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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서 식량 보호주의 물결…밀·닭고기 등 품목도 확대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9일 미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 자료를 인용, 지난 7일 기준 실질적으로 식량 수출을 금지하는 나라가 20개국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인도,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가나 등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 걸쳐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식량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수출 금지 대상도 밀, 식용유, 닭고기, 쇠고기 등 가정은 물론 요식업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품목으로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우크라이나가 해바라기유와 밀 등을 수출하지 못한 것이 다른 국가들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해바라기유 공급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으며, 세계 5위 밀 수출국이다.
우크라이나의 공급 부족을 메울 것으로 기대했던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는 지난 5월 중순 밀 수출을 금지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설탕 수출도 제한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인도는 2021~2022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설탕을 생산했으며, 수출량도 브라질, 태국 다음으로 많다. 이 때문에 국제 밀 가격은 천정부지 치솟았고, 설탕 가격도 브라질의 생산량 감소 등으로 최근 상승 추세다.
세계 팜유의 약 60%를 생산하는 인도네시아는 지난 4월 말 팜유 수출을 금지했다. 우크라이나산 해바라기유에 대한 수요가 팜유로 몰려 수출에 치중한 탓에 정작 자국에선 식용유 품귀현상이 발생해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약 한 달 만인 5월 23일 수출 금지를 해제했으나 내수시장용으로 1000만톤을 유지하도록 공급의무(DMO)를 설정했다.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태국은 쌀 농가 수입을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2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과 담합해 국제 시장에서 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쌀이 밀의 대체 식품으로 여겨지고 있음에도 밀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없게 낮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태국 현지언론들은 설명했다.
이외에도 말레이시아가 이달 1일부터 가금류와 냉장·냉동육, 치킨 소시지와 너겟, 패티 등 모든 닭 관련 제품의 수출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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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비상이 걸렸다. 닭고기 수요의 3분의 1을 말레이시아에서 충당하는 싱가포르에선 닭고기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일시 폐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국가에선 식량난이 정정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리랑카에선 시민들이 항의시위를 벌이면서 총리와 각료가 사임에 내몰렸다.
인도가 밀과 설탕 수출을 금지한 것도 4월 소비자 물가가 약 8년 만에 최고치인 7.8%를 기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물가 급등은 인도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여서 투표권을 행사할 때 큰 영향을 끼친다.
닛케이는 가장 큰 문제는 각국의 수출 규제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이달 3일 발표한 5월 세계 식량가격지수(2014~2016년=100)는 157.4로 전년 동월대비 22.8% 급등했다.
한편 규제 강화는 수출국에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팜유 수출 금지로 최대 22억달러(약 2조 7700억원)의 외화수입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