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출신 CEO 단 한명…낙하산에 멍드는 ‘KAI’

방산업계·카이 직원 “예견된 일…일할맛 안나”
역대 CEO 중 내부출신은 5대 사장뿐
국책은행이 최대주주 정부입김 영향 구조
방산산업 특수성 고려, 수장 내정해야
  • 등록 2019-07-26 오전 9:15:13

    수정 2019-07-26 오전 10:39:26

지난 7월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에서 열린 소형무장헬기(LAH) 시제 1호기 초도비행 행사에 참석한 김조원 KAI 사장이 기념사를 하는 모습(사진=KAI).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예견했던 일이다.” 민정수석 후임에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내정된 데 대한 카이 내부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김조원 사장은 취임 당시부터 잠시 머물다가 떠나갈 인물이라는 얘기가 많이 돌았다”며 “정부 뜻에 따라 수장 교체가 관례처럼 반복돼왔던 만큼 이제 더이상 놀랍지도 않다”고 씁쓸해했다.

2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1999년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이 출범한 이래 역대 수장 가운데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는 하성용 전 사장 단 한 명뿐이다. 항공·방산업계 전문가 출신으로 범위를 확대하더라도 하성용 전 사장과 2대 사장인 길형보 전 육군참모총장 2명에 불과하다.

벌써부터 김조원 사장 후임으로 외부인사가 낙점될 것이란 말들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후임으로 김조원 사장 내정설이 언론에 보도된 지 하루 만이다.

KAI는 김대중 정부 시절 적자에 시달리던 항공사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국책은행을 최대주주로 두고 탄생했다. 정부 뜻에 따라 언제든 경영진이 바뀔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현재 카이의 최대주주(지분 26.41%)도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으로 ‘주인 없는 회사’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실제로 역대 수장들의 면면을 보면 정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초대 사장인 임인택 전 사장은 제35대 교통부 장관을 지냈다. 2대 길형보 전 사장도 2001년 10월12일 육군참모총장 퇴임 뒤 불과 10일만에 사장으로 임명돼 낙하산이란 오명을 썼다.

3대 정해주 전 사장과 4대 김홍경 전 사장도 각각 통상산업부 장관과 산업자원부 차관보 등을 역임한 관료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정 사장이 물러나고, 김홍경 사장이 선임됐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첫해인 2013년 당시엔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던 김 사장이 하성용 사장으로 교체됐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엔 검찰 조사로 사임한 하 사장 후임으로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 김조원 사장이 취임했다.

정부가 사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다 보니 CEO 경영 능력에서 잇따라 문제가 노출됐다. 사실상 혁신보다 안주에 머무르는 경향이 많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홍경 전 사장 시절엔 대형 사업 차질, 이윤율 하락 등을 가져왔다. P-3CK 초계기 352억원 지체상금(계약기간 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지불하는 금액), 수리온 헬기 납기 지체, 군단급 UAV 사업 적자 수주 등이 김 사장 재임 시절 불거졌다. 수리온은 결국 부실헬기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하성용 전 사장은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경영진 비리로 촉발된 KAI 수사는 원가 부풀리기와 분식회계, 협력업체 비리 수사로 이어졌다. KAI는 2017년 감사원 감사에 따른 납품 지연 등으로도 대규모 적자를 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벌이는 방위사업은 특수성이 있는 만큼 항공기에 대한 전문 지식이 많이 요구되는데 방산사업을 다뤄본 적이 없는 수장 내정으로 업무파악에 많은 시간을 쏟다가 중요한 사업을 놓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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