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기업강국)⑪"LCD神話, 아직 미완성"

삼성 탕정·LG 파주 `LCD 신화의 중심`
첨단기술 기반 시장 주도..`세계 최초` 행진
OLED 등 차세대 기술도 경쟁력
  • 등록 2009-03-26 오후 4:31:03

    수정 2009-03-26 오후 4:31:03

[이데일리 김상욱기자]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었다"

지난달 16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정기총회. 초대 협회장에서 물러나며 인사말을 하던 이상완 삼성전자 사장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마 그의 머리속에는 지난 93년 삼성의 LCD사업을 맡아 세계 1위 사업으로 키워내기까지의 갖은 어려움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듯 했다.
 
LCD로 대표되는 한국의 디스플레이산업은 그야말로 황무지에서 시작됐다. 
정인재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은 "만약 고등학교시절에 그만큼 공부했으면 MIT라도 충분히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열악한 상황에서 모든 것은 개척해야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십수년이 지난 지금, 삼성과 LG는 세계 LCD패널 시장의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 LCD산업의 성장을 놓고 `신화`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일본과 대만의 LCD패널 기업들과는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최근 LCD패널 시장이 침체되며 삼성과 LG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움츠렸다 도약하는 개구리가 훨씬 더 멀리 뛰는 것처럼 삼성과 LG는 지금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위기가 바로 기회`이고 `어려울수록 진정한 실력이 나타난다`는 것이 한국 디스플레이기업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신화`라고 불려온 한국 LCD산업의 성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탕정 크리스탈 밸리 `세계 최대 LCD 생산기지`

서울에서 KTX로 한시간 거리에 삼성전자(005930) 탕정사업장이 위치해 있다. `크리스탈 밸리`로 불리는 탕정사업장에는 7세대와 8세대 1라인, 모듈공장들이 가동되고 있다. 7세대 라인에서는 원판기준 월 28만장의 LCD패널이 생산되고 있다.
 
8세대 라인 역시 페이즈(Phase)1과 2라인을 합쳐 월 11만장 정도의 기판을 양산할 수 있다. 원판 1장당 46인치 기준 6장의 LCD패널이 생산되는 7세대와 달리 8세대 라인은 원판 1장당 8장의 46인치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 7세대 라인에 비해 그만큼 효율이 높고 원가경쟁력이 있다는 의미다.
 
▲ 삼성전자 탕정사업장

현재 8세대 라인을 가동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034220), 일본 샤프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 삼성은 오는 2분기중 일본 소니와 합작투자한 8세대 2라인 페이즈1을 가동할 예정이다. 원판기준 월 5만장 규모다. 탕정 크리스탈밸리가 세계 최대의 LCD패널 생산기지로서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탕정사업장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현재 생산라인외에 삼성 LCD사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탕정사업장에는 이미 부지조성작업이 끝난 9라인과 10라인 부지가 마련돼 있다. 언제든지 투자만 이뤄지만 새로운 생산라인이 건설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현재 생산라인이 위치한 1단지 정면에는 64만평 규모의 2단지 부지가 위치해 있다. 2015년까지 약 10조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LCD 관계자는 "현재 부지 조성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11라인부터 13라인까지 들어설 수 있다"며 "아직 특정하긴 이르지만 2단지에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들이 생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1단지가 삼성전자 LCD의 `현재`라면 2단지에서는 `미래`가 태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탕정 크리스탈 밸리는 "삼성 LCD의 성공을 일컬어 신화라고 표현하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신화"라는 장원기 LCD사업부 사장의 말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현장인 셈이다.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실력차이 보여준다`

LG디스플레이의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역시 삼성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총 9조원 가량이 투자된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에는 7세대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있고 최근 8세대 라인도 양산을 개시했다. 대형 TV용 패널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LGD의 8세대 라인은 월 8만3000장 규모다.


2조5000억원이 투자된 LGD의 8세대 공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두번이나 현장을 직접 찾았다.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가 LG그룹의 주요 성장동력이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LGD는 8세대 라인 운영을 위해 70여명의 베테랑을 차출, `특별팀`을 구성했다. 초기 가동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나 낭비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가동 첫해인 올해 흑자를 내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이번 8세대 생산라인 가동이 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격하게 악화된 LCD패널 시장상황에도 불구하고 LGD는 당초 예정대로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기 때문이다.
 
