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는 뒷전` CJ인터넷의 야구게임 정복기

독점계약 빌미 경쟁사 인수시도..이미지 `흠집`
야구게임 시장 장악 의도 드러나..사태 새 국면
  • 등록 2009-11-06 오후 3:11:34

    수정 2009-11-06 오후 3:11:34

[이데일리 유환구기자] CJ인터넷(037150)이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프로야구 게임정보를 쉬쉬하며 독점계약한데 이어 프로야구 스폰서 기업이란 이점을 활용해 경쟁사 게임 인수를 시도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당장 관련 업계로부터 상도의를 저버렸다는 원성과 함께 게임 이용자들도 반발하고 나서 CJ인터넷은 대외적으로 기업 이미지를 크게 실추할 것으로 보인다.
 
◇ KBO 독점계약에 경쟁게임도 삼키려

CJ인터넷은 KBO(한국야구위원회)와 올해 5월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한 라이선스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CJ인터넷 온라인야구게임 `마구마구`에는 프로야구 선수들 개인 정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CJ인터넷은 특별한 이유없이 독점 계약 사실을 숨겨오다 계약서가 공개되자 뒤늦게 이를 인정했다. 경쟁사인 네오위즈게임즈 야구게임에 큰 타격을 입힐 게 뻔하기 때문에 이를 감춰왔던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CJ인터넷은 네오위즈게임즈 야구게임을 개발한 와이즈캣까지 집어 삼키려 해 파문을 낳고 있다.
 
와이즈캣에 따르면, CJ인터넷은 최근 두달간 와이즈캣에 투자 및 지분 인수 제의를 했으며 최종적으로 지분 51%를 사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즈캣 고위 관계자는 "처음에는 소규모 투자제안을 했다가 중간에 34%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10월경에 최종적으로 51% 지분을 사들이겠다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와이즈캣이 개발한 슬러거는 지난 2007년 2월 첫선을 보인 뒤 야구 열기와 함께 급성장했으며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올 들어 마구마구 선두 자리를 위협하며 신흥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와이즈캣은 처음 `솔깃`했다. 당장 내년부터 슬러거가 어떻게 될지 알수 없는 상황이었고,  CJ인터넷에 인수되면 독점계약은 사실상 무의미해진다는 점도 작용했다. 슬러거와 마구마구 모두 CJ인터넷이 서비스하게 되기 때문이다.

와이즈캣은 결국 거절했다. 무엇보다 인수 주체가 마구마구 개발사이자 CJ인터넷의 자회사인 애니파크라는 점이 거슬렸다는 설명이다.

와이즈캣 고위 관계자는 "인수주체가 경쟁 개발사인 애니파크라는 점은 정말 굴욕적이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네오위즈게임즈와의 관계도 고려됐다. 와이즈캣은 네오위즈게임즈와 내년까지 서비스 계약을 맺고 있다.

◇ 6개월간 숨겨온 이유 드러나

이번 사태에서 CJ인터넷이 비판받는 이유 중 하나는 독점계약 사실을 6개월 넘게 숨기다 뒤늦게 인정했다는 점이다.

CJ인터넷은 이에 대해 "시즌 중에 발표할 경우 경쟁게임 및 유저들에게 미리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시즌 종료 후 적절한 발표 시점을 모색중이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네오위즈게임즈도 계약 내용을 알고 있었으며 오히려 독점계약 의혹 기사가 나오자 서로 모른다고 주장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네오위즈게임즈측은 전혀 다른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그렇게 말한 담당자의 이름을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경쟁사 인수 시도 사실이 공개되면서 `시간끌기`에 대한 의혹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KBO와의 독점계약 공개시 쏟아질 비난을 피하기 위해 아예 경쟁사를 인수하려고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네오위즈게임즈와 CJ인터넷 경영진은 올 10월경까지 라이선스 독점 해지에 대한 협상이 진행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인수가 불발되자 협상이 갑자기 냉각됐고, 계약 사실이 공표됐다는 것이다.

독점 계약 자체가 와이즈캣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순매출액 5% 지급이라는 KBO와의 계약 조건이 독점 이전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나아가 올 초 KBO와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맺을 때부터 국내 야구게임시장을 독점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최종 목적은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슬러거를 매수하려는 게 아니었냐는 것이다.

CJ인터넷은 이에 대해 "장기적인 계획하에 M&A 를 추진해왔으며 규모를 갖추고 성장성이 있는 개발사들에 제안을 많이 했었다"며 "와이즈캣에도 슬쩍 의견을 묻는 정도였지 구체적인 지분율 등을 거론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CJ인터넷은 970억원이라는 게임회사 치고 큰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중형회사 2개와 소형회사 1개의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이용자·선수협 반발..CJ인터넷 `궁지`

CJ인터넷의 경쟁사 인수 시도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번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다. 독점 계약에 따른 이용자들의 반발과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어 CJ인터넷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는 지난 5일 "독점계약이 이뤄질 경우 선수들이 받는 혜택이 줄어들 수 있어 KBOP와 맺은 초상권 라이선스 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KBO게시판에는 독점계약을 앞세워 경쟁사를 인수하려고 했다는 점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는 등 여론은 CJ인터넷에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해외에서도 콘솔 게임이 아닌 온라인게임에서는 독점 계약을 맺은 사례가 많지 않고, 국내 이용자 문화 등을 고려할 때 꼭 그런 계약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에와서 상황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매우 훌륭한 협상이지만 뒤에 이어질 파장을 예상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 관련기사 ◀
☞CJ인터넷 `슬러거` 개발사 인수 시도 파문
☞`CJ인터넷-KBO 독점계약` 이용자 뿔났다
☞CJ인터넷, KBO와 독점계약 영향 제한적-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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