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리포트)대우증권 "지쳐버린 자존심"

  • 등록 2002-08-27 오후 6:25:16

    수정 2002-08-27 오후 6:25:16

[edaily 김세형기자] 기관 계좌를 도용한 250억원대의 델타정보통신 주식매매 사건으로 대우증권이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주인찾기가 난항을 겪으면서 직원들의 마음이 어수선한 마당에 엎친데 덮친격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한 때 대우증권 앞에는 대한민국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습니다. 머지않은 과거의 얘깁니다. 증권부 김세형 기자가 델타정보 사건을 취재하면서 대우증권에 대해 느낀 바를 정리했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온라인 주식거래 약관의 허술함은 물론 투신권의 관행적 비밀번호 사용 문제 등도 함께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어쨋든 이번 사건으로 관련 제도는 개선될 것이고, 기관들의 조심성도 높아질 것 입니다. 또 수사가 진행되면서 범인들의 윤곽은 물론 시시비비도 가려지겠지요. 도둑 하나를 열 사람이 못 막는다고 이번 사건의 주도세력이 범행의 대상 창구로 삼은 대우증권 입장에서는 날벼락을 맞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희생양이 됐다는 동정론도 들려옵니다. 그러나 대우증권은 1차적으로 대우증권 창구에서 이번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치는 못할 것입니다. 또 여타 증권사에 비해 온라인 거래의 안전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나 이미 사고를 잉태하고 있었다는 지적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대우증권 직원이 이번 사건의 용의자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면서 대우증권은 더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습니다. 대우증권은 27일 결제일이 돌아온 델타정보통신 주식을 일단 상품으로 떠안았습니다. 아직 수사가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 당장 회계상으로 보게 될 피해는 없습니다만 향후 델타정보 주가하락시 어느 정도의 손실은 피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그러나 금전적 손실보다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신뢰성이 실추됐습니다. 경찰에서 용의자로 지목한 대우증권 직원의 사건개입 사실이 현실화될 경우 내부통제의 허술함이 부각돼 고객의 신뢰가 더욱 떨어질까 걱정입니다. 저는 이같은 대우증권의 상황에 대해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봤습니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대우증권은 지난 99년 대우그룹 부도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증권사로서의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99년 대우그룹 부도와 함께 어려운 길을 걷고 있습니다.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을 발표한 이후 대우증권은 독자생존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매각쪽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99년과 2000년초에 매각작업이 있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2000년 3월엔 대규모 손실까지 불거지며 결국 산업은행이 그해 5월 대우증권을 인수했습니다. 아니 떠안았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산업은행은 인수한 이후 지속적으로 매각을 추진했고 살로먼스미스바니 등 일부 외국기관에서도 인수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별다른 성과없이 3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최근엔 우리금융지주 등 은행권에서 잇따라 러브콜을 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매각은 안개속입니다. 문제는 성과없는 매각이 진행되는 동안 대우증권의 내부 분위기가 이완되고 있다는 게 안팎의 지적입니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그룹을 끼고 있는 LG와 삼성에 밀린 것은 예전일이고 많은 리서치센터의 연구인력도 다른 증권사로 빠져나갔습니다. 타 증권사로부터 옛날의 대우가 아니더라는 말도 들려옵니다. 최근 들어 대우증권은 국제조사부를 재건, 다시 국제영업에 나선 데 이어 리서치 등에서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고 진용을 재정비했습니다. 또 타 증권사론 상상할 수 없는 30년 역사에서 축적된 영업노하우를 책자로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남아있는 직원들 개개인의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대우증권 내부는 점차 지쳐가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매각이 지연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조직이 이완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델타정보 관련 해외로 빠져나간 직원에 대해서도 주위사람들은 "사람좋고 능력있었다"며 의아해하는 분위깁니다. 수년전만해도 증권맨을 양성하는 사관학교 평가를 받았던 대우증권. 한 때 대우증권에 몸을 담았던 증권맨들은 지금도 과거의 자존심과 명성을 자랑삼아 얘기하곤 합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현재의 자존심이 아니라 과거의 자존심이란 사실입니다. 물론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겠지요. 델타정보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면 대우증권 내부에서 누군가 추가로 책임을 지게될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 책임은 누가 떠안게 될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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