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조흥은행 매각, 쉼표냐 마침표냐

  • 등록 2002-11-29 오후 5:54:35

    수정 2002-11-29 오후 5:54:35

[edaily 문병언기자] 조흥은행 매각을 둘러싸고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까지 시끄럽습니다. 유력한 인수 후보자인 신한지주와 서버러스 컨소시엄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시민, 사회운동단체들은 매각작업의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또 한나라당에 이어 여당인 민주당도 대선 이후로 매각을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부는 조흥은행 매각을 강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자칫 정치논리에 휘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경제부 문병언기자가 전합니다. 당초 신한지주(BNP파리바+워버그핀커스) 품에 안길 것으로 유력시됐던 조흥은행의 시집보내기가 오리무중인 상황으로 변했습니다. 미국 투자펀드인 서버러스가 일본 신세이은행과 함께 제일은행을 컨소시엄에 끌어들여 신한지주에 뒤지지 않는 만만찮은 진용을 갖추고 강한 인수의지를 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조흥은행측은 독자생존을 주장하며 매각에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매각이 이뤄질 경우 즉각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입니다. 여직원이 삭발투쟁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독자생존이 최선의 목표이지만 이왕 팔릴 거라면 신한지주보다는 제일은행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제일은행의 자산이 조흥의 절반에 불과해 합병되더라도 "점령군"의 입김을 적게 받고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입니다. 조흥 직원들이 신한에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100년 민족자본"이라는 자부심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105년 된 노인이 이제 스무살인 새파란 청년한테 머리를 숙일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신한이 재일교포 자금으로 출발했다는 점을 들어 민족자본이 외국자본에 먹힐 수는 없다는 논리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신한지주측은 제일은행도 조흥의 한참 동생 뻘에 불과하고, 재일교포 자금은 안되고 "양키(미국) 자본"은 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합니다. 그리고 신한지주는 법보다 위에 있는 "국민정서법"에 있어서 제일은행보다 유리하다고 강조합니다. 뉴브리지에 넘어간 제일은행에 "돈 먹는 공룡"으로 불릴 만큼 엄청난 혈세를 투입했는데 조흥은행까지 넘겨주는 걸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죠. 이와 함께 서버러스는 투자펀드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지분을 팔고 떠날 것이라는 점도 내세우고 있습니다. "먹튀(먹고 튀는)"에게 넘길 경우 추후 새주인을 다시 찾아야만 한다는 거죠. 게다가 뉴브리지가 제일은행을 인수한 후 경영성과가 기대에 못미쳤다며 외국업체에 매각하기 보다는 경영능력이 입증된 신한지주가 임자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도 합니다. 이에 대해 코헨 제일은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뉴브리지는 10년이상 투자하는 펀드"라며 단기간내에 차익을 얻고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인수에 성공할 경우 조흥은행 직원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는 등 적극적인 구애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조흥은행 처리에 대한 정치권의 입김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29일 민주당은 사전내락설, 정치자금설 등 불필요한 억측을 낳고 주가가 낮은 상황에서 헐값매각 시비를 초래하고 있다며 매각을 대선후로 미룰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도 매각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여기다가 이날 51개 시민·사회운동단체는 "공대위"를 발족시키고 정권 말기의 무리한 금융구조조정이 금융산업과 국민경제의 위험성을 확대, 심화시킨다며 조흥은행 매각의 즉각 중단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조흥은행 매각에 관한 입장은 확고해 보입니다. 즉 "인수 희망자가 있을 때 팔아야 된다"는 겁니다. 하여튼 여기저기서 훈수가 너무 많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논리가 끼어들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한보철강, 대우자동차 등 사공이 많아 적기 매각을 놓치고 나중에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진 경우를 수 없이 경험했습니다. 신한지주의 한 관계자는 "투자펀드에 매각하는 것은 금융(은행) 구조조정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니라 쉼표를 찍는 것일 뿐이다"고 말했습니다. 조흥은행 처리가 쉼표가 될 지, 마침표가 될 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외부 요인에 의해 휘둘리지 말고 시장논리에 따라 투명하게 처리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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