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SRE][번외]'차·화·정'의 굴욕…뜨는 내수주

자동차·화학·정유주 부진 지속
새로운 주도주 등극..아모레퍼시픽 등 내수주 강세
  • 등록 2014-11-10 오전 10:51:05

    수정 2014-11-10 오전 11:07:55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증시 주도주가 완벽하게 바뀐 모양새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과거 증시를 이끌었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등은 초라한 실적과 함께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반면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을 등에 업고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아모레퍼시픽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200만원이 훌쩍 넘는 초대형 황제주에 등극했다.

지난 9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스피 하락을 이끈 것은 과거 증시 주도주로 불렸던 차·화·정과 삼성전자였다. 증시 대표주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연일 신저가 기록을 갈아치우며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대로 뚝 떨어지기도 했다.

차·화·정과 전차군단의 몰락

증시를 좌우하던 주도주들이 체면을 구긴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경기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이다. 차화정의 분류에 해당하는 종목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LG화학, 금호석유,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SK이노베이션, GS, S-Oil 등이다.

모두 대표적인 수출주라는 특징이 있다. 올 들어 미국, 유럽, 일본 등 우리나라 주요 수출국들의 경기 흐름이 좋지 않은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주가도 약세 흐름을 보인 것이다.

일본의 엔저 정책으로 원화 강세가 이어졌던 것도 수출주가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올 한해 내내 1000원선에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던 원-엔 환율은 하반기 들어 900원대 세자릿수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좋지 않은 대외환경은 바로 실적으로 직결되며 대형 수출주의 주가를 한 번 더 끌어내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상반기 10대 그룹 상장사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37조5861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42조7288억원보다 12% 감소했다.

올해 실적 개선이 두드러지면서 주가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금융 계열사 실적을 제외한 10대 그룹의 영업이익은 상반기 기준 35조1771억원으로, 전년 41조2254억원보다 15%가량 줄었다.

굴욕적인 것은 이들 수출주가 부진했음에도 정반대의 흐름을 보인 코스피 지수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현대차 ‘바라기’였던 증시가 이제는 두 종목을 중심으로 한 다른 수출주의 부진에도 끄덕하지 않았다는 점은 더 이상 이들에 ‘주도주’라는 수식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됐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코스피 대형주 대비 20%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부진한 3분기, 연간 실적 전망으로 대형주의 반등 속도가 느리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주도주의 등극


기존의 증시 주도주가 부진한 사이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내수주다. 수출주보다 상대적으로 환율 등 대외환경에 덜 민감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을 위주로 성장성이 부각되고, 견고한 펀더멘털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미 내수주가 수출주를 밀어내고 장기적인 시장 주도주로 자리 잡았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올 들어 차·화·정을 밀어내면서 주도주로 등극한 가장 대표적인 종목은 아모레퍼시픽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기존 대표주가 부진하자 갈 곳이 없어진 시중 자금이 아모레퍼시픽에 몰리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말 시가총액은 5조8458억원으로, 전체 순위 45위에 그쳤다. 하지만 올 들어 야금야금 몸집을 키우더니 하반기 들어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총 14조3048억원으로, 14위까지 순위가 수직 상승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폭발적인 성장세에는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면세점 매출의 증가가 크게 기여했다. 손효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매출 성장률은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을 웃도는 수준”이라며 “면세점에서의 성장이 해외에서 추가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실적부터 흔들리고 있는 기존의 주도주와는 다르게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점도 내수주가 장기적인 시장 주도주로 이미 등극했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상반기에만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9% 이상, 매출이 19% 이상 각각 증가했다.

이밖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2기 경제팀 출범에 따른 정부 정책의 수혜주로 거론되면서 하반기 들어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증권, 건설, 은행주 등도 대표적인 내수주로 분류된다.

그동안 기대감만으로 올랐던 이들 종목은 실적까지 뒷받침되면서 새로운 주도주로서 지위를 단단하게 확보할 태세다. 여기에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까지 더해지며 내수주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변수가 불안해지고 있지만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 부양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며 “내수 경기 회복에 대한 신뢰감이 커지고 있어 내수주 관심을 높여주는 요인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대형주?..‘낙폭과대주’에 주목하라

그렇다면 이제 대형 수출주가 주도하던 시대는 완벽하게 끝난 것일까.

아직은 그렇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장은 여전히 대형 수출주를 ‘낙폭과대주’로 분류하며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이끌어 온 수출주의 펀더멘털 자체가 훼손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10월 중순까지만 해도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대형주 주가도 10월 말에 접어들면서 점차 반등의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대형 수출주의 부진을 이끌었던 글로벌 경제가 다소나마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대형주에는 상승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기윤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하방 경직성을 보이면서 국내증시 역시 안정을 되찾고 있다”면서 “과거 지수 급락 후 재차 반등 시 낙폭과대 종목이 높은 성과를 보인 만큼 현재 시점 역시 낙폭과대 종목에 접근할 때”라고 분석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0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0th SRE는 2014년 11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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