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회 방문해 급식장부 점검한 영양사 '벌금형'…헌재 "위헌"

매월 1회만 방문해 급식 관련 장부 등 점검…벌금형 처분
식품위생법 제52조 제2항 위반하면 처벌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규정 처벌범위 광범위
직무 하나라도 불이행하면 형사처벌…과잉금지원칙 위반
  • 등록 2023-03-27 오후 12:00:00

    수정 2023-03-27 오후 12:00:00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집단급식소 식단표를 매월 이메일로 송부하고 월 1회만 방문해 급식 관련 장부 등을 점검한 영양사에게 벌금형 처분을 내린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영양사가 식품위생법 제52조 제2항을 위반한 경우 처벌을 받는데 처벌 조항에 규정된 범위가 광범위하고, 직무를 단 하나라도 불이행한 경우 형사 처벌을 내리는 것은 입법 재량의 한계를 현저히 일탈했다고 봤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 게양된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헌재는 식품위생법 제96조 중 ‘제52조 제2항을 위반한 자’에 관한 부분에 대해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사건 청구인은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유치원의 원장으로, 집단급식소의 운영자다.

A씨는 2015년 3월 영등포구 소재 유치원 등에 각 영양사로 채용돼 2016년 10월까지 각 유치원에서 매년 50만원을 지급받고 영양사로 근무했다. A씨는 각 유치원에 영양사 면허증을 교부하고 매월 식단표를 작성해 이메일로 송부해 줬다. 다만 매월 1회 정도만 방문해 급식 관련 장부 등을 점검했을 뿐 검식 및 배식관리, 구매 식품의 검수 및 관리 등 식품위생법 제52조 제2항에 규정된 영양사의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이에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청구인은 서울남부지법으로부터 2017년 7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벌금형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018년 10월 기각됐다. 청구인은 상고해 상고심 계속 중 식품위생법 제52조 제2항 및 제96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2019년 3월 기각되고, 같은 날 상고 또한 기각됐다. 청구인은 2019년 5월 식품위생법 제52조 제2항 및 제96조에 대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식품위생법 제96조(벌칙)에 따르면 제51조 또는 제52조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제52조 제2항의 집단급식소 근무 영양사 직무는 △집단급식소에서의 식단 작성, 검식 및 배식관리 △구매식품의 검수 및 관리 △급식시설의 위생적 관리 △집단급식소의 운영일지 작성 △종업원에 대한 영양 지도 및 식품위생교육 등이다.

이석태·이종석·이영진·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직무수행조항은 집단급식소에 근무하는 영양사의 직무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처벌조항에 규정된 처벌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질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또 “집단급식소에 근무하는 영양사가 집단급식소에 전혀 출근하지 않고 아무런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직무수행조항에 정한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사안에 따라서는 직무수행조항에 정한 각 호의 업무를 어떤 경우에 수행하지 않았다고 볼 것인지 불분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벌조항이 예정하고 있는 위생기준이 구체적으로 규정되거나 하위법령에 위임돼 있지도 않은 관계로, 위생적 관리를 위한 광범위한 업무 중 일부를 누락하거나 다소 소홀히 한 경우 급식시설의 위생적 관리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남석·이선애 재판관은 과잉금지원칙 위반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집단급식소에 근무하는 영양사는 그 경중 또는 실질적인 사회적 해악의 유무에 상관없이 직무수행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무를 단 하나라도 불이행한 경우 상시적인 형사처벌의 위험에 노출된다”며 “직무수행조항에서 규정한 직업상의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행위 일체에 대해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입법 재량의 한계를 현저히 일탈해 과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이은애·이미선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식품위생법의 처벌조항은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행위 일체를 처벌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 집단급식소의 위생과 안전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행위로 처벌대상을 한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개별사건에서 직무수행조항 위반행위가 처벌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는 위반행위의 내용과 태양, 위험 발생의 가능성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법관의 보충적 해석, 적용을 통해 가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처벌조항은 그 하한에는 제한을 두지 않고 그 상한만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제한해 법관의 양형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으며, 죄질에 따라 벌금형의 선고나 선고유예까지 할 수 있다”며 “처벌조항은 입법형성 재량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바이든, 아기를 '왕~'
  • 벤틀리의 귀환
  • 방부제 미모
  • '열애' 인정 후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