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본시장에 어정쩡한 그물 던지나

  • 등록 2012-01-05 오후 3:37:50

    수정 2012-01-05 오후 3:37:50

[이데일리 임명규 기자]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두고 `누더기 세제` 논란이 한창이다. 새로운 고소득층 과세구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 체계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게 원인이다.

자본시장에도 불길이 번지고 있다.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방안`이 그것이다. 예금 같은 금융상품과 파생상품을 결합한 금융거래 이익을 이자·배당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물린다는 내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과세 대상이 되는 파생상품의 범위를 시행령에서 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모든 파생상품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운 터라 `○○○유형의 파생상품` 등으로 폭넓게 정할 예정이다. 한마디로 애매한 형태의 `소득세 포괄주의`가 도입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소득세는 법에 담긴 내용만 세금을 매긴다는 `열거주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직장에서 받은 월급(근로소득), 사업을 해서 거둔 수익(사업소득), 부동산을 팔아서 남긴 차익(양도소득) 등 거의 모든 사례가 법에 촘촘하게 규정돼 있다.   누군가에게 재산을 넘겨주는 `증여` 또한  포괄적인 개념이 적용되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과세당국이 무리하게 과세를 남발하면 억울한 납세자가 생길 수 있어 극히 제한적으로만 적용되고 있다. 법적 분쟁이 일어나면 과세 자체가 무효로 결론 내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별다른 노력없이 얻게 된 재산이라도 `완전포괄주의`가 광범위하게 적용되면 법 체계가 무너지고, "저 사람은 안내는데 왜 나만 내냐"는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방안`이 `뜨거운 감자`가 될 조짐을 보이자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회사들은 새로운 파생상품 개발을 멈추고, 당국의 법 개정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기존 `소득세 열거주의 원칙`에서는 법안에 담긴 내용만 피하면 됐지만, 포괄적이고 두루뭉실한 시행령이 나오면 이자·배당소득에 매겨지는 15.4%의 세금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자본시장에서 파생상품 문제로 정부에 요구하는 유권해석이 급증하고, 추후 세금을 매긴다 해도 애매한 법조항 때문에 소송이 봇물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파생상품 거래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누더기가 된 소득세라는 보(洑)에 괴상한 모양의 새 그물을 던지려 하니, 도통 신뢰가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언제까지 규제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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