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어머니의 기도

  • 등록 2005-11-17 오후 5:47:08

    수정 2005-11-17 오후 6:37:53

[이데일리 황은재기자] 군대 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니까 군대 안가지`라는 말이 나올 만합니다. 이럴 때마다 군 당국의 병영 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들은 거짓처럼 들립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아마 알 것입니다. 몸이 아파서 군의관을 찾아도 퉁명스러운 말과 함께 `꾀병 부린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습니다. 최근 사고도 경험을 떠올려보면 가능한 일입니다. 그 안타까움을 증권부 황은재 기자가 전합니다.


"남자에게 20대는 8년이다"

며칠전 마지막 예비군 훈련 입소 안내문이 집으로 도착했습니다. 마지막 훈련이라는 홀가분함 보다는 또 다시 군복을 입고 전투화를 착용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앞섰습니다. 비록 하루의 훈련이지만 말입니다. 가끔 꿈을 꾸면 다시 입대하는 모습이 벌어집니다. 화들짝 놀라 깨면 꿈이란 것을 알고 안도할 때가 많습니다.

신체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거쳐야 할 곳이 군대라지만 20대 가장 혈기 왕성한 시간을 군대에서 보낸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해외에서 살다가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군대를 가야한다는 사명감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보면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만....

군대 가면 이런말 종종 듣습니다.

"국방의 의무는 신성한 것이다"

듣다보면 `신성함`보다는 `의무`에 방점이 더 찍힙니다. 신성함을 쫒아 간 것이 아닌 군에 갈 나아기 돼서 간곳이기 때문입니다.

`의무`때문에 간 군대에서 요즘들어 일어나지 않아야할 일들이 자꾸 일어납니다. 얼마전에는 `길 이병`이 행군도중 사망했습니다. 조교나 교관들이 조금만 더 세심한 관찰을 했었더라면 한 생명은 살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군인정신`만을 강조하며 행군할 것을 요구했으리라 여겨집니다. 이런 말도 덧붙였겠죠 `군인은 아파도 참을 줄 알아야한다`고 말입니다.

전역 보름만에 위암판정을 받고 사망한 고(故) 노충국씨 사연도 아실 것입니다. 노씨를 진찰했던 군의관은 진료기록까지 조작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총기 난사사건도 있었죠.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님들 심정은 `우리 아들도 그렇지는 않을까`하고 잠을 못주무셨을 것입니다.

군대를 갔다온 사람들은 그런 일들은 이미 예고된 사고라고 입을 모읍니다.

`예고된 사고`

그렇다면 막을수도 있었던 일었다는 점에서 사고에 대한 충격은 더 커집니다.

군 당국은 신세대 장병들의 편의를 위해 내무반 시설을 바꾸는 등 `선진 병영`을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를 위해 내년도 정부가 편성한 국방예산안은 올해 예산(추경 제외)과 비교할 때 9.8% 증가한 22조8632억원으로 편성됐습니다. 사병봉급은 상병 기준으로 현재 4만5000원보다 훨씬 늘어난 7만5000원으로 인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요. 그렇지만 오히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건물이 바뀐다고 될까요? 좋은 모포와 피복류를 지급한다고 될까요? 급여를 올려준다고 해결이 될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내세울 것은 있겠죠. 우리도 이정도 노력을 하고 있다고요.

근본적인 원인은 `군대는 군대다`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니다. 군대에서는 `군인은 쌀 보다 못한 보급품`이라는 자조섞인 말들이 흔히 오갑니다.

얼마전에 일어난 `멸치관리 부실 장병 폭행 사건` 기억나시나요? 이 사건을 보면 군대에서 장병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습니다. 자기 자식처럼 관리해주고 점검하는 군 간부들도 있습니다. 그 분들의 노고가 몇몇 불미스러운 사건에 매장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군 당국이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은 외적인 측면보다는 `인간적인 군대`를 만드는게 가장 필요합니다. 상명하복이라는 명제도 중요하고 전투병 양성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인간에 대한 신의하에 이뤄진다는 점을 기억해야할 것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듭니다.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군대를 만들기 위해 또 다른 정신적 고통이 가해지지는 않을지 걱정도 됩니다. 이른바 `정신교육`이라는 또 다른 압박아닌 압박을요.

입소할 때 어머니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몸 다치지말고 건강하게 다녀와야 한다. 꼭 명심해라`

오늘도 수많은 부모님들이 기도를 하고 계십니다. 우리 아들은 제발 무사히 군복무를 마쳤으면 하고 말입니다. 어머니의 기도가, 아버지의 기도가 헛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군 관련 사고가 터질때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하는 부모님의 심정. 군당국은 다시 한번 헤아려보시길 바랍니다.

군은 그 목적때문에 폐쇄적입니다. 보안을 최선으로 하는 곳이니까요. 아직까지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 곳이고 이 시대의 `성역`이라는 비아냥까지 받고 있습니다. 잘못은 드러내야합니다. `군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숨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숨기면 숨길수록 군대에 대한 이미지는 점차 왜곡될 것이고 사기는 더 떨어질 것입니다.

`남자의 20대는 8년이다`이라는 푸념이 오늘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2년은 군대에서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군대에서 사고가 터질 때마다 우리 부모님들, 나아가 우리 국민들은 군대만 바라보면 2년씩 더 늙어갑니다.

이제는 제발 군에서 안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잃어버린 2년이 아닌 꽉꽉 채워오는 2년이 되기까지 군 당국의 노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세계 최강도 그래야 가능할 것입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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