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통령 모두발언(전문)

  • 등록 2004-03-11 오후 12:28:58

    수정 2004-03-11 오후 12:28:58

[오마이뉴스 제공] 다음은 11일 노무현 대통령 기자회견 모두발언 전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여러 가지 걱정거리 많을 줄 압니다. 여러 주제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겠지만, 오늘 저의 발언으로는 미리 약속한대로 대선자금과 측근-친인척 비리에 관련해서 입장을 말씀드리고 나중에 질문 있으면 그 밖의 문제도 성의껏 답하겠다. 먼저 죄송합니다. 부끄럽고 난감하기 짝이 없다. 거듭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 말로 끝나는 사과, 그 뒤에 다시 달라지지 않는 정치에 짜증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늘 사과를 다르게 하겠습니다. 책임지겠다고 약속드린 바와 같이 앞으로도 책임지겠다. 그리고 진지한 자세로 책임있게 나가도록 하겠다. 같은 일로 다시 사과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먼저 대선자금 등 정치자금과 유용혐의가 있는 금액 성격에 대해서는 검찰 발표와 다소 다를 수 있다는 논란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봐서 제가 추측하고 부분적으로는 확인할 수 있는 범위의 금액은 거의 밝혀졌다. 검찰의 능력에 대해 참으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때로는 소름 끼칠 정도로 검찰은 유능했다. 너무하다 싶을 때도 있었으나 검찰이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하고, 노고를 치하합니다. 1/10을 넘었느냐를 얘기하기가 구차하다. 시비가 되고 있으니 문제의 논의방향이 본질을 왜곡하고 호도할 수 있기에 문제에 대해서는 질문하면 답하겠으나 대체적으로 1/10을 넘지 않는다. 성격에 있어서 논란이 있는 부분이 있는 부분이 포함되느냐 않느냐에서 차이가 있어도 수억을 넘지 않는 것 같다. 문제는 넘느냐 넘지 않느냐가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현저히 넘어서 말의 책임을 져야한다면 책임질 각오를 가지고 있다. 저의 선거참모들, 선거대책위원장과 본부장, 유세본부장이 모두 구속됐다. 참으로 죄송하기 짝이 없다.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다. 그들과 그들의 가족에 대해서도 한없이 미안하다. 대통령은 내가 당선되고, 그들은 감옥에 있으니 민망하다. 제가 벌을 받을 수 있다면 마음이 가벼울 것이다. 그러나 또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더 무겁다. 그들을 위해 한마디 변론한다면 그들에게 횡령이 없었다는 것이다. 법을 어겼으나 선거 위해 노력했고, 착복하거나 치부하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특히 이상수 본부장은 돈을 많이 만진 사람이라 얼마간 돈이 비는 게 자연스러운 데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한 것에 감사하다. 야당쪽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음이 무겁다. 예전에는 문제 안되다가 이번에는 문제됐다. 선거제도와 문화가 만들어낸 희생자라고도 할 수 있으나 달리 내가 도와줄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 요컨대, 고통을 받는 우리 모두가 보다 나은 미래로 한발자국 더 나아가는 진통이 됐으면 한다. 오늘과 다른 내일이 됐으면 좋겠다. 바라보는 국민들 고통도 오죽하겠나? 그러나 좋아질 것이다. 그저 난리를 치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겪는 진통의 과정이다. 벌할 건 벌하고 비난할 건 비난하되 내일에 대한 믿음만은 버리지 말고 도와주십시오. 열심히 하겠다. 측근들, 아주 가까운 사람들 최도술은 15∼20년간 일을 맡았고, 안희정은 15년, 제가 감독하고 관리해야할 사람들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져야 한다. 거듭거듭 사과한다. 이들이 조달하고 사용한 대선자금은 그들이 한 것이라기보다는 저의 손발로써 한 것이다. 법적인 책임은 그들이 받되, 정치적 비난은 저에게 해달라. 그러나 이들이라도 대선이후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대해 저도 마음이 아프다. 용서하기 어려운 마음이다. 그리고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 저는 그들에 대한 신뢰를 거두기 힘들다. 그들이 보관한 돈의 용도에 대해 그들의 선의를 믿고 있다. 그들이 개인적으로 치부하고 축재한 게 아니라 대통령의 체면치레를 위해 알아서 관리한 돈으로 생각한다. 그 근거는 그들이 나를 십수년간 속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이라 나의 승낙을 받곤 한다. 안희정이 아파트를 사려고 2억원 유용했다는 보도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예전 아파트를 팔아서 돈을 다시 채워 넣었다고 한다. 법적으로는 유용에 해당할 수 있으나 착복의 고의가 있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벌은 받을 것이다. 너그러운 평가가 있길 바란다. 이 판에 제 형 노건평까지 끼어들어서 참 미안하기 짝이 없다. 대우건설이 워크아웃 기업인데, 사장 유임 청탁하려고 3천만원 받았다. 어떻든 그 일은 성사되지 않았다. 돈은 이미 돌려줬다고 한다. 아울러 1억원을 주는 것을 받지 않고 거절한 사실 있으니 함께 모아 판단해달라. 어쨌든 죄송하다. 노건평씨는 저에게 지금까지 3번 청탁했는데, 모두 성사되지 않았다. 