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칼럼) 비정한 브라질 축구산업 <딥 인사이드 인 풋볼>

  • 등록 2007-04-06 오후 5:38:22

    수정 2007-04-06 오후 6:16:26


이데일리 SPN은 축구 전문 기자 출신으로 스포츠 마케팅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FS 와이드 마케팅의 전용준 상무, 추연구 이사가 꾸미는 <딥 인사이드 인 풋볼(Deep Inside in Football)>을 연재합니다. 이들이 축구 비즈니스 현장을 누비며 보고 들은 뒷이야기들을 전할 것입니다. 전용준 상무가 지켜 본 ‘비정한 브라질 축구 산업’으로 칼럼을 시작하겠습니다.

[FS 와이드 마케팅 전용준 상무]

지난 2월 브라질은 4년 7개월 동안 지켜오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자리를 이탈리아에게 내줬다. 사실 최근 브라질 대표팀 경기를 보면 예전처럼 상대를 압도하거나 현란한 개인기가 속출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

물론 보는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하도 축구하면 여기저기서 브라질이란 소리를 수십년 동안 들어온 탓에 브라질 대표 경기에 대해 일종의 ‘피로현상’도 올 만 하다.

하지만 여전히 브라질은 브라질이다. 한국프로축구만 보더라도 올해 전체 용병 중 70%가 넘는 외국인 선수가 ‘삼바 리듬’을 타는 선수들이다.

굴뚝없는 클린 산업 축구. 브라질어로 풋치볼(futebol)로 불리는 이 스포츠는 이제 거대 산업을 넘어 기업화까지 되고 있는 추세다.

호나우지뉴, 카카 등 개인 몸값이 1,000억원에 달하는 선수들을 보유한 에이전트들은 선수와 더불어 돈방석에 앉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축구 산업을 통해 번 돈으로 임대업이나 다른 산업에 투자, 재테크에도 상당한 일가견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빅 파이브로 불리는 에이전트들은 경비행기에 대형 요트까지 보유하며 재벌 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선수를 사고파는 과정을 보면 ‘제리 맥과이어의 눈물’과는 상반되는 비정한 면모를 볼 수 있다. 특히 피라미드 구조의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가 보면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선수가 최초로 발굴되는 것은 각각 차이가 있지만 브라질에선 상당히 어릴 때부터(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저학년) 에이전트들의 유혹을 받는다. 조금만 재능을 보이면 그 지역의 소규모 에이전트(주로 개인 에이전트)들이 부모에게 접근, 선수의 권한을 산다. 이들은 돈을 주고 대신 부모에게서 ‘양육권 포기 각서’를 받는다. 브라질은 아직도 서민들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작은 돈도 이들에겐 유혹적이고 치명적인 ‘베팅’으로 먹힐 수 있다.

전적으로 선수를 관리하고 스타로 만들기 위해 ‘포기 각서’를 받는 것은 좋지만 영세한 업자들의 손에 넘어간 선수들이 크게 관리를 받을 부분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들은 이 선수가 점점 성장하면 자신들이 갖고 있는 100%의 지분 중 몇 프로를 떼어주는 조건으로 그 지방의 좀 더 큰 구단에 이적을 시킨다. 큰 구단일 경우는 대략 50% 정도의 지분을 넘겨 준다. 단지 키워 주는 조건으로.

이후 이 선수가 크게 성장해 특출한 재능을 보이고 지방 구단에서 브라질 전체 1부리그 구단으로 올라가면 자신의 지분을 팔아 넘겨 돈을 챙긴다. 이 때 액수는 처음 부모들에게 준 돈의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이 선수가 유럽 같은 빅리그로 나간다면 그야말로 대박이 터질 수밖에 없다. 일례로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호빙유는 브라질 산토스로 영입될 당시 300만달러(약 30억원)의 몸값이었지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3,000만달러(약 300억원)를 기록, 엄청난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확실하게 나눠진다. 최초에 선수를 잡은 영세 에이전트는 마지막까지-대략 5년 이상- 버틸 힘이 없는 관계로 돈이 더 많은 거대 에이전트들에게 선수를 팔아넘기기 십상이다.

‘양육권 포기 각서’가 존재하는 나라. 또한 그것이 합법적으로 용인되고 이런 각서를 통해 각 지역 구석구석의 축구 인재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각개 약진하는 사회.

물론 가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등 건강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왠지 ‘양육권 포기’란 단어는 가슴 한구석에 비수처럼 꽂히는 느낌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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