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캐피탈社)⑦산은캐피탈, 곳곳에 암초

캐피탈社 리스크에 복합적으로 노출
PF·리스 등 사업기반 약화로 재무비율 악화
동일차주 거액여신·외화차입 등 과제
  • 등록 2008-10-09 오후 2:09:42

    수정 2008-10-09 오후 3:21:03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캐피탈 업체들이 최근 겪고 있는 모든 리스크들을 이 회사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복합적으로 떠안고 있다"

은행계 여신전문금융사 1위의 자산규모(4조원)를 자랑하는 산은캐피탈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개인대출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역에 진출해 있는 산은캐피탈은 리스 업황 둔화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신건전성 악화 등 캐피탈사들을 고전하게 만들고 있는 주요 위험에 모두 노출돼 있다.

◇ 영업기반 선박리스 `주춤`..외화상환도 부담



최근 들어 산은캐피탈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선박리스 사업의 부진이다.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국내시장의 외화부족 사태가 주요 영업기반인 선박리스 사업의 기반을 흔들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선박리스 사업은 외화차입을 기초로 한다. 선박을 사들이는 것부터 해운사에 리스하기까지 거의 모든 거래가 외화로 이뤄져, 외화 조달력은 곧 영업을 할 수 있느냐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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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제 금융시장이 움츠러들면서 외화를 끌어오기가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실제 외화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지난 1분기 산은캐피탈의 선박리스 실행액은 161억원으로 전년 동기 1015억원의 10분의 1수준으로 위축됐다.

신평사 관계자는 "대출 이후 (리스료가) 균등분할상환되는 선박리스는 한번 빌려주면 금방금방 돈이 들어오는 성과가 큰 사업"이라면서도 "하지만 외화 차입 등 관련 업무가 막히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고 최근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산은캐피탈의 경우 선박리스 사업을 위한 외화를 어디서 구하느냐를 걱정할 게 아니라 빌린 외화를 어떻게 갚느냐를 먼저 걱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월말 현재 만기 1년 이내의 외화차입금이 25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달러-원 환율이 폭등하는 등 외화 품귀 현상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외화를 어디서 구하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산은캐피탈은 이에 대해 "모회사인 산업은행으로부터 제공받은 신용공여한도(크레디트 라인)가 7000억원 이상 남아 있다"고 답했다. "12월 중에 1억달러(약 1395억원) 규모의 외화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이미 6300만달러를 조달했고, 나머지 3700만달러는 달러로 받는 원리금과 산업은행으로부터의 차입금으로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동일차주 거액여신 부담..PF부실 한건에 `휘청`

주택경기 침체와 더불어 PF 부실화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718억원의 대출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스포츠랜드부산㈜의 부실화는 상당한 피해를 남겼다. 지난 3월말 기준 대손충당금만 235억원을 설정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6월3일 최종 부도처리 이후 약 4개월이 지나도록 정상화 절차가 답보상태에 머물러 부실규모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여신을 제공한 지 8개월여 만에 스포츠랜드부산이 부실화함에 따라 "회사의 사업성 평가 능력 및 여신제공 의사결정 과정에 부정적인 요인"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산은캐피탈 측은 "일반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여신심사실에서 심사의견을 받고 임원이 참석하는 신용위원회(대출의사결정기구)를 여는 등 심사과정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신일의 부도로 요주의채권이 507억원 증가했고, 역시 부도 처리된 세종건설㈜이 시공 중인 타운하우스 관련 채권 180억도 보유하고 있다.

스포츠랜드부산㈜이나 신일의 사례 등에서 처럼 산은캐피탈PF의 문제는 동일차주 거액여신이 많다는 것. 건설사들이 더 어려워지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 수익성·자산건전성·완충력 지표 악화

리스 영업환경 악화와 PF 자산의 부실화는 자연스럽게 주요 재무비율을 크게 떨어뜨렸
다.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완충력 지표가 모두 악화됐다.

먼저 여신사들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순이익률(ROE 당기순이익/자기자본)은 지난 1분기 10%대(18.6%)로 떨어지면서 21.1%인 5개년 평균치를 밑돌았다.

자산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고정이하채권/총채권)도 지난해 1분기 2.2%에서 올해 6월말 현재 4.15%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주요 캐피탈사 가운데 한국캐피탈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위기상황에서의 완충력을 보여주는 자본적정성 지표도 좋지 못하다. 충당금 적립비율(충당금/고정이하채권)은 작년 1분기 136.6%에서 올해 82.9%로 떨어졌다. 충당금은 고정이하채권 대비 100% 이상 쌓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정자기자본비율도 14.7%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9%는 물론 5년 평균인 15.6%를 하회했다.

한신정평가는 최근 산은캐피탈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통해 "산은캐피탈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업계 평균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나 최근 여신 부실화 건수에 비해 규모가 커 자본완충능력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고 있다.

주요 재무비율이 악화된 데 대해 산은캐피탈 측은 "스포츠랜드부산㈜의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이어 "동일차주 거액여신 상황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PF 대출은 분기별로 회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 심각한 위기는 아니나.."자산감소 불가피"

비록 산은캐피탈이 다양한 문제에 얽혀 있지만 현재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까지 해석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산업은행의 `후광 효과`도 한 배경으로 꼽힌다.

산업은행은 현재 산은캐피탈의 지분 99.92%를 보유한 매우 든든한 버팀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산은캐피탈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산업은행이 쓴 돈이 얼만데(1999년 이후 누적 증자규모 7366억원) 그냥 내버려두겠느냐는 막연한 믿음이 기관투자자들 사이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주 사업기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지난 2년 동안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한 업계 전문가는 "주 사업기반인 선박리스와 부동산 PF 사업이 주춤한 만큼 자산규모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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