한 번은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서 아는 척 하지 않았다. 또 한 번은 청탁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 잘될 수 있는 것이 안됐다. 그냥 안된 게 아니라 제가 안되게 했다. 남상국 사장은 민정과 인사에 지시해서 영향력 할 수 있는 만큼 행사해서 연임 안 되게 지시하고 뒤에 확인까지 했다. 형님의 실수가 있어도 제가 잘 관리할 테니 이해해달라. 제가 당선된 후에 우리 형님 집에는 사람들 줄이 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얼마나 많은 청탁으로 괴롭혔겠나? 세 번 이외에는 저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거절하기 힘든 것도 있었겠지만, 그 정도까지는 형이 지켜줬다. 남상국 사장은 빚에 쪼들린 민경찬이 병원 짓는 데 공사비라도 싸게 할 수 있을 지 하는 기대로 자형을 조른 것 같고, 그것을 못 이긴 형이 저에게 전화한 것 같다. 형은 오래 전부터 건설면허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가지고 있는 지 모르겠다. 제가 경선후보 된 후로 일거리를 따지 못해 사업이 아주 어렵다. 딸은 시집갔고, 아들은 아직 취직을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의혹에 시달리는데, 도와달라. 노건평은 아무 힘이 없으니 가만 내버려줬으면 한다. 어떤 청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에 크게 성공한 사람이 시골의 힘없는 사람에게 돈주고 머리 조아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민경찬은 경선할 즈음에 병원 짓는다는 얘기는 들었다. 후보가 된 후 융자받게 해달라고 부탁한 걸 내가 거절했다. 나도 부탁할 곳이 없었다. 우리 금융기관도 부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아예 안 했다. 때때로 감시했으나 병원 빚으로 이미 일어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민정팀과 갈등이 많았는데, 그 사이에 일이 터진 것이다. 왜 감시 다 못했냐고 하지만 민정수석실의 인력이 그다지 많지 않다. 사생활 있는데 모든 활동을 감시하고 방해할 수는 없어 때때로 챙겨보는 수준이었다. 이번에 650억 펀드를 청와대와 조율했다고 하지만, 조율할 게 따로 있지? 숨길 것도 없다. 불러서 사실 관계 확인하라고 했다. 나는 그 동안 다 노출시켰다.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율도 숨기려고 하지도 않겠다. 그 밖에 관리대상이 수백 명이라 골치 아프다. 내가 아는 사람은 수십 명인데.... 가끔 5촌 넘는 사람이 저와의 관계 들먹인다는데, 때때로 경고이외에 잡아 가두는 등 달리 제재할 방법이 없다. 합리적으로 대우해달라. 제가 당선된 후 취직 못하던 제 조카가 조그만 회사의 부사장이 됐다. 민정에 그 회사에 특혜주지 않도록 지시하려고 한다. 누님은 울며불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나에게 항의했다. 네가 먹여살리겠냐고 했지만, 누님이 틀리고 제가 맞다고 했다. 지금은 실직중에 있다. 조카가 KT 나와서 무슨 회사 사장되고, 주식도 굴린다고 해서 이사 이상은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 이사 이상을 하면 세무조사 하겠다고 하니 기술이사를 하고 있다. 지금은 중국 영업에 전념한다고 듣고 있다. 아들딸은 전혀 대통령의 아들딸 행세할 생각이 없는 것같다. 그래도 걱정되니 잘 관리하겠다. 민정도 다 할 수 없는 한계 있는 것을 이해하고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문화가 정착돼야...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 말하겠다. 이 정도 과오가 드러나면 뭔가 책임져야 한다. 게다가 내가 스스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서 재신임 약속을 매듭짓지 못했다. 1/10 약속도 해놓은 상태다. 엊그제 이회창 후보도 책임지라고 하고, 탄핵 발의돼 있는 상태다. 고심을 많이 했는데, 야당은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고 저도 자리를 걸고 책임지라고 했으니 자리를 걸고 책임지는 결단 피할 수 없다. 저는 자리에 집착하지 않겠다. 구차하게 잔꾀를 부리지도 않겠다. 권력은 마약이라고 한다. 잡으면 놓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련다. 사리사욕과 친인척 위해 쓸 수 있는 권력도 없다. 정계개편, 당정운영의 능력도 없다. 강렬한 포부와 열정, 국민들에 대한 사명감 없으면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 될 수 있다. 지금 한국의 대통령 자리가 그렇다. 한편으로는 대단히 무겁고 막중한 자리다. 진퇴를 걸고 책임을 지되 국정혼란과 국민불안 없게 해나가겠다. 저의 결론은 총선 결과를 존중해서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뜻을 심판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상응하는 정치적 결단을 하겠다. 일단 이번 총선에서 판단해달라. 결단의 내용과 절차는 오늘 말하기에는 너무 중대한 문제여서 다음에 우리당 입당하거나 안하는 또 다른 계기에 소상하게 말하겠다. 마음의 방향은 이미 서 있지만, 말은 그때 하겠다. 왜 그렇게 하냐? 다른 방법이 없다. 국민투표 좋다고 했는데, 좌절돼서 다시 꺼낼 수가 없다. 그냥 넘어갈 수도 없다. 현실적으로 갈등과 혼란 매듭짓는 방안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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