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리포트)무쏘스포츠의 "배출가스"

  • 등록 2002-11-22 오후 7:14:17

    수정 2002-11-22 오후 7:14:17

[edaily 오상용기자] 정부 조세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재정경제부가 불과 한달전에 결정한 5인승 레저용픽업트럭에 대한 특소세 부과방침을 스스로 뒤집으며 형평성과 일관성이라는 대원칙을 허문 것이죠. 미국의 통상압력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과 한·미간 역학관계, 기업의 배짱이 맞물리면서 국민자존심과 소비자권익만 뭉게졌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봤던 정책팀의 오상용기자가 전합니다. "정말 오늘같이 화나고 부끄러워 보기는 처음인것 같습니다. 저는 얼마전 무쏘 스포츠를 한대 구입했습니다. 당시에 300만원이라는 돈을 더줘야 한다고 했을때도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정부에서 이야기한 사용 목적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여야 한다는 말때문이 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승용을 목적으로 샀으니까요. 근데 이게 무슨 말입니까? 국민들을 상대로는 정당한 척 합리적인 척 다 하더니 미국에게는 한달도 못견디고 두손 두발 다들고 비는 꼴이라니...정말 재경부에서 일하는 높은 분들 얼마나 똑똑하고 얼마나 잘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을 상대로 한 말인 만큼 줏대 좀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재정경제부 게시판에 `무지한 서민`이라는 필명으로 올라 온 글을 일부 발췌했습니다. `무쏘스포츠` 구입하신 분 계십니까? 특별소비세를 이미 납부한 독자분 계시다면 요즘 정말 분통 터지겠습니다. 아직 안내셨다면 축하드립니다. 잘 아시다시피 재경부가 오늘(22일) 불과 한달전에 내린 5인승 레저용픽업트럭에 대한 특소세 부과방침을 철회하고, 이를 위해 특소세 부과기준도 개정하겠다고 공식발표했습니다. 조세정책의 근간은 형평성과 일관성인데, 정부는 스스로 대원칙을 허문 꼴이 됐지요. 이 때문에 며칠새 분통터진 분과 흡족해하는 분이 생겨났습니다. 그럼 재경부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전후사정을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쌍용자동차는 지난달초 무쏘스포츠에 대한 소비자판매 준비를 완료하고 국세청에 `무쏘스포츠`에 대한 특소세 과세여부를 질의해 옵니다. 10월2일 국세청이 재경부에 이 문제를 의뢰했고, 열흘 뒤인 12일 재경부와 국세심판원 국세청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국세예규심사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위원회는 무쏘스포츠를 `주로 사람을 수송하는데 목적이 있는` 승용차로 간주, 특소세를 부과키로 결정합니다. 당시 재경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를 참고하고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적법한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결정과정에서 당국자들이 미국의 통상압력을 이미 예상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일부 당국자들은 "무쏘스포츠에 특소세를 부과해야만 미국과의 통상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합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다코타에도 특소세를 부과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던 것이죠. 하지만 이같은 논리는 한달후 `힘의논리`를 무시한 이상론이었던 것이 입증됩니다. 통상점검회의가 다가오면서 미국측이 이 문제를 주요의제로 상정하자, 재경부는 비로소 `꿈`에서 깨어납니다. 계속 고집을 부릴 성질이 아니었던 거죠. 재경부로선 `중요한 자동차 수출시장인 미국으로부터 더 큰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 철강과 반도체 등 다른 산업분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걱정이 머리를 짓누른 것입니다. 결국 22일 재경부는 180도 방향을 틀어 당초 결정을 뒤집습니다. 그래서 근시안적인 조세정책이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감정적으로는 미국의 통상압력에 조세주권과 조세정책의 근간마저 포기하고 말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입니다. 재경부의 설명대로 쌍용자동차에게도 책임은 있습니다. 무쏘스포츠를 3만대나 예약판매한 후 출고를 며칠 앞두고 당국에 무쏘스포츠의 특소세 부과여부를 문의한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어쩔거냐며 배짱을 부린 것이죠. 무쏘스포츠에 대한 특소세부과 여부가 궁금했다면 적어도 예약판매를 받기전, 좀 더 세심했다면 설계전에 미리 유권해석을 문의해야 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정부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비틀즈를 낳은 것은 영국이지만 비틀즈를 세계적인 록밴드로 키운 것은 미국시장`이라는 그들의 자신감은 통상협상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합니다. 미국수출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미국의 헛기침에 자지러질 정도죠. 우리정부가 미국에 찍소리 못하는 것이 통상 분야만이겠습니까. 동두천 여중생을 장갑차로 압사시킨 미군병사가 무죄평결을 받는 것을 지켜본 우리 국민은 `이젠 이 땅을 떠나라`며 논리적인 대응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하려는지요. `무쏘스포츠`와 `다코타`의 특소세부과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은 ▲근시안적인 정부정책과 ▲쌍용자동차의 배짱 ▲한-미간 종속관계가 3박자를 이루면서 국민자존심과 소비자 권익만 뭉게면서 마무리됐습니다. 한동안 거리를 지나다 무쏘스포츠를 대할 때면 2002년 11월22일의 쓴 기억을 곱씹을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정부가 무엇이며 소비자에게 기업은 무엇인지, 한국민에게 미국은 어떤 존재인지, 다시 생각해본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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