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기업은 왜 가맹점을 늘리려 애쓸까?

  • 등록 2016-11-23 오전 11:25:14

    수정 2016-11-23 오전 11:25:14

- 본사 차원의 원재료 대량 저가 구매 가능

- ‘본사 -> 가맹점-> 소비자’의 선순환 가능해져

[이데이일리 이민주기자] 토종 커피 전문점 이디야가 지난 8월 2000호점을 돌파했다. 2001년 3월 서울 중앙대 1호점으로 시작해 11년만에 경기 용인에 2000호점을 낸 것이다. 커피 전문점으로는 국내 최초이고, 업계 2위인 카페베네 821개(9월 19일 기준)와도 격차가 크다.

이디야는 설립 당시부터 가맹점 확대에 주력해왔다. 이디야의 김명범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커피 프랜차이즈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인 빵집 프랜차이즈의 경우 국내에 가맹점 3500곳(파리바게트)까지 만들어진 상태”라며 “2020년까지 3000호점 개설이 목표”라고 말했다.

왜 프랜차이즈 기업은 가맹점을 늘리기 위해 애쓰는걸까? 얼핏 ‘가맹점이 늘어나면 본사는 로열티 수입과 원재료 공급의 확대로 매출액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맹점 숫자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프랜차이즈 본사의 재무제표에는 ‘양적 증가’(매출액 증가)는 물론이고 ‘원가율 개선’이라는 ‘질적 변화’가 생긴다. 이게 무슨 말인지 살펴보자.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가운데 재무제표를 공시한 4개사(이디야, 카페베네, 할리스, 탐앤탐스)의 지난해 매출 원가율을 살펴보면 이디야가 59.9%로 가장 낮고, 이어 카페베네(66.3%), 할리스(73.5%), 탐앤탐스(78.6%) 순이다(스타벅스는 직영점 체제여서 제외).

매출 원가율이란 매출 원가를 매출액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프랜차이즈 기업에는 청신호이다. 1000원짜리 껌을 만들 때 재료비가 300원이 들어가는 것이 400원 들어가는 것보다 ‘남는 장사’라는 의미이다.

이디야를 비롯한 커피 프랜차이즈 4개사의 매출 원가율 순위는 가맹점 숫자와 정확히 반비례한다.재무제표 작성 시점인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가맹점 숫자를 살펴보면 이디야 1584곳, 카페베네 841곳, 할리스 446곳, 탐앤탐스 412곳이었다.

프랜차이즈 기업이 가맹점 증가에 비례해 매출원가를 낮출 수 있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때문이다. 일반 제조 기업(Manufacturing company)은 공장이나 기계장치를 증설하면 원재료를 대량 구매할 수 있듯이 프랜차이즈 기업은 매장을 늘리면 원재료의 대량 구매가 가능해진다. 김명범 팀장은 “원재료의 구매 단가를 낮추는 대신에 구매량을 늘리기 때문에 거래처인 동서식품, 매일유업, 팔도테크팩 등이 양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낮은 매출원가율은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의 3대축으로 일컬어지는 본사, 가맹점, 소비자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우선, 본사의 수익성이 개선된다. 이디야는 지난해 지난해 영업이익률 12.0%, 자기자본이익률(ROE) 45.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카페베네, 할리스, 탐앤탐스의 영업 이익률은 각각 -3.9%, 6.2%, 5.0%였고, ROE는 각각 -389.7%, 6.9%, 3.9%였다.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의 영업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2015년 기준)

이디야의 이같은 이익률은 국내 편의점 프랜차이즈 기업인 GS리테일의 지난해 영업이익률 3.6%, ROE 9.5%보다 양호하다. 같은 기간 국내 상장 기업(금융사 제외)의 평균 영업이익률과 ROE는 각각 5.8%, 6.1%였다.

이디야는 매장 증가에 따른 수익성 개선 못지 않게 비용 절감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디야측은 “경기 기흥의 물류 창고에서 전국 가맹점에 주3회 원재료를 배송한다”며 “수요 예측에서 발주까지 재고를 최소화하는 경제적주문량(EOQ. Economic Order Quantity)을 개발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해 이디야가 지출한 광고비는 38억 7000만원으로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의 10.1%였다. 이는 업계 평균 16.5%보다 낮다.

다음으로, 낮은 원가율은 가맹점의 수익성을 높여준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매출액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원가율이라고 하는데, 통상적으로 이는 40~50%로 최대 항목을 차지한다. 재료비를 얼마나 낮추느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이디야 가맹점의 원가율은 35% 안팎으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가맹사업거래(https://franchise.ftc.go.kr)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소재 이디야 가맹점(532곳)의 매장당 월평균 매출액은 2185만원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디야 매장의 월간 비용을 추정해보면 재료비 765만원, 인건비 500만원,임대료(관리비 포함) 300만원, 로열티 27만 5000원(VAT 포함), 기타(공과금, 통신비, 세금 등) 250만원으로 합계 1843만원이다(매장 면적 49.5㎡(15평) 기준). 그러면 순이익 340만원 가량이 나온다(공정거래위원회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매장 순이익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

끝으로, 낮은 원가율은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이디야의 아메리카노 커피 1잔은 2800원으로 경쟁사 대비 1000~1700원 저렴하다. 이 역시 이디야가 원재료를 저가에 대량 구매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림회계법인의 김경모 회계사는 “이디야가 향후에도 업(業)의 본질에 충실한 성장 전략을 유지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hankook66@edaily.co.kr

이디야카페베네할리스탐앤탐스GS리테일상장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12.0%-3.9%6.2%5.0%3.6%5.8%
자기자본이익률(ROE)45.2%- 389.7%6.9%3.9%9.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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