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근의 국제금융단상)춤판같은 시장을 …

  • 등록 2005-02-17 오후 3:39:42

    수정 2005-02-17 오후 3:39:42

[edaily] 엊그제 밤을 거의 새우다시피 하여 어제는 하루종일 정신이 몽롱하고 뒷골이 무거운 가운데 지내야만 했습니다. 차라리 무엇이라도 하면서 밤을 새웠더라면 오히려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자리에 누워 잠을 설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소름끼치도록 배운 하루였습니다. 밤새 열번 가까이 그것도 거의 30~40분 간격으로 전기가 끊겼다가 들어오고 그 와중에 현관에 붙은 인터폰이 울려 처음엔 술취한 이웃이 잘못 눌렀나 하다가 나중엔 누가 우리집을 집중적으로 괴롭히나 하다가 이거 진짜로 아파트 계단에 장난기 어린 귀신이라도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망상까지 해보았을 정도였습니다. 아침이 되어 전기실에 문의해보고서야 온 아파트가 다 잠을 못자고 난리가 났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단순한 해프닝으로 여기기엔 어제 하루가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전기는 당연히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이란 기본관념이 무너지고 그게 불규칙하게 작동되어 일종의 고장(disorder)상태가 될 때 얼마나 우리의 삶을 괴롭힐 수 있는지를 겪은 그런 날이었습니다. 안사람과 그런 대화를 다 나눌 정도였습니다. 요즘 기계가 반란을 일으키는 공상과학영화처럼 문명의 이기들이 잘못 작동되었을 때 주는 혼란과 불편은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긴 영화 `이탈리언잡`에서도 의도적인 교통혼잡을 이용한 범죄가 주된 내용이었고 얼마전 미국에서의 정전상태에서의 치안부재도 그런 예일 것입니다. 어제 밤 미국에서는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이야기가 화두가 되었습니다.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작년 6월 이후 연방기금금리(Fed Rate)를 1.5%포인트나 인상했음에도, 최근 장기채권 금리가 떨어지는 것을 이해할 수 없으며... 장기채권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수수께끼"라고 말했답니다. 아울러 인플레압력이 낮은 수준이라고까지 했으니 오히려 그린스펀의 그말 자체가 수수께끼인 셈입니다. 단기금리야 시장의 수급과 정책적인 금리수준이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장기금리란 그야말로 시장의 기대가 가장 민감하게 반영된다는 측면에서 시장에서는 장기적인 경제전망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음을 읽고 있는 그린스펀으로서는, 물가안정(인플레이션 억제)과 함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야 하는데 장기적인 경제불안이 자칫 미국의 쌍둥이적자를 고정화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불안을 야기한다는 것이겠지요. 더구나 쌍둥이 적자가 미국의 낮은 생산성과 과도한 소비성향과 맞물려 있는 민감한 사항이다보니 금리를 올려 소비를 억제하려던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될 가능성도 있다보니 불안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또 그동안 미국으로의 자금유입이 감소되는 부작용을 초래함에도 국제무역시장에서의 균형달성이란 표제하에 추진되어오던 약달러정책을 통한 무역수지개선까지도 금리상승이란 절대적 재료앞에선 어쩔 수 없이 강달러로 전환될 수 밖에 없는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도 국내문제를 우선해야하는 처지가 안타까와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경제란 물풍선같은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한쪽을 죄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고 총량은 변함이 없는... 덕분에 그래도 말발은 먹혔는지 장단기 금리는 5~6bp 정도씩 올라가고(2년 3.4%, 10년 4.15%) 달러까지 속등했습니다.(엔 105.45, 유로1.3030) 그래도 우리 원화는 꿋꿋합니다.(1026원/달러) 자랑스러워해야 할지 아니면 외부의 변화나 충격에 반응하지 않는 경제적 문둥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게 있어서 시장이란 춤판같아서 신명나는 음악이 있고 격렬하게 돌아가는 춤사위가 있어야 제격이 아닌가 합니다. 시장이 안정적이란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고 결국 시장의 실패란 계획경제의 시작이란 것입니다. 그리고 시장의 활성화는 적절히 관리되고 있는 투기꾼들을 얼마나 잘 끌어들일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최근 불거졌던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혼란도 결국은 안정이란 미명에서 벌어진 부작용이요, 부동산시장에서의 숱한 문제점도 결국은 정부의 안정책에서 원죄가 시작되었던 것 아닐까요. 그제 한밤중의 전기고장(disorder)에 따른 어려움을 겪으며 시장의 실패 또는 고장이 초래할 엄청난 부작용과 혼란을 떠올려봅니다. 우리가 시장에서 추구해야할 화두는 안정과 균등이 아니라 조화와 균형속의 발전이란 사실을 말입니다. 더구나 오늘 아침 재정수지 악화가 지속되고 있고 향후의 경제불안으로 말미암아 개선이 불투명해 보인다는 이유로 다시 신용등급이 하락한 필리핀( BB2에서 B1으로 )을 보며 고장과 실패란 단어의 처절함을 다시 느껴봅니다. 당초 작년에 주요 기관에서 예측한대로 올해의 세계경제의 모습은 작년보다는 둔화되는 조짐입니다. 악재로 가정되었던 장기화될 것이란 고유가행진이나 중국위안화의 절상거부와 미국의 쌍둥이적자의 지속도 여전히 바뀐 것 없이 그렇고 그러하여 전반적인 성장이 작년수준에는 못미치는 모양입니다. 유럽의 성장률 발표나 일본의 내용도 기대에 미달하여 세계적인 물가불안에 금리상승 기조에 불안한 모습입니다. 작년에는 세계전체가 좋은데 비하여 우리나라만 죽을 쑨 해였다면 올해는 세계전체가 죽을 쑨다해도 우리만 좋을 수는 없을까 하는 꿈을 꾸어봅니다. (대우증권 트레이딩 영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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