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곤 금융감독원 디지털금융혁신국장은 디지털자산정책포럼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최근 미국 금융 당국의 규제 동향에 대해 소개하며 “우리 감독 당국에서도 이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미국 금융 당국의 분위기가 최근 바뀌었다는 점을 짚었다. “종전까지 자율적인 규제 체계였다면, 최근에는 좀 더 엄격하고 직관적인 규제 체계로 변했다”는 설명이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해 3월 가상자산의 잠재적 위험을 점검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했고, 같은 해 9월에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규제프레임워크에는 소비자 보호와 금융 안정성 강화, 불법 금융 근절,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강화 방안 등을 담았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발생한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루나·테라‘의 폭락과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 사태가 발생하면서, SEC와 의회에서도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규제 수위를 한층 높이게 된 것으로 김 국장은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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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팍소스는 작년 4월 뉴욕 금융감독국(NYDFS)으로부터 조건부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사업 중이었다. 하지만, 최근 SEC가 팍소스가 스테이블코인 UBSD를 발행·운영하는 과정에서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서, NYDFS도 팍소스에 BUSD 발행 중단 명령을 내렸다.
김 국장은 “앞에서는 조건부 라이선스를 내주면서 유화적인 입장을 취했다가, 최근엔 발행 중단을 명령했다”며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는 전반적으로 상당히 노골적이고 인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SEC는 미국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겐의 스테이킹 서비스도 문제 삼았다. 크라겐의 스테이킹 서비스가 미등록증권에 해당한다며 서비스 중지를 명령하고 벌금 3000만 달러를 부과한 것이다.
스테이킹은 지분증명(PoS)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작동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네트워크 내 검증자들은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주체임을 입증하기 위해 담보로 코인을 맡기고 트랜잭션 처리 작업에 참여한다. 담보를 많이 맡길수록 더 많은 작업을 처리할 수 있고 그 대가로 더 많은 코인을 받게 된다.
스테이킹 서비스는 검증자로 스테이킹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검증자에 코인을 빌려주고 일부 수익을 공유 받게 해주는 탈중앙화 금융(DeFi·디파이) 서비스다. 이같이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스테이킹 서비스가 모두 미등록 증권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공포가 미국에서 확산 중이다.
김 국장은 “SEC가 크라켄 스테이킹 서비스에 대해 ‘미등록 투자계약 증권 판매’에 해당한다고 벌금을 부여한 부분과 리플에 대한 소송 결과를 우리 감독 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금감원이 미국 규제 사례를 주목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기준 마련 시에도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제재나 리플 소송 결과가 영향을 주는 것 아닌지 관심이 쏠린다.
금감원은 이달 중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체크리스트‘를 마련할 계획이다. 토큰 증권(ST)이 제도권 내로 들어오게 되면서, 기존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이 필요해지자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향후 자본시장법을 정비해 규율 내에서 토큰증권 발행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국장은 미국의 규제 사례가 국내 제도 수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증권 판단에 대한) 법체계가 미국과 우리나라가 똑같지는 않다”며 “미국의 규제를 그대로 따라간다기보다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