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벌을 때리면 누가 다칠까

  • 등록 2012-01-30 오후 2:25:12

    수정 2012-01-30 오후 2:25:12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아이를 둘 키우는 한 친척이 지난 설에 이런 얘기를 했다. "보육업체도 대기업이 관리했으면 좋겠어요. 믿고 맡길 수 있고, 임금이나 휴가를 놓고 아줌마와 실랑이를 벌일 필요도 없겠죠. 이런 건 왜 안하나요?"

이 친척의 얘기를 들으니 새삼 요즘의 `골목상권` 논란이 떠올랐다. 대기업 재벌 2, 3세들이 소상공인의 영역이었던 빵집, 카페사업에 뛰어들었고 이 역풍으로 요새 정치권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상황 말이다.

여하튼간 대기업을 선택한 건 소비자였다. 편하고 깨끗하다는 인식 때문에 대기업 브랜드의 빵집을 찾는 것이다.

대기업이 깨끗하고, 사업을 잘한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 이 얘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 골목상권이 보호돼야 하는 것은 분명히 맞다. 주변에서 흔히 발견하는 빵집, 커피숍, 아이스크림가게…. 대부분 대기업이 운영한다. 특색있는 지역의 명물이 사라진다는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매장 또한 개인사업자가 운영한다. 파리바게트의 경우 3010개의 매장 중 직영점은 40개에 불과하다. 결국 이들도 다 `자영업자`다.

이들도 보호돼야 하는 골목상권의 서민이다. 이들에게 고충은 `대부분의 이익을 브랜드료 명목으로 떼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초점은 이쪽에 맞춰져야 한다. 무조건 사업을 접으라고 압박한다면, 당장 이들이 설 자리를 잃는다.

등을 떠미는 게 대안은 아니라는 얘기다. 출자총액제한제나 재벌세까지 거론되는 현 상황을 보니 과연 정치권은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 주장을 펴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표를 의식해 대기업을 공격하는 것인지 의심이 간다. 재벌은 아직 한국사회에서 공통의 적이라는 인식이 있고, 재벌을 괴롭히는 것은 정치권의 인기 아이템인 탓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이구동성으로 "출총제, 재벌세가 도입되면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줄고, 이는 결국 협력업체의 투자가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재벌, 대기업을 견제하는 수단이 필요한 것 또한 맞다. 그동안 한국의 재벌은 `따뜻한 비호` 속에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선거를 앞두고 우후죽순 진행하기보다 시간을 들여 꼼꼼히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이 구내 카페사업을 철수한다고, 서민의 생활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선거 전 `대충` 만들어진 규제들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을 우리는 오랫동안 봐 왔다. 좀 더 짜임새있게 준비해야 한다. 잡음을 되도록 줄일 수 있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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