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라벨 '거울' 첫 연주…차갑고도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2년 만에 선보인 피아노 리사이틀 둘째 날 공연
기교에 치우치지 않은 단단한 연주로 객석 매료
마지막 앙코르, 쇼팽 폴로네즈 '영웅' 깜짝 선물
양일 공연 모두 매진, 정경화·박찬욱·윤아 등 관람
  • 등록 2023-07-06 오후 2:24:48

    수정 2023-07-06 오후 2:24:48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리사이틀 둘째 날. 라벨의 ‘거울’을 연주하기 전 조성진의 표정은 아주 잠깐 긴장한 듯 보였다. 피아노 앞에 앉은 조성진은 잠시 건반을 내려다봤고, 관객은 숨죽이며 그를 바라봤다. 긴장도 잠시, 조성진의 유려한 손놀림이 빚어낸 선율이 침묵을 깨고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맑고 투명한 거울이 그의 연주와 함께 머릿속으로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둘째 날 공연. (사진=크레디아)
2년 만에 국내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선보이는 조성진은 이번 공연을 서로 다른 두 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전날 공연은 헨델의 건반 모음곡 제5번 E장조를 시작으로 구바이둘리나의 ‘샤콘느’,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와 피아노 소품 1·2·4·5번,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 등 비교적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둘째 날 공연은 프로그램 구성 자체는 다소 단출했다. 전날 연주한 브람스의 피아노 소품과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 여기에 라벨의 ‘거울’이 추가됐다.

그러나 이날 공연도 관객의 열기는 뜨거웠다. 무엇보다 조성진이 라벨의 ‘거울’을 국내 리사이틀 무대에서 처음 연주하는 날이었다. 이 곡은 작곡가 라벨이 자신의 예술적 영혼에 비친 여러 이미지를 음악화한 곡. 그동안 드뷔시, 시마노프스키 등 인상주의 작품에서 탁월한 해석과 테크닉을 선보였던 조성진이었기에 그가 라벨의 ‘거울’을 어떻게 해석할지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 조성진의 ‘라벨’은 차갑고도 섬세했고, 동시에 아름다웠다. 유려한 연주로 시작한 1곡 ‘나방’을 지나 2곡 ‘슬픈 새들’에서는 마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내면으로 침잠하듯 절제된 연주로 듣는 이를 매료시켰다. 3곡 ‘대양 위의 조각배’에 이어 4곡 ‘어릿광대의 아침노래’에서는 어깨를 들썩이는 격정적인 연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어진 5곡 ‘골짜기의 종’의 아름다운 멜로디 또한 긴 여운을 남겼다. 화려한 기교에만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단단함을 담은 연주였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둘째 날 공연. (사진=크레디아)
전날에 이어 연주한 브람스의 피아노 소품과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 또한 조성진의 변함 없는 연주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앙코르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3곡을 선사했다. 첫 번째 앙코르 곡은 빌헬름 캠프가 편곡한 헨델 미뉴엣 g단조. 두 번째 앙코르 곡으로는 전날 메인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구바이둘리나의 ‘샤콘느’를 들려줬다. 올해 92세인 러시아 피아니스트 소피아 구바이둘리나가 작곡한, 다소 전위적인 곡이다. 조성진은 피아노를 여러 차례 내려치며 변화무쌍한 연주로 객석을 압도했고, 관객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앙코르가 하나 더 남았다며 다시 무대에 오른 조성진은 팬들을 위한 깜짝 선물을 선사했다. 쇼팽의 폴로네즈 제6번 ‘영웅’이었다. 조성진이 우승을 차지했던 2015년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해석으로 연주해 큰 인기를 모았던 곡이다. 예상하지 못한 앙코르 선곡에 객석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여운이 식지 않은 듯 콘서트홀 로비는 한참 동안 붐볐다.

이틀에 걸쳐 진행한 이번 공연은 일찌감치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조성진의 변함 없는 인기를 증명했다. 전날 공연에선 조성진의 멘토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객석 맨 앞에서 기립박수를 보내자 조성진이 무대 앞으로 나와 포옹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조성진의 팬으로 알려진 박찬욱 감독도 양일 동안의 공연을 모두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도 피아니스트 신수정, 백혜선, 그룹 소녀시대 멤버 윤아, 배우 윤여정,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등이 조성진의 공연을 관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진의 피아노 리사이틀은 오는 8일 대전예술의전당, 9일 부천아트센터, 12일 울산 현대예술관으로 이어진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둘째 날 공연. (사진=크레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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