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김성훈] 정부가 불붙고 있는 부동산 투자 열기를 잠재우기 위해 투기 억제 카드를 꺼내들 태세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국토교통부가 강력한 규제 강화 방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급증세에 제동을 걸고 주택 수요도 억제하기 위해 정책성 주택담보대출(보금자리론)의 신규 공급을 사실상 중단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16일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과 분양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수요 억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카드로 강남 등 일부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서울.수도권과 충청권에선 ‘주택공급계약 체결이 가능한 날’부터 5년간 분양권을 전매할 수 없고 그 외 지역은 1년간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다. 또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 양도가 제한되고 최대 3가구까지 가능한 조합원 분양 가구 수가 1가구로 줄어든다.
주택금융공사는 오는 19일부터 올 연말까지 보금자리론 대출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대출 한도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은행 여신심사 강화와 금리 인상으로 정책성 주담대로 대출 수요가 몰리자 ‘풍선효과’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보금자리론은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만기 10~30년의 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으로, 대출금리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보다 낮아 서민·중산층에게 인기가 높았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대출 대상 주택가격은 9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낮아진다. 1인당 대출 한도는 최대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기존에는 별도 제한이 없었던 소득요건도 부부 합산 연 6000만원 이하 가구로 제한했다. 8월 말 현재 서울에서 공급하는 새 아파트 분양가격이 1㎡당 628만5000원에 달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서울·수도권에서 전용면적 60㎡ 이상 아파트 구입 희망자는 대출 자격이 제한되는 셈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정부가 가계 부채 증가와 집값 급등세를 잡으려다 자칫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경우 전체 부동산시장이 급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