soft Money는 이익집단의 이해가 정책에 직접 반영될 소지를 안고 있고, 부패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정치개혁 대상 1호`로 지목돼 왔다. Soft Money는 1992년 선거에서는 860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것이 1996년에는 2억6000만달러로 급증했고, 2000년 선거에서는 무려 7억5000만달러가 됐다. Soft Money를 이대로 둬서는 미국 정치가 명실상부 금권정이 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증폭했고, 결국 Soft Money 금지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그렇다면 Soft Money라는 자금줄이 막힌 민주당과 공화당은 어떤 돌파구를 찾아냈을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미국 선거제도는 승리하기 위해서 막대한 정치자금을 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치권은 Soft Money에 접근하기 위해 `비영리 정치단체`를 생각해냈다. 우리식으로 얘기하면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연합` 류의 위성 정치 조직을 만들어낸 것이다. 민주, 공화 양당은 자신들이 직접 Soft Money를 모금할 수 없게 되자, 측근 정치인사를 동원해 정치단체를 만들었고, 이 단체를 통해 이익단체로부터 무제한적으로 Soft Money를 모금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인 공화당의 `Progress for America(PFA)`라는 단체다.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토니 피더는 2000년 대선 당시 부시 진영의 선거참모였고, 부시의 일급 선거 참모인 칼 르보와도 가깝다. 피더는 한 인터뷰에서 "PFA는 부시의 정치적 이념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PFA에는 그러나 공화당의 전현직 핵심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공화당의 전위조직이다. PFA의 대변인은 레이건 행정부에 참여했던 켄 아델만이고, 부시의 정치 참모인 칼 르보, 케네스 멜만 등도 PFA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PFA는 벌써 수백만달러의 Soft Money를 모금,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측면 지원할 준비를 마쳤다.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더욱 열심이다. Soft Money가 자신들의 주된 자금원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Soft Money 금지법안이 통과된 후 십여개의 정치단체들이 생겨났다.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 해롤드 아이크, 더그 소스닉, 존 포데스타 등 전현직 민주당 인사들이 Soft Money를 노리고 외곽 정치단체를 만들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돈의 측면에서 보면 "누가 더 많은 선거 자금을 모았나"로 판가름난다. 돈이 많은 선거 진영은 우수한 지지자들을 모을 수 있고, 상대편을 헐뜯는 네커티브 TV 광고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느냐의 문제가 있지만, 권력을 향한 정치인들의 집념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비슷하다. 일단 정권을 잡고나면 "부정 자금이 상대방보다 10분의 1 미만"이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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