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애널리스트의 新 행동강령

  • 등록 2003-04-30 오후 2:05:11

    수정 2003-04-30 오후 2:05:11

[edaily 강종구기자] 회사는 같지만 동료는 아니다. 투자은행맨들과 너무 친하게 지내다가는 자칫 사표를 써야 할지도 모른다 28일 월가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인 14억달러의 과징금을 내기로 하고 2년여 동안 지속된 감독당국과의 줄다리기를 끝냈다. 지금까지 밝혀진 이해상충이나 투자자를 오도하는 분석보고서에 대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나 미국 증권업협회(NASD)는 딴죽을 걸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합의는 과거의 행실에 대한 것이었고 앞으로가 문제다. 애널리스트들이 옛날처럼 가짜 보고서를 남발하거나 투자은행부서의 업무에 개입한다면 감독당국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감독당국의 과징금 부과의 근거로 28일 제시한 증거자료들을 꼼꼼히 검토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속에 향후 당국이 암묵적으로 제시한 월가의 신 행동강령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체면을 지켜라. 투자은행부서에 굽신거리지 마라 1999년 5월 10일 US뱅코프파이퍼제프리의 한 애널리스트는 나스닥상장을 준비하고 있던 이머신즈(삼보컴퓨터의 미국 현지법인으로 2000년 2월 나스닥 상장후 이듬해 5월 상장폐지)의 한 경영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것이 우리 회사에 주식발행업무를 맡기라는 마지막 부탁이다. 잘 나가는 증권사를 통해 기업을 공개하는 것도 좋지만 당신네들이 필요한 주식분석을 해 줄 애널리스트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용인즉슨 US뱅코프 투자은행부서에 일을 주지 않으면 분석을 해주지 않겠다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투자은행가에게 “꺼져”라고 외쳐라 합의문에 따르면 US뱅코프파이퍼제프리의 한 투자은행가는 한 애널리스트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가보고서를 썼다. “분석대상 기업을 선정할 때 (투자은행업무관련)수수료에 도움이 될만한 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는 회사 수입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대형주들에 너무 신경을 쓴다” 펀더멘탈에 충실해라 감독당국이 제시한 증거 중에는 애널리스트들이 “알아서 기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내추럴마이크로시스템즈(현 NMS커뮤니케이션즈)는 실적이 계속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하회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상사인 선임애널리스트에게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자고 제안한다. 매수유지의 근거는 “투자은행쪽도 고려해야죠” 였다. 이 회사 주가는 지금 1달러도 되지 않는다. 10계명을 따라라. 거짓말하지 마라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는 사기성이 농후한 투자보고서를 냈다가 거액의 벌금을 무는 신세가 됐다. CSFB는 99년 11월에 디지털임팩트의 IPO를 주간해 500만달러의 수수료를 챙겼다. 2001년 5월과 9월 사이에 새로 이 종목을 맡게 된 애널리스트는 분석대상에세 제외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투자은행부서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시놉시스라는 회사를 담당했던 한 애널리스트는 이메일에서 다음과 같은 불만을 표시했다. “기술주분석의 암묵적 규칙: (현재나 미래가 아닌) 과거에 일어났던 특정한 상황에 근거해 분석하라. 나는 투자은행부서가 제시하고 있는 규칙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종목선정 능력이 애널리스트의 필요조건이 아니다 인터넷서비스업체인 라우드클라우드(현 옵스웨어)는 99년 IPO에서 모건스탠리를 주간사로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 “두 명의 선임애널리스트를 드림팀으로 구성해 다른 증권사는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하게 매수 추천 보고서를 내주겠다”는 유혹을 받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가 투자은행업무를 따내려고 노력했던 컨버지스라는 회사를 담당한 애널리스트는 2년 동안 네번의 매수추천을 냈다. 그 애널리스트가 동일 종목에 대해 매수를 추천한 횟수 중 최다였다. 줏대가 있어야 한다 리만브라더스의 한 애널리스트가 기관투자가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레이저피시(현 마치)라는 종목을 분석한 이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제시한 투자의견을 무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메일에는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는 의미가 없다. 그러나 현명하지 못한 소액투자자들은 표현이 갖는 뉘앙스 때문에 오도될 수 있다. 그것이 우리 세계의 속성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한 입으로 두 말하지 말라 베어스턴스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메일에서 전자상거래솔루션업체인 디지털리버와 관련 “우리 회사의 인위적인 매수추천에 대해 굴욕을 느꼈다”고 썼다. 동시에 그는 개인적으로 고객들에게 “그 종목을 피하거나 매도할 것”을 주문했다. 잭 그룹먼을 닮지 말라 시티그룹의 정보통신분야 수석애널리스트였던 잭 그룹먼은 2001년 2월 포칼이라는 회사에 대해 “매수”의 투자의견을 냈으나 정작 포칼은 투자의견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자 그룹먼은 두 명의 투자은행부문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보냈다. “한번만 더 그 따위 불만을 제기하면 모든 투자자들이 포칼의 주가가 제로(0)로 떨어질 것이라고 느끼는 적절한 등급을 매겨 주겠다” 포칼은 현재 파산보호신청중으로 지난 달 기업회생계획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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