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라는 단어가 여러분들께는 여전히 새로운 충격으로 받아들여집니까? 사실 기자로서 제가 "디지털화"된지는 겨우 2~3년 된 것 같은데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도 그맘때쯤 아니었나 싶네요. 하지만 인터넷에 볼모로 잡힌듯한 제 인생을 보자니... 인터넷이 위력적인 존재로 자리매김 한 것은 분명합니다.
동시에 이제 인터넷은 더이상 그 자체만으로 기술산업을 선도하는 키워드가 아닌 것도 확실합니다. "인터넷"만 들고 나와도 눈먼 돈을 받아 내던 호시절 또한 사라져 버렸죠. 그렇지만 기술산업의 자가발전 구조상 차세대를 이끌 기술이 나와야 하는 것은 필연적인 흐름이고, 그렇자면 기술산업을 견인해낼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오늘(17일) 뉴욕타임즈(NYT)에서 "90년대 인터넷 개척자가 소프트웨어에서 미래를 찾다(An Internet Pionner of the 90"s Looks to a future in Software)"라는 기사 제목이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NYT는 인터넷 시대의 개척자, 바로 인터넷 항해의 조타수라 할 수 있는 네비게이터를 개발해 "제2의 빌 게이츠"로 불렸던 마크 안드레센의 현재의 모습을 소개했습니다.
안드레센은 24세에 타임지 표지 모델에 등장한 젊은 백만장자였으며, 간디 이후 타임지에 처음 맨발로 등장한 표지모델이었지만 한동안 업계의 관심대상에서 멀어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안드레센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30세가 된 안드레센은 지난달 맨해튼 포시즌 호텔에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에 나섰는데요 이날 안드레센은 칼리프 서니베일 소재의 인터넷업체 "라우드클라우드(Loudcloud)"의 회장 자격으로 참석했습니다.
넷스케이프가 AOL에 합병된 이후 설립한 라우드클라우드는 기업을 상대로 웹사이트를 구축해 주거나 데이터센터를 운용하는 기술 아웃소싱 사업을 전개해 왔던 기존 인터넷 업체와 별반 다를 것 없던 업체였습니다.
인터넷붐과 함께 기술 아웃소싱에 대한 수요 또한 늘어나면서 2000년 6월에는 7억달러 펀딩에 성공하고 2001년 3월에는 기업을 공개하는 등의 호황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630명의 직원과 12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비용이 상당했고 인터넷 업체들이 파산하거나 아웃소싱을 점차 그만 두고 독립적으로 운용하려는 추세를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고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인력을 370명으로 대폭 줄이고 데이터센터도 5개만 남기고 문을 닫아야했죠.
NYT에 따르면 안드레센은 이번주안에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생존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자신만의 기술을 가진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존의 기본 원칙"을 확안하고 또한 구체적인 기술기반을 확보하겠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안드레센은 업체들에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들에 투자, 이들의 기술과 사업을 인수해 나가면서 기업들이 라우드클라우드의 소프트웨어에 보다 더 많이 의존토록 만든다는 방침입니다.
제품하나에 수억달러를 호가한다는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라이센싱 주문이 J.P모건 등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애널리스트들도 라우드클라우드의 선택에 호평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안드레센은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회귀한다는 것은 마치 자기야, 집에 돌아왔어(Honey, we"re home)라고 외치는 것과 같다"면서 "돌아온 탕아"로서의 소회를 털어 놓았습니다.
"넷스케이프 시절" 피자와 밀크셰이크를 즐겨 먹다가 몸이 불어났던 그는 이제 크림을 넣지 않은 머쉬룸 스프와 다이어트 코크, 드레싱없는 샐러드를 주문한다고 하는데요, 사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체질개선" 혹은 "구조조정"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듯 합니다.
평소 "이래야만 한다"식의 훈계투의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서 이를 일종의 편견으로 치부하는 경향도 없진 않지만 역시 옛말은 그른 것이 없나 봅니다. "기본으로 돌아가라"라는 것 말입니다. 인터넷 다음 시대를 열 새로운 열쇠는 바로 여기에 있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