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공주 르포)"이젠 어쩌나"..폭풍전야 위기감

대출 받아 주변 일대 농토 매입 빈번, 후속대책 조기 가시화 요구
부동산 시장 관망세 확산, 농가주택 등 보상 노린 투자자는 낭패
  • 등록 2004-10-25 오후 2:00:00

    수정 2004-10-25 오후 2:00:00

[연기·공주=edaily 윤진섭기자] “평소에 하루 200여갑 팔리던 담배가 2~3일 동안 하루에 600갑 이상 팔렸시유. 여기 사람들 행정수도 들어선다고 농협에서 대출 받아 부여 일대에 대토를 사뒀는데, 수도 이전이 무산됐으니...모두 죽으라는 소린데, 걱정이 태산이유..”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된 지 3일째에 접어든 지난 24일. 행정수도 후보지였던 충청남도 연기군 남면 종촌 일대 주민들은 앞으로 닥칠 경제 파국을 염려하는 분위기가 짙었다. ◇현지 주민반응 찬반 엇갈려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된 연기군 남면 종촌리 초입엔 `행정수도 위헌 반대`를 촉구하는 플랜카드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남면 종촌에서 20년째 철물상을 운영한다는 김모씨는 “행정수도 이전이 결정된 뒤에 여기 사람들 대다수가 농협에서 7000만~1억원 가까이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 오르기 전에 농사지을 땅을 사자`며 부여 일대 토지를 매입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날벼락이냐”라며 “벌써부터 `누구누구는 야반도주를 할 것이다`, `자살하려는 사람이 늘 것`이라는 등 흉흉한 소문이 동네에 돌고 있다”고 전했다. 24일 때마침 남면 종촌리 성남중학교 앞에선 주민 200여명과 시민단체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헌법재판소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결정 규탄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헌재 결정에 대한 부당성을 토로하면서, 일부 흥분한 주민들은 삭발식과 화형식, 그리고 혈서를 쓰는 모습도 연출했다. 이 모임에 참석한 현지 주민 임모씨는 “충청도 주민을 얼마나 핫바지로 알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정부가 국민투표를 하든 기업도시를 유치하든 이제는 믿고 싶지 않고, 정신적, 물질적 피해만 보상해 달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수도이전을 반대했던 일부 주민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다. 수도 이전 반대를 주장해왔던 연기군 남면 종촌리 임진수씨는 “조상 대대로 수백 년 동안 살아온 땅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위헌 판결은 지극히 정당한 결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여기 사는 사람들 호구대책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한 만큼, 이에 대한 보상은 전적으로 정부 책임”이라고 정부 책임론을 거론했다. ◇행정수도 위헌 파문 부동산 시장 폭풍 전야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최종 낙점됐던 공주 연기 지역은 깊은 실망감 속에서도 비교적 차분하게 정부의 대응 방안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규제가 덜하다는 이유로 외지인 투자가 많았던 서천, 청양, 홍성 등 주변지역은 급매물 출시가 잇따를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이다. 연기군 조치원읍 로얄공인 정모 대표는 "정부의 후속조치를 기다리며 관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묻는 사람들이 있지만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 뒤 내놓겠다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행정수도급에 준하는 후속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개발 규모가 축소될 경우 이에 따른 실망 매물이 쏟아져, 그 피해가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기군 동면 21세기 부동산 관계자도 “일부 시세보다 20% 정도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며 “각종 규제라도 풀려야 거래 가능성을 점칠 수 있지만, 이 역시도 힘들 것으로 보여 당분간 중개에서 손을 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행정수도 위헌 발표 전 주말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았던 조치원읍 신흥리 침서지구 내 모델하우스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는 모두 철시한 상태로, 적막감마저 들 정도였다. 또 일부 중개업소의 경우 아예 건물을 내놓은 곳도 있었다. ◇연기공주 외곽 부동산 거래 70~80%가 현지인..농가주택 등 타격 불가피 신행정수도 외곽지역이면서 반사이익이 예상됐던 조치원과 규제가 덜하다는 이유로 가격 상승폭이 컸던 연기군 전의면·청원군 현도면, 부여 일대 중개업소는 패닉 상태를 방불케 할 정도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는 양상이다. 특히 연기, 공주가 인접해 있는 조치원 일대는 상당수 현지 주민들이 금융권 대출을 받아 투자에 나선 경우가 많아, 이번 헌재 위헌 판결에 따른 금융권 부실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조치원 충청공인 박택구 사장은 "올해 들어 거래된 부동산 매물 중 20~30%만이 외지인이고, 나머지는 조치원이나 서면, 남면 일대 현지 주민들”이라며 “이들 중 일부는 10만원하던 땅을 30만원에 샀을 뿐만 아니라 부족한 자금을 은행에서 대출 받아 빌딩을 짓거나 아파트를 산 경우가 많아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 사이에선 농가주택과 가건물 주택의 폭락이 가장 클 것이란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충청공인 박사장은 "행정수도가 본격 거론된 지난 5월부터 3000만원 하던 농가주택이 불과 5개월 만에 1억원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설령 기업도시나 민간 복합도시가 온다고 해도 그 기간이 수년은 걸리고 보상마저 힘들 것으로 보여, 이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에 가격이 급등했던 아파트 시장은 헌재 발표 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다만 분양권의 경우 손절매 성향의 매물이 나오고 있어, 가격 하락의 신호탄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조치원읍 침사지구 내 유한공인 관계자는 "청약 당시 3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있던 대우푸르지오의 경우 현재 프리미엄이 없는 상태로 일부는 분양가 이하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서울, 수도권 사람들이 전매 거래가 가능한 시점에 분양권 2~3개를 매입한 경우가 많아 시간이 지날수록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깡통 매물`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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