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입혔던 상처에도 강건한 우리 소나무는 살아남았다"

국립산림과학원, 무분별한 송진채집 피해 소나무 분석
합천 등 5곳에 생육확인…국가산림문화자산 등록 권고
  • 등록 2021-03-03 오전 10:04:55

    수정 2021-03-03 오전 10:04:55

전북 남원 왈길마을숲에 생육 중인 소나무 피해목.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일본이 태평양전쟁 당시 송탄유(松炭油)를 확보하기 위해 상처를 입혔던 우리나라의 소나무 중 일부가 아직도 생육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송진(松津)은 소나무에서 분비되는 끈적한 액체로 예로부터 천연 접착제와 약재 등으로 사용됐다.

과거 조선시대까지 우리 선조들은 ‘송진을 저절로 흘러나오는 투명한 것을 채취해야 한다’고 기록할 정도로 소나무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채취할 것을 권고했고, 송진을 필요한 만큼만 모아 사용하며 소나무를 아끼고 보호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말기인 1941~1945년 일본은 송탄유를 확보하기 위해 톱날로 ‘V’자형 상처를 내는 방식으로 무분별하게 송진을 채집했으며, 가해 부분의 높이는 최대 1.2m에 달할 정도로 국내 소나무에 큰 상처를 남겼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일제 강점기 때 무분별한 송진 채집 피해를 당한 소나무의 나이테를 분석했다고 3일 밝혔다.

당시 톱날 채집은 소나무 줄기에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겨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연구 결과를 국제 저널(Sustainability)에 게재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17년부터 문헌조사, 시민 제보,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전국 송진 채집 피해 소나무 분포 현황’을 작성해 모두 40개 지자체 46개소의 위치를 확인했다.

이 중 전북 남원 왈길마을, 경남 합천 해인사, 강원 평창 남산, 울산 석남사, 인천 강화 보문사 등 5곳에 일제 강점기 피해목이 생육 중인 것으로 최종 확인했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은 피해목 생육지를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송진 채취 피해목의 생육지를 ‘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해 산림교육 및 역사문화 자원으로 활용하고, 보전 정책을 추진할 것을 제시했다.

서정욱 충북대 목재·종이과학과 교수는 “나무 나이테는 일년에 하나씩, 계절 차이로 춘재와 추재를 만들기에 송진 채취 계절까지 정확하게 밝혀서 피해목 생육지 5개소를 밝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일제 강점기에 시행한 톱날에 의한 다량 채집방식은 소나무에게 아물지 않는 상흔을 남기는 피해를 줬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연구 결과”라며 “상흔을 가진 노송 생육지를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해 역사적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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