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인터뷰)억만장자 클럽 `타이거21` 갤러거 CEO

은퇴한 부자일수록 휴먼 네트워킹 중요
헤지펀드 투자는 안정성 추구의 다른 방법
  • 등록 2007-04-03 오후 3:22:52

    수정 2007-04-03 오후 3:22:52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미국 억만장자 투자클럽 `타이거21` 탐 갤러거 최고경영자(CEO)를 처음 만났을 때 조금 놀랐다. 물론 수억달러의 재산을 가졌으면서도 값싼 햄버거를 먹고 허름한 옷을 입으며 골프가 아닌 야구에 열광하는 미국 부자들이 많다는 걸 알지만 막상 너무나 평범한 인상의 부자를 만나니 의외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빛바랜 청바지에 주황색 라운드 티셔츠를 입은 그는 거부가 아니라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 같았다. 기자에게도 "나는 지하철에서 언제든 볼 수 있는 사람이니 편하게 생각하라"고 첫 인사를 건넸다.


탐 갤러거의 인생은 크게 `아메리칸 드림`과 `911 테러`로 요약할 수 있다.
 
올해 62세인 그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인 1960년대 초반 월가에 발을 디뎠고 증권 중개 업무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39년동안 월가에서 일하며 승진 계단을 밟았고, 고졸이라는 학력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투자은행 CIBC 월드마켓의 부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911을 기점으로 송두리째 바뀌었다. 월드 트레이트 센터에서 근무했던 그는 눈앞에서 사람들이 추락사하는 모습을 목격하며 엄청난 충격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그 직후 직장에서도 해고당했고 개인사적인 문제도 겹쳤다.

물론 당시에도 부자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인생 최초로 겪는 여러 어려움들을 헤쳐나가기 힘들었다. 그는 "그 때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완전히 황폐한 상태였고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도 찾기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그간 못했던 공부나 하자며 대학에 들어간 그는 우연한 기회에 타이거21을 알게 됐다. 회원으로 가입하고 활발한 활동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고 밝혔다.

2005년부터 그가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면서 타이거21은 좀 더 체계적인 모임의 기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회원 수의 증가 속도가 늘었고, 뉴욕 외의 미국 대도시에 지점을 개설했으며, 모임에 참가하지 못하는 회원들을 위한 비디오 컨퍼런스도 준비하기 시작했다.

◆"타이거21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해요"..회원들의 절대 신뢰

갤러거 CEO는 타이거21이 회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는 "나 역시 40년동안 월가에서 승승장구했던 터라 그 전에는 왜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가 필요한 지 몰랐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졸지에 911과 해고를 겪어보니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 재산은 어떻게 지켜나가야할 지, 이런 문제를 누구와 의논해야 할 지 막막하더라는 것.

다른 회원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특히 기업가 출신 회원의 경우 자신이 평생 일군 사업을 매각해 거부가 됐지만 이를 관리하는 법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가 가진 모든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한 번도 투자자가 돼 본 적이 없으니 이제 어떡해야 해?"라는 질문을 하는 회원들이 많았다고. 모두 뒤늦게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깨달은 사람들인 셈이다.

이는 투자 수익 확대와도 직결된다. 부자의 경우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일단 은퇴했다면 이전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꾸준히 내야만 한다.

매년 200만~300만달러의 수익을 내는 사업체를 2000만달러에 매각한 부자가 있다. 은행에 이 돈을 예치하면 5%의 수익, 즉 100만달러가 매년 들어오지만 고급 아파트, 별장, 요트 등을 유지하고 가족들에게 재정 지원을 계속 해주려면 100만달러로는 부족하다.

갤러거 CEO는 "이런 사람들이 타이거21의 문을 두드린다"며 "이는 한 회원의 실화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도 있지만 회원들은 타이거21에 대해 상당한 신뢰와 애정을 갖고 있다. 자수성가한 부자들이 서로의 능력과 인생 경험에서 우러나온 고급 정보와 투자 지식을 공유하다보니 효과가 배가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 타이거21의 홈페이지에는 "가입 첫 해에 타이거21의 도움으로 8%의 수익을 냈는데 소요된 비용은 예전에 금융 전문가들에게 지불하던 절반에 불과했다" "투자, 결혼생활, 건강, 가족 문제 등을 결정하는 데 있어 회원들의 조언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한다"는 회원들의 고백이 실려있다.

◆세계 경제 불안 요인 확대로 투자 다변화 불가피

흔히 부자들은 고수익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고 주식, 채권으로 구성된 전통적 투자 포트폴리오를 선호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해 갤러거 CEO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은 맞지만 투자 방법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며 "이 또한 안정성 추구의 다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타이거 21 회원들의 포트폴리오 내 주식 비중이 한 해 전 37%에서 30%로 줄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반면 헤지펀드와 같은 대안 투자 비율은 한 해 전 4.5%에서 9.6%로 늘었다.

갤러거 CEO는 "우리가 고수익 고위험을 추구하기 위해 헤지펀드와 같은 대안 투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통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것은 그만큼 세계 경제의 변동성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달러 약세, 미국 경상적자, 미국 경제 둔화, 인플레이션, 중동 및 북한 문제, 부시 정권의 실정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 등 불확실성이 갈수록 늘어난다"며 "우리가 점점 보수적으로 변하고, 투자에 대해 조심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투자가 아니라 대안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낙관론을 유지했다. 갤러거 CEO는 "아직까지 미국 기업들의 이익은 상당히 좋은 편이고 주가수익비율(P/E)도 너무 높지 않다"며 "서브프라임 문제의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하할 경우 달러 약세가 심화된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아메리칸 드림은 없으나 부자가 되는 길은 근면과 정직 뿐

성공 비결과 부자가 되기 위한 비법을 물었다. 갤러거는 "남들보다 열심히 일하긴 했지만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비법에 대해서는 "너무나 식상하지만 부자가 되는 길은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게 사는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적 목표는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과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을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당면 과제는 자신과 부인의 건강이라고 덧붙였다.

특이한 것은 자신이 아메리칸 드림의 산 증거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는 점. 갤러거 CEO는 "부모의 부가 자식의 인생을 결정하고 전 세계적으로 교육 수준과 비용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가난한 사람들이 자수성가한다는 것이 힘든 일임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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