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에)정몽준 회장 뭐하시나

  • 등록 2005-06-17 오후 4:19:59

    수정 2005-06-17 오후 4:19:59

[edaily 문주용 경제부장] `나라는 우리가 만든다`고 정치인들이 폼을 잡지만 실제론 정치가 그리 생산적이지 않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정치는 어떨 땐 너무 진지하고 어떨 땐 아주 멍청하기 때문일까. 최근 노무현대통령이 한일정상회담 개최여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말했었다. 공개 자체가 결례인데도 이를 털어놓은 걸 보면 노 대통령의 고민의 깊이를 헤아릴 만하다. 노 대통령의 고민에서 한일 관계에 관한 한 정치가 너무 진지하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명분에 묶인 노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가 이렇게 진지해선, 문제를 풀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다. 우리도 명분을 양보 못할 것이고, 일본 역시 고이즈미 총리 스타일로는 고개숙이지 않을 것 같다. 정치가 너무 진지해서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을 때, 힘을 빼고 머리를 식히며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딴짓을 해보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정치대신 할수 있는 딴짓거리가 뭣이 있을까. 정식외교 대신 할 수 있는 딴짓거리 말이다. 요즘 같아선 축구다. 지금 한국은 축구로 들떠있다. 천재 골잡이 `박주영`의 탄생을 자축하는데 정신 없고, 그의 활약, 그가 쓰는 한국축구의 새역사를 지켜보느라 신이 날대로 났다. 청소년 축구는 물론이고 성인 축구대표팀도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6회연속 본선 진출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축구에 대한 관심도 높고, 본선 진출도 했으니 두 나라 다 `축구`에 열광하고 있다. 두나라 국가대표팀 모두 긴장된 마음을 풀고 느긋해졌다.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친선 경기를 펼칠 타이밍이 된 듯 싶은데도 지금은 조용하기만 하다. 양 국가, 국민이 자존심을 세우고 있을때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축구`대결이 더 감정을 격앙시킬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지난 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일본총리간의 한일파트너십 선언 때를 상기해 보자. 그보다 3년전인 95년 10월 "일본이 식민지 지배시절 한국에 좋은 일을 많이 했다"는 일본 각료의 망언에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발언, 한일관계에 냉각기가 왔다. 이후 2년뒤 한국은 IMF위기를 겪게 되자, 일본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일본은 외면했고 양국관계는 악화일로를 치달았다. 당시 문화교류마저 활발하지 않았던 탓에 국민들간에도 냉랭했다. 그러던 때 국민의 정부가 들어섰다. 이어 오부치 총리가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구한다"고 했고, 김대중 대통령이 수용했다. 한일 파트너십 선언이 이때 나왔다. 파트너십 선언의 일환으로 한일 국가대표 축구정기전도 열렸다. 처음엔 일본에 대한 반감이 상당했다. 시합전부터 외교대리전 양상으로까지 비쳐졌고 언론들은 `무슨 대첩이니` 하는 말로 국민들의 대결감정을 자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축구정기전이 거듭될수록 국민들의 감정은 풀려갔다. 파트너십이 자리를 잡아갔다. 축구 뿐아니라 문화 전반에서 교류가 확대되어 갔다. 양국민은 반감 대신 친근감으로 동반자관계를 만들어갔다. 이런 바탕이 후일 한일 월드컵 유치과정, 개최기간 동안 경쟁속에서도 대립하지 않고, 선린우호관계를 다지는데 도움이 됐다고 할수 있다. 물론 지금 양국 관계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정치적으로 양국관계가 원점으로 돌아갔을 뿐, 국민들간의 신뢰는 쉽게 허물어지지 않고 있다. 축구외에 다른 문화 교류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만한 폭발력은 없지 않을까. 그래서 요즘 정몽준 축구협회장은 무슨 생각을 하나 궁금하다. 축구 시합때나, 국가대표들의 귀국때 언론에 얼굴을 드러내는데, 정작 `스포츠외교`에 대한 활동은 확 줄여버린 것같다. 정 회장도 정치인이라 너무 진지한 탓인가. 20일 한일 정상회담이 간신히 열린다. 최악의 관계인 만큼 만나야하는 두 정상의 마음은 한없이 무거울 것이다. 이를 땐 애둘러 가는 것도 방법이다. 독도 문제에는 대꾸도 않기로 했다하니, 스포츠외교, 대규모 대중문화 교류 추진을 논의하는 것은 어떨까. 이를 통해 양국이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자꾸 상처를 줘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 느끼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양국민들이 상대방으로부터 선린우애를 다시 느낀다면, 극우 정치인들의 설자리는 그만큼 좁아지는게 아닌가. 어렵게 만나는 자리인데, 한가한 논의를 할때냐고 힐난할 사람도 있겠다. 그렇지만 진지하게 얘기하다보면 한치 앞도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 노무현과 고이즈미 두 정상 모두 진지한 스타일이다. 때문에 이번에는 작심하고, 애둘러가는 방법을 논의해봤으면 한다. 그런 스포츠, 문화교류 확대가 논의된다면 그 다음 정몽준 회장이 나서서 스포츠외교를 구체화시켰으면 좋겠다. 월드컵 4강진출 3주년이 되기도 해서 해보는 생각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아이언맨 출동!
  • 불 붙은 北 오물풍선
  • 아스팔트서 왜?
  • 한혜진 시계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