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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00660)반도체 재정주간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SSB)가 3일 채권단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하이닉스의 영업경쟁력이 경쟁사인 마이크론보다 높다고 밝혀 하이닉스의 회생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SSB가 설명한 지원안의 골자는 하이닉스의 경쟁력이 높은 만큼 채권단의 지원만 이뤄지면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것. 실제 SSB가 제시한 영업관련 지표들을 보면 하이닉스가 마이크론보다 미세하나마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채권단 일각에서는 하이닉스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이 과도한 차입에 인한 부채증가, 반도체 가격 회복시기가 불투명한데 따른 불확실성에 기인한 것으로 경쟁업체와의 경쟁력 우위나 채권단의 일시적 지원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 하이닉스 경쟁력, 낙관할 상황인가 = 현재 하이닉스의 차입금은 55억달러수준으로 마이크론의 10배가 넘는다. 마이크론이 자기돈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면 하이닉스는 남의 돈을 끌어다 장사를 하면서 금융비용 부담을 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말 기준 하이닉스의 차입금/매출액 비율이 94%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11.8%와 마이크론의 13.4%와는 비교가 안되는 수치다. 그나마 상황이 괜찮았던 지난해말 이자보상배율도 1.4배로 삼성전자의 31.3배나 마이크론의 20.3배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3조원의 출자전환과 채무재조정 등이 이뤄지더라도 하이닉스의 연말 현금잔액은 590억원에 불과하다. 5000억원의 신규시설자금이 투입되지만 만기가 돌아오는 일반인보유 회사채를 상환하고 나면 재무제표상 남는 것은 없다.
외환은행은 이같은 우려를 의식, 신규자금 5000억원은 별도계좌(에스크로우계좌)로 관리, 시설투자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한다는 입장이지만 에스크로우 계좌의 신뢰성은 이미 한번 금이 갔다. GDR발행 당시 은행권의 CB 1조원 인수대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 내년 상반기 만기회사채 상환용으로 쓰기로 했지만 이미 6300억원이 인출돼 현재 잔액은 3700억원만 남은 상태다.
SSB는 하이닉스가 채무재조정만 이뤄지면 뛰어난 영업경쟁력을 바탕으로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같은 주장의 전제는 반도체 시장이 회복돼야 한다는 것이다. SSB도 보고서 중간에 반도체 시장이 회복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결국 채권단은 3조원의 출자전환과 5000억원의 신규자금, 만기연장 등 7조원 가까운 자금을 하이닉스에 지원하고도 하이닉스의 운명을 반도체시장 회복이라는 불투명한 요인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하이닉스 지원의 마지막 보루..`대세론`? = 채권단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SSB가 설명회를 통해 하이닉스의 회복가능성을 역설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채권단은 하이닉스에 대한 의구심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외환은행이나 SSB가 제시한 방안이 하이닉스의 단기적인 유동성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요인이 아니라는 것. 여신규모가 적은 일부 은행들은 여전히 하이닉스 지원을 중단하고 보유채권을 손실처리하는 게 장기적으로 손실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채권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가뭄상태에서 양수기로 물을 대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데 비가 오는 것외에 확실한 해결책은 없다"며 채권단과 하이닉스가 처한 입장을 비유했다. 이어 "실무진을 포함, 전체적인 의견이 지원안에 부정적인 것은 맞지만 현재로서는 달리 뾰족한 대안을 찾기도 힘들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다른은행 여신부장은 "어제 설명회에서 하이닉스가 마이크론보다 낫다는 얘기만 들었다"며 "채권단의 지원만 결정되면 하이닉스가 당장 회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은행입장에서만 보면 부정적인 요인이 긍정적 요인보다 더 커보인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이 수정 제시한 지원방안이 해외압박에 시달리는 정부, 이미 돈을 쏟아부은 기존 투자자, 발행물량 증가로 인한 시장파장 등을 고려한 측면이 있지만 유동성이라는 기본적인 문제해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채권단의 입장이다.
채권단은 하이닉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공감하면서도 이같은 불확실성때문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외환은행이 이미 정해진 안을 밀어부치는데 대한 반감도 존재하고 있고, 최대채권자인 산업은행이 이번 지원에서 빠지겠다는 입장을 공식 천명하면서 채권은행간 합의는 더욱 불투명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지원에서 빠지면 지원안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산업은행이 신규자금지원에서 빠질 경우 출자전환 기준에 담보채권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닉스가 반도체 가격 회복으로 자력회생의 길을 걷기전까지 목숨을 연명하는 방법은 채권단의 지원에 기댈 수 밖에 없다. 법정관리를 통해 시간을 번다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부 채권은행들이 하이닉스 수정지원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지원안 통과를 위한 최후의 보루는 `대세론` 밖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임원은 "실무협의를 거치며 수정안이 다소 바뀌고 출자전환 대상채권 등 세부방안도 갖춰지겠지만 큰 틀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 "지원안 부정적인 은행들도 불가피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는 만큼 채권은행장 회의에서 지원쪽으로 대세가 기울 경우 이에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어제 설명회에서 수정지원안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나오지 않은 것은 현재 채권단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은 누구도 깃발을 꽂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시간이 임박해지면서 누군가 깃발을 꽂을 것이며 깃발 주위에 누가 모여드느냐에 따라 하이닉스 지원안의 가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