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기사 읽는 비법 두가지

  • 등록 2002-02-01 오후 6:25:03

    수정 2002-02-01 오후 6:25:03

[edaily]쏟아지는 기사들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읽을 수 있을까요. 무작정 기사만 보고 투자를 해서 손해를 봤다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기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아시면 기사를 잘 읽는 방법도 쉽게 터득할 수 있습니다. 채권외환팀의 정명수 기자가 기사 읽는 비법 두가지를 소개합니다. "바빠 죽겠는데 일일이 기사를 어떻게 읽어요?" 시시각각 국채선물 가격은 변하는데 하루에도 수백건씩 쏟아지는 기사를 읽어볼 시간이 없다는 한 선물 브로커의 말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기사를 읽고 쓰는 것이 직업인 저도 다른 기자들이 쓴 기사를 다 읽지 못하는 걸요. 그래서 정확하고 빠르게 기사를 읽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몇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 원칙을 알고 있으면 기사의 행간도 읽을 수 있습니다. 아래 기사는 1일 오전 9시57분 블룸버그에 나온 기사입니다. 한국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정책을 구사하거나 금리인하를 추가로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 기사가 나가자 채권시장은 "금리인하 여력이 있다"는 말에 초점을 맞춰 잠깐 흥분하기도 했었죠. 좀 길지만 기사의 중요 내용을 원문으로 실었습니다. "IMF Says Korea Has Room to Boost Spending, Cut Interest Rates" South Korea has the scope to increase government spending and cut interest rates futher if economic growth falters, the International Monetary Fund Said. "When growth is slower than the potential rate in Korea, the government should be running deficits." said Paul Gruenwald, the IMF"s resident representative in Korea, in an interview. He added that "there"s scope to lower(interest rates) a little bit." 맨 윗줄은 기사 제목인데요. "한국, 재정지출과 금리인하 여력있어-IMF" 쯤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바로 기사 내용으로 들어가서 "한국은 재정확대와 추가적인 금리인하 여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경제성정이 흔들거리면...이라고 IMF는 말했다"는 뜻이죠. 일부러 영어 어순을 그대로 따라서 번역을 했습니다. 블룸버그 기사 본문에는 지난해 한국의 재정정책은 어떻했고 금리는 얼마나 낮췄고 이런 부연 설명이 있습니다. 기자가 쓴 것이죠. IMF 서울 소장, 폴 그룬왈드의 코멘트는 그 다음에 뒤따라 다시 나옵니다. "If you have the flextibility to provide stimulus to the economy when performance is weak and take out when performance is very strong, that"s a better macro policy than trying to balance the budget every year." Gruenwald said. Though the Bank of Korea trimmed iss key interest rate 1.25 percentage point to a record-low 4 percent last year, there"s probably room to consider further rate cuts, Gruenwald sail. (경제실적이 약할 때 경기를 자극하고 경제실적이 매우 강하면 자극 정책을 그만두는 유연성이 매년 재정균형을 유지하려는 정책보다는 더 좋은 거시경제 정책이다"라고 그룬왈드는 말했다.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4%까지 낮췄지만 추가적인 금리인하 여력이 있을 것이다"라고 그룬왈드는 말했다.) 위 기사를 우리말 어순에 맞게 다시 번역을 해서 기사를 쓰면 다음과 같이 될 것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경제 성장이 흔들릴 경우 정부가 지출을 늘리고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폴 그룬왈드 IMF 서울사무소장은 1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을 경우 재정적자를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금리를 소폭 인하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 대해 "상황이 악화될 경우 금리를 더욱 낮출 여지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를 한번더 축약하면 앞서 말한 제목과 거의 유사하게 되는데 "한국 경제가 흔들리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추가로 쓸 여지가 있다고 IMF 서울 사무소장이 말했다"가 됩니다. 제가 장황하게 외신 기사 하나를 거의 전제하고 그것이 우리말 기사로 바뀌는 과정을 일일이 설명한 이유는 맨 마지막 기사 축약때문입니다. "한국 경제가 흔들리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쓸 여지가 있다" 앞뒤 문장을 다 들어내고 나면 이 말은 교양으로 경제학 수업을 들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평범한 코멘트입니다. "배고프면 밥을 더 먹어야한다"와 같은 식이죠. 그런데 이것이 왜 기사가 될까요. 그리고 이 기사에 채권시장이 잠시 흥분한 이유는 뭘까요. 이 평범한 말이 기사가 되는 이유는 이 말을 한 사람이 IMF 서울소장이기 때문입니다. 보통사람이 말하면 평이한 문장이지만 IMF 서울소장이 말하니까 주목을 받는 것이죠. 기자가 기사를 찾는 원칙 중에 "특별한 사람이 하는 말을 잡아라"라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인기 영화배우 김희선씨를 보고 동네 아저씨가 "그 아가씨 참 이쁘네"라고 말하면 아무 것도 아니죠. 그러나 모 재벌회장이 무심결에(?) "김희선씨는 참 이뻐" 이렇게 말했다면 스포츠 신문 1면에 날 기사가 됩니다. 둘째, 시장이 흥분한 이유는 제목에서 찾아야합니다. 기사 제목이 "금리인하 여지가 있다-IMF 서울소장"이런 식으로 앞뒤 내용 없이 나가면 "IMF에서는 금리를 더 내려도 된다고 생각하는구나"라고 순간적으로 착각할 수 있죠. 정확하게 제목을 쓴다면 "한국, 경기 흔들리면 금리인하 여지 있어-IMF"이렇게 나가야하죠. 그러나 블룸버그 영문 기사 제목에서 보듯이 "경기가 흔들리면..."이라는 조건문은 보통 생략됩니다. 기사 원칙 중에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가장 앞에 배치하라"는 것이 있습니다. 블룸버그 기사에서도 기사 첫머리 IMF 소장 말은 "South Korea has the scope to increase government spending and cut interest rates futher..." 이렇게 시작하죠. 그 다음에 "if economic growth falters, the International Monetary Fund Said."가 됩니다. 앞에 말을 강조하는 것이죠. "IF economic growth falters, South Korea has the scope to increase government spending and cut interest rates futher." 이렇게 쓰지는 않습니다. 정리하면 누군가의 코멘트가 나온다면 그것이 누군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기사를 읽는 제1원칙입니다. 만약 누가 코멘트했는지 밝히지 않는다면... 기사 밸류가 크게 떨어지는 것이죠.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 보도하는 수가 있지만 이는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더구나 당국자의 코멘트라면 더더욱 "누가" 말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둘째, "A면 B다"식의 코멘트 기사는 보통 제목이 "B다"로 뽑히게 되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기사 속에 이는 "A면"이라는 말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경제 기사는 딱딱하고 어려운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기자도 사람이어서 자신의 기사를 가능하면 "자극적이고 임팩트가 강하게" 쓰려고 하니까 독자들도 그 점을 잘 알고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기사 잘 읽고 부우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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