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워치)아드보카트와 왜고너

  • 등록 2005-11-17 오후 5:18:53

    수정 2005-11-17 오후 5:18:53

[이데일리 조용만기자] 점심식사 때도 화제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었다. 확 달라졌다는 것이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총체적 위기로 평가받던 대표팀이다. 어제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와의 평가전을 지켜본 이들은 한국 축구가 정신력과 체력, 조직력면에서 확실히 업그레이드 됐다고 입을 모은다.

표면적으로 달라진 점은 지도자가 바뀌었다는 것 뿐이다. 운동장에서 90분을 뛰어다니는 건각들의 면면은 그대론데 결과와 평가는 달라졌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아드보카트 효과`다. 그가 천명한 무한경쟁 시스템은 선수들의 정신 재무장을 통해 강력한 동기부여를 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후반전 체력이 걱정될 정도로 공에 집착하는 모습이 이를 반영한다.

때마침 히딩크 감독의 호주 대표팀도 숙적 우루과이를 꺾고 32년만에 독일 월드컵 진출의 꿈을 이루면서 지도자의 중요성을 새삼 부각시켰다.

지도자의 역할은 비단 스포츠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슈는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 가능성이다. 외신들은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의 경영위기가 심화되고 있으며 릭 왜고너 회장이 시장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고 일제히 타전했다.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 출신인 왜고너는 1977년 GM 뉴욕사무소에 애널리스트로 입사한뒤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47세의 젊은 나이에 CEO가 됐고 2003년에는 회장직까지 올랐다.

GM은 1928년 포드를 제친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해왔지만 올들어 계속된 악재로 파산이 머지 않았다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올초 신용평가기관들로부터 쓰레기(정크본드) 취급을 받으면서 미국의 자존심이라는 GM의 명성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부품공급업체 델파이의 파산보호 신청과 회계오류 등의 악재가 터지면서 주가는 반토막이 났고,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상황은 계속 진행중이다. 왜고너 회장은 인력감축 등을 통해 구조조정에 나사고 있지만 자리보전은 갈수록 힘들어지는 분위기다.

지도자의 역할과 관련해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GM 위기가 과연 누구 책임이냐는 것이다. GM 위기의 원인중 주로 부각되는 부분은 근로자들에 대한 과다한 비용구조다. 고임금은 기본이고 의료비 부담, 연금과 퇴직후 노후보장까지 가세,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경영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영난 탈출의 해법도 인력감축이나 노조와의 비용절감 협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근로자들에 대한 고비용 부담이 GM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회사 재무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몫 챙기기에만 급급한 근로자들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시각은 동의하기 어렵다. GM의 경영난과 신뢰추락은 판매 부진과 적자확대에서 촉발됐고 변칙회계가 드러나면서 증폭돼 왔다.

판매가 신통치 못했던 것은 시대 흐름과 소비자들의 욕구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것이 주원인이다. GM의 캐쉬카우인 스포츠 유티리티 차량(SUV)이 고유가 시대를 맞아 찬밥신세가 된 것과는 달리 일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은 날개를 달고 활개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근로자가 아니라 경영진의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도약은 GM의 몰락과 흔히 대조된다. 근로자 처우에 관한 한 도요타도 결코 처지는 기업이 아니다. 도요타 근로자들은 일본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받고 있고, 종신고용을 보장받는다. 도요타의 1인당 인건비는 GM보다 높고, 인위적 구조조정을 위한 대량 해고는 지난 50년간 없었다.

도요타가 잘 나가는 것은 근로자들에게 투입되는 비용을 줄여서가 아니다. 근로자들을 비용요인으로 인식하기 보다 투자개념으로 접근했고, 소비자들의 욕구를 발빠르게 감지, 신모델과 품질개선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도요타 경영철학의 핵심은 `가이젠`(改善)이다.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도 `가이젠`이 토대가 됐다.

도요타도 1950년대 재정난을 이유로 25%에 달하는 직원을 정리해고하자 근로자들이 반발, 장기간의 파업투쟁을 벌였다. 파업 여파로 도요타가 부도위기에 직면하자 도요타 창업자인 기이치로 사장은 본인과 임원진이 물러나는 대신 노조에 회사 재건을 위해 협력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이후 한국전쟁 특수와 맞물려 도요타의 경영은 정상화되고 노사상생과 협력의 문화가 자리를 잡아 50년 넘게 무분규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축구로 돌아가보면,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은 똑같다. 선수들을 대하는 지도자의 태도와 철학이 분위기를 바꾸고, 다른 결과물을 낳게 한다. 선수들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휘에는 문제가 없는데, 선수들이 이를 받쳐주지 못한다고 항변하는 감독은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지도자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 전임 감독이 그랬다. 선수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플레이어들의 생각을 바꿔서 보다 나은 성과를 얻도록 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

GM과 왜고너 회장에게 닥친 위기는 현지 언론들이 보도한 제목("GM CEO faces loss of confidence") 그대로 신뢰상실에 있다. 위기가 닥쳤을 때 근로자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해고와 비용절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CEO를 근로자들이 신뢰하기는 힘들다. 회사에서 신뢰받지 못하는 CEO를 시장이 믿어줄 리도 만무하다. 왜고너 회장이 스스로 연봉을 40%이상 삭감했지만 근로자들에게 가진 것을 내놓으라고 설득하려면 보다 가혹한 자기희생이 전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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