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괴물, 여름 극장가 삼킬까

  • 등록 2006-07-06 오후 4:30:00

    수정 2006-07-06 오후 4:30:00

[스포츠월드 제공] ‘괴물’(봉준호 감독, 청어람 제작)이 올 여름 극장가의 ‘태풍의 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봉준호 감독의 신작 ‘괴물’은 지난 5월 칸영화제 등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데다 ‘살인의 추억’의 멤버들이 다시 팀을 이루면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한 기대치는 지난 4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도 확인됐다.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5개 관에서 진행된 이날 시사에는 수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몰려 시사 1시간 전에 이미 좌석이 동났으며,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일부 관계자들은 입석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등 일대 소동이 일기도 했다.

시사회 직후 대다수 영화관계자들은 흥행성과 작품성을 겸비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살인의 추억’을 넘어 100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괴물’이 여름 극장가 ‘태풍의 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뒷받침해준다. 첫 번째 오는 27일 개봉 예정인 ‘괴물’은 맞상대할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대작 한국영화가 없다는 점이다. 같은 시기 개봉 예정인 작품은 일본 공포 ‘유실물’과 미국영화 ‘가필드 2’ 정도. 하지만 이들 영화 모두 기대치 면에서는 ‘괴물’에 한참 못 미치는 데다, ‘괴물’보다 2주 먼저 개봉하는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가 장기 흥행 모드에 돌입한다면 한국영화끼리의 ‘상승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이전 한국영화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완벽에 가까운 괴 생물체의 비주얼 때문이다. 제작비의 절반 가까운 약 50억원 정도가 이 괴물을 창조하는 데 쓰인 만큼 비주얼은 정말 놀랍다. 봉준호 감독이 주장하는 ‘한국형 괴수’는 장희철 디자이너를 비롯한 한국의 기술력과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킹콩 등으로 잘 알려진 뉴질랜드의 웨타 워크숍 등이 2년 가까운 시간을 투자해낸 결과물.

시사회 후 관객들의 탄성 중 대부분이 바로 완벽에 가까운 괴 생물체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는 12세 관람가 등급 역시, 송강호 변희봉 고아성 등 눈을 뗄 수 없는 배우들의 호연과 더불어 흥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방학을 맞은 중·고등학생들의 티켓 파워 역시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괴물’은 한강 둔치에 6년 전 미8군에서 몰래 방출한 독극물로 인해 돌연변이가 된 괴생물체가 나타나 사람들을 헤친다는 설정으로, 이 괴물에게 중학생 딸을 납치당한 가족들이 딸을 찾기 위해 괴물과 직접 맞선다는 내용을 그렸다. 오는 27일 개봉.


[SW생각] 은밀한 반미(反美)…'애국심 마케팅'효과볼까

‘괴물’의 마케팅 전략은 실로 대단하다. 제작 전에는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의 만남으로 장안에 회자가 됐고, 제작을 마친 후에는 순제작비 110억원(총제작비 140억원)의 대작으로 관심을 환기시켰으며,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는 해외 영화인들의 호평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면서 ‘깜짝 놀랄만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그런데 4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괴물’은 이런 요소보다 더욱 강력한 마케팅을 은밀하게 내포하고 있다. 바로 ‘애국심 마케팅’이다. 봉준호 감독은 고등학교 시절 자신이 한강에서 본 괴물을 보고 착안한 영화이고, 소시민이 괴물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고 했지만 영화의 첫 장면부터 ‘괴물’에는 ‘반미’라는 두글자가 분명하게 흐르고 있다.

미 8군에서 방류한 독극물이 돌연변이 괴물을 만들었다는 설정, 괴물의 출현과 바이러스 유포는 우리나라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바이러스 퇴치 부대를 국내에 파병한 점, 미국의 바이러스 원인 규명 발표에 주인공 강두(송강호)가 듣지 않고 TV를 끄는 장면은 ‘반미’의 냄새를 지울 수 없다.

이는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스크린쿼터 축소와 함께 미국의 압력에 대해 한국 영화인들이 강하게 분노를 표시하는 상황과 알레고리가 절묘하게 이어진다. 영화 개봉과 함께 이같은 요소는 우리 대중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촉매 기능을 할 전망이다.

‘한반도’가 한국인의 의식에 잠재해있는 ‘반일’을 직접적으로 건드렸다면, ‘괴물’은 한국인에게 역시 해결 과제인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우회적인 방법으로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면서 비판을 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

재미있는 사실은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괴물’과 ‘한반도’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전략이 한국 영화의 위기론이 대두되는 시기에 나왔다는 점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SW군의 횡설수설]민감한 사회문제 영화재미 반감시켜

‘괴물’은 한국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영화다. 괴물을 표현하는 비주얼에 있어서 영화는 정말 감탄스럽다. 우리 영화가 이같은 비주얼을 보여줄 수 있다는게 감격스러울 정도다.

배우들의 연기도 ‘억’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경이롭다. 아버지 역의 송강호는 단연 돋보인다. 향후 한국 영화계의 10년을 이끌어갈 배우답게 그의 얼굴과 손동작 하나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할아버지’ 변희봉, ‘삼촌’ 박해일, ‘고모’ 배두나는 영화 속에서 잘 어우러지면서 영화에 대한 몰입을 편안하게 만들고, ‘딸’ 고아성도 하나의 발견으로 여겨질 만하다.

하지만 ‘괴물’은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닌 것이 부담스럽다. 민감한 사회 문제를 은유적으로 깔고 있는 게 영화의 재미를 반감한다. 드라마의 리듬감이 중반에 약해지는 것도 단점이다. 초반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크레센도’로 달려가며 흥미를 돋우는 ‘괴물’은 중반으로 가면서 가족 각각의 사투로 이야기를 분할하고, 미국의 바이러스 퇴치전 도입과 한국 사회가 혼돈하는 모습을 이어가면서 오락 영화의 매력을 퇴색한다.

[SW군의 싱글벙글]새로운 장르 한국적으로 잘 풀어내

‘괴물’이 놀라운 이유는 그동안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 놀라운 특수효과와 시각효과를 처음 선보였다는 데 있다.

하지만 ‘괴물’은 ‘괴수 영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스펙터클과 리얼함은 할리우드 영화들과 비교해 떨어지고, ‘가족애’라는 측면에서 보면 할리우드의 가족영화들이 주는 가슴 뭉클함이나 감동은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 ‘괴물’이 정말 놀라운 건 이 모든 것을 ‘한국적’으로 승화해 냈다는 점이다. 자칫 이것이 흥행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괴물’은 오히려 예전의 관습의 틀을 깨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다.

진지한 장면이 이어져야 할 부분에 코믹한 요소요소들이 배치돼 있고, 심지어 공포의 대상이어야 할 영화 속 괴물마저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비현실적인 판타지 영화임에도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을 도출해 내는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도 흥미 만점이다.

패권주의적 행동을 일삼는 거대한 미국과 미국에 맞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는 나약하고 무책임한 한국 정부와 관료, 거기에 놀아나는 언론들의 모습은 지금 스크린쿼터 축소 사태와 맞물려 미묘한 감정이입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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