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우리 사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 ‘기러기 아빠’(조기유학의 이유로 배우자 및 자식과 떨어져 지내는 아버지)들의 개인·사회적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13일 국회에서 열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비례대표)은 이날 오전 의원회관에서 ‘기러기 아빠, 희망을 향해 날다’라는 주제로 국회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사회 현안으로 떠오른 기러기 아빠들의 정신건강 및 사회현안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10년간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며 ‘기러기 아빠의 편지’라는 책을 내기도 한 허용무 박사는 “기러기 아빠로 살며 견뎌야 하는 내 몫의 고통은 생각보다 컸다”며 “불 꺼진 현관을 지나 텅 빈 집 안에 홀로 놓이면 그야말로 외롭고 아린 마음은 어찌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그럴때마다 다시 술 한 잔을 찾게 되면서 차츰 술에 의지하는 횟수와 양이 늘어갔다”고 회고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엄명용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가 해결해야 하는 교육 문제를 개별 가족이 해결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가족 관계를 희생하고 있다”며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선택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가족 정서 환경을 희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엄 교수는 기러기 아빠들의 문제로 ▲체중 감소·음주 증가 등의 신체적 변화 ▲외로움·소외감 등의 심리적 변화 ▲경제적 부담의 증가 ▲주변 관계망 축소 등의 사회적 변화 ▲존재감 하락 ▲일상 삶 속의 어려움 등을 제시했다.
기러기 아빠들의 어려움을 돕기 위한 해결책도 제시됐다. 박경은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사업기획팀 팀장은 전국 광역시도와 시군구 149곳에 설치되 운영 중인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지원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는 “기러기 가족으로 살기로 결정한 후 가족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부모 교육 및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교육 등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도 사회문제화 된 기러기 아빠들의 고민에 공감을 표시했다.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은 “후손들의 교육을 위해 기러기 아빠가 되는 경우에 무리한 경제사정이나 외로움을 극복하기는 매우 어렵지 않을까”면서 “기러기 아빠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국내 교육제도를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담회를 주최한 문정림 의원은 “기간도 목적도 불분명한 영어교육을 위한 자녀교육으로 기러기 아빠의 일방적 희생·고통이 너무 모호하고 막연하다”며 “기러기 아빠로 인한 가정 붕괴가 국가와 사회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점은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도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