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펀드가 만드는 비싼 세상

  • 등록 2007-04-13 오후 3:40:00

    수정 2007-04-13 오후 4:39:02

[이데일리 유동주기자] 해외여행을 갈 때 누구나 이용하게 되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통행료. 비싸다고 느끼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지난달엔 지역 주민들에게 48%씩 감면해주던 제도가 공항철도 개통과 함께 폐지되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10원짜리 동전을 바가지에 담아내는 '바가지 통행료'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장부 유동주기자는 국민들의 과세부담을 줄이겠다고 도입한 민자 인프라사업이 비싼 이용료로 주민반발까지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난달 25일 인천 영종도 공항신도시엔 경찰 10개 중대 병력이 모였습니다. 이날은 영종도 주민들이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 동전내기 주민행동의 날`로 지정하고 실력행사를 위해 모인 날이였습니다. 이날 사실상 경찰의 공항신도시 원천봉쇄로 대규모 시위는 무산됐지만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인하 추진위원회(www.aptown.com)`를 결성해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습니다.

15개 공항버스운송사업자들도 지난해말 "신공항하이웨이가 독점적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통행료를 과다징수하고 있다"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위반 등으로 신공항하이웨이와 국가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습니다.

혹시 공항고속도로 이용을 안 해 보신 분들을 위해 통행료가 얼마나 비싼 수준인지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콤비라는 16인승 미니버스가 있습니다. 보통 유치원이나 학원버스로 많이 사용되는 차량입니다. 콤비는 일반 고속도로를 달릴때 2종 중형차에 해당돼 km당 41.3원의 요금을 적용받습니다. 경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승용차는 1종 소형차 적용으로 km당 40.5원입니다.

결국 승용차와 콤비는 km당 0.8원 차이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395.1km를 달리면 각각 통행료가 1만8100원과 1만8400원으로 300원 차이밖에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인천공항까지 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선 이 차이가 크게 벌어집니다.

승용차 등 소형차의 통행료 6900원도 비싸다고 다들 아우성인데 콤비가 속한 중형차는 70%나 더 비싼 1만1800원을 내야합니다. 1만1800원이면 일반 고속도로에선 서울서 전북 태인까지 238.3km를 갈수 있는 요금입니다.

공항고속도로 전용구간은 약 40km입니다. 일반 고속도로에선 40km면 2700원이면 됩니다. 4배나 비싼 셈입니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는 민간투자법에 의해 30년 동안의 운영기간 동안에 건설비와 운영비를 회수해야 하는 사업장이기 때문입니다.

비슷하게 건설된 고속도로인데도 도로공사 대비 통행료가 비싼건 30년안에 투자비와 수익을 거둬야 하는 민간 사업자 입장에선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들은 정부가 아니고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자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민자사업으로 건설된 인프라에는 어김없이 `인프라펀드`가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면산터널, 천안-논산고속도로, 대구-부산고속도로 등입니다. 현재 건설중인 서울-춘천고속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프라펀드는 정부가 추진하는 바에 따라 학교, 기숙사, 철도사업 등에도 투자하게 될 예정입니다. 소위 BTL(Build Transfer Lease)방식입니다.

인프라펀드가 투자할 곳이 많아지는 세상,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는 손쉽게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어 좋을 지 모르지만 민자사업으로 만들어지는 인프라는 완공 때마다 이용료, 통행료가 비싸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소위 `수익자부담원칙`이라는 것 입니다. 국민 전체 세금으로 하면 불공평하니 실제 인프라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돈을 받아 민간사업자들이 투자한 비용과 수익을 갚아주겠다는 것입니다.

꼭 필요한 인프라라면 다른 세금을 아껴서라도 건설하는게 정부의 책무라고 봅니다. 민간사업자가 짓게 하고 적자가 나면 국고에서 수백억원씩 보전해 주면서 비싼 이용료로 욕먹을 바에야 처음부터 세금으로 짓는 게 낫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갈수록 정부역할을 줄이는게 추세라지만 과연 어떤 분야에선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대체도로가 없는 중요 기간시설인 공항고속도로를 민간업자가 운영하게 한 점은 다시 생각해봐도 조금 너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얘기지만 지역난방공사가 하던 일부 신도시 아파트 난방사업이 민간업체로 넘어가자 난방요금이 지속적으로 올라 주민반발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몇년 전 미국의 대규모 정전사태도 전력시장에 대한 규제완화로 절대적으로 이윤을 우선시하는 민간 전력기업들이 생산과 노후 배전망에 대한 투자를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가까이는 우리나라 철도도 민영화 된 후 할인제도가 줄거나 폐지돼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재정부담을 피해 민간에 넘길 때에도 바가지 이용료 소리를 듣지 않게 해야 국민이 쉽게 납득할 것입니다.
 
혹시 인프라펀드에 관심있으신 분은 거래소에 상장된 인프라펀드를 일반 주식처럼 언제든지 사면 됩니다. 배당수익률은 연 6% 정도 됩니다. 주가가 오르면 물론 시세차익도 거둘 수 있습니다. 비싼 이용료를 누군가 낸다면 수익을 보는 쪽도 반드시 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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