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환율은 `고고씽`이었습니다. 지난 주 올해 고점(1057원)을 돌파한 환율은 이번주 들어서자마자 1080원대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렸습니다. 200억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써가며 환율을 안정시키고자 했던 당국의 노력은 결국 무용지물이 돼 버린 셈입니다.
당국의 시장개입이 그간 어떠했길래 말짱 도루묵이 된 건지,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지난 3월 말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가 완화되면서 환율이 900원대 후반을 향해 움직이던 때입니다. 갑자기 외환당국이 나서서 환율상승을 부채질하기 시작했습니다. 재정부 장관과 차관이 나서 잇따라 환율상승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던졌습니다. 발언의 이면에는 환율상승을 유도해 경상수지를 개선하겠다는 정책의지가 담겨 있었고, 시장은 이에 끌려갔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한은과 재정부는 지난 7월 초 외환시장에 공동으로 개입하겠다며 어느 때보다도 강한 환율안정 의지를 천명하기에 이릅니다. 이후 당국은 `도시락 폭탄` `알박기` 등 다양한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적극적으로 환율방어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거치면서 시장의 내성(耐性)은 오히려 더 강해졌습니다. 지난 금요일 당국이 2차 `도시락 폭탄`을 던졌을 때도 그랬습니다. 당국은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듯 달러를 쏟아냈지만 개입 이후 환율은 더 강한 탄력을 받았습니다. 달러 창고에서 꺼내 쓸 비상금이 말라간다는 사실을 시장참가자들이 간파한 것이지요.
한번 당국의 손을 탄 시장이 원래대로 돌아가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손을 놓아 버린다면 달러 매수세력이 무섭게 달려들 것이 뻔합니다.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공략해 개입비중을 줄이되, 당국 스스로 절대 변수가 아닌 다수의 플레이어 중 1인으로 매끄럽게 돌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벌써부터 해외송금용 달러를 확보해야 하는 기러기 아빠들과 수입업체, 통화옵션 상품에 가입한 중소기업체, 치솟는 물가에 등골 휘는 서민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환율 폭등의 여파가 국민생활 전반으로 빠르게 파급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당국이 하루빨리` 덫`에서 빠져 나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외환 당국이 자승자박의 실타래를 풀고 어떤 실마리를 찾아낼 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