LGD와 비슷한 시기에 8세대 생산라인 투자계획을 가지고 있던 대만업체들은 당초 계획을 상당기간 연기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 8세대외에도 IT용 제품을 생산하는 6세대 생산라인에 대한 추가투자를 결정했었다. 강점을 가지고 있는 LCD모니터, 노트북용 LCD 등의 시장확대도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LGD 관계자는 "이번 8세대 라인 가동은 대만 LCD업계와의 경쟁구도속에서 분명한 실력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려울수록 실력차이가 나는 법"이라는 권영수 사장의 지론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기술력으로 말한다`

삼성과 LG가 LCD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대규모 투자에 따른 생산라인 확대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생산라인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누구보다 앞선 기술력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의 LED LCD패널. 초슬림, 화질,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를 충족시킨 제품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1월부터 LED 백라이트를 채용, 두께가 10.8mm에 불과한 LCD패널을 업계에서 처음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40인치에서 55인치 LED TV용으로 사용되는 이 제품은 기존 냉음극형광램프(CCFL)대신 발광다이오드(LED)를 적용,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최근 디지털 TV의 핵심 키워드인 초슬림과 화질, 친환경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제품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LED의 장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CCFL에 비해 비싼 가격때문에 적용을 망설여왔다.
 
하지만 삼성이 LED를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대중화가 더욱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각 기업들은 LED를 적용한 LCD패널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삼성만큼 상품 라인업을 구성하거나 기술력이 앞선 곳은 없는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IPS기술을 기반으로 LCD의 단점이던 잔상을 없앤 480Hz LCD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삼성에 비해 뒤지지 않는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 LG디스플레이의 480Hz LCD패널. 동영상의 잔상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LGD는 8.9mm TV용 LCD를 비롯해 우수한 색감과 노트북, 모니터용 LED 백라이트 LCD, 드라이브IC를 획기적으로 줄인 LCD 등을 잇따라 개발해냈다. 이같은 기술력은 자연스럽게 원가절감과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LCD시장상황이 악화되면서 삼성과 LG 역시 고전하고 있지만 대만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기술력을 주요 고객들로부터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 입장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제품을 선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LCD패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 유명업체가 LCD패널 구매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삼성과 LG 등 국내업체들보다 대만업체들의 물량을 우선적으로 축소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몇년간 삼성과 LG의 TV나 모니터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약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역시 삼성전자 LCD사업과 LG디스플레이라는 든든한 후방지원군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어둠이 짙으면 새벽은 더 밝다"

삼성과 LG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에서도 이미 경쟁자들에 비해 앞서 나가고 있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지향하는 삼성전자는 모니터와 TV에 국한된 LCD패널의 수요처를 디지털간판, e-보드 등 새로운 시장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삼성SDI와 함께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설립, 중소형 LCD사업과 OLED사업을 전담하도록 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삼성SDI로 이원화됐던 OLED사업을 하나로 합쳐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 삼성이 세계최초로 개발한 40인치 풀HD OLED TV제품.
삼성의 OLED 기술은 세계 최고수준이며 휴대폰 등 소형제품에는 이미 적용되고 있고 TV시장을 겨냥한 대형화 작업도 상당히 진척된 단계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지난해 OLED사업부를 신설, 모바일용 OLED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15인치 TV용 OLED를 개발하는 등 대형화 기술을 축적해 나가고 있다.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3D LCD,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LGD는 8세대와 6세대 투자외에 미래분야에 대해서도 올해 적지않은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민첩한 추격자`에서 `글로벌 마켓리더`로 도약하기 위해선 불황기에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구본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삼성전자 LCD사업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시장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오히려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완전히 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삼성전자는 이미 시장으로 주도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 고위관계자 역시 "어둠이 짙을수록 다가오는 새벽은 더 밝게 느껴지는 것 아니냐"라며 "이번 불황이 지나가면 LG디스플레이가 그동안 다져온 실력이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우리 엄마 맞아?
  • 개더워..고마워요, 주인님!
  • 공중부양
  • 상큼 플러팅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