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응징`을 약속했으니

  • 등록 2003-09-23 오후 3:37:05

    수정 2003-09-23 오후 3:37:05

[edaily 안근모기자]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뜻일 수도 있고, 결과가 중요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습니다. 말만 앞설 뿐 행동은 엉뚱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도 종합해 볼 수 있겠습니다. 급작스런 원화 강세에 대해 우리의 경제부총리는 "투기세력을 응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증권부 안근모 기자가 한마디 해 봅니다. "채권은 고평가, 주식은 저평가됐다." 재정경제부의 핵심 당국자가 오래전부터 여러 차례 반복해서 한 얘깁니다. 채권과 주식시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위치에 있는 당국자가 이런 얘기를 한 지는 벌써 수년이 됐지만, 그다지 달라진 건 없습니다. "말만 있었지 행동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공박한다면 당국자로서는 억울하기 그지 없겠지만, 결과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는 데 대해서는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정책 당국은 시장 현상에 대해 코멘트를 하는 비평가가 아니라, 정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시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때까지 갖은 노력을 다 하는 행동주체여야 합니다. 판사가 판결로 말하듯이 정책 당국자는 정책으로 말해야 합니다. 행동 없이 입으로만 하는 정책은 더 이상 `구두개입`으로 쳐주지 않는게 시장입니다. 오늘 아침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주가가 떨어지고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이 시장상황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투기세력은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상황에 대한 평가와 함께 앞으로의 정책방향과 의지를 간결하고도 분명하게 밝힌 것이지만, 시장은 거의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 투기꾼들이 설치고 있다는 얘기를 당국이 처음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응징하는 것을 본 적도 없으니까요. (실제로 투기꾼들이 준동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당국 내부에서도 생각이 다른 듯해 보입니다만) 투기세력을 응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손해를 보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처럼 깊이나 폭이 좁은 외환시장에서 당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말한대로만 행동한다면 충분히 응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펀더멘털이나 수급과 무관하게 오로지 엔화를 따라간다는 비합리적 기대로 시장이 움직인다고 판단한다면, 주변국들이 원화도 응당 절상돼야 한다는 당치도 않은 주장과 압력을 계속한다고 생각한다면, 당국은 보다 분명한 행동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엔화와 결별할 의지도 능력도 없으면서 구두개입만 강력히 행사해 시장을 적당히 묶어 놓는다면, 원화가치는 언젠가는 다시 스프링처럼 튀어 오를 것입니다. 계단식으로 레벨을 내주는 지금과 같은 외환시장 개입은 `응징`해야 할 투기세력에게 도리어 먹잇감을 내주는 `원화 바겐세일`일 뿐입니다. 세일이 끝날 때마다 시장은 충격으로 얼룩질 것이고, 이것이 반복된다면 `가치투자`는 더 이상 발을 붙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김 부총리의 `응징` 약속을 지켜보겠습니다. 나중에라도 `구두개입의 특성상 말은 그렇게 세게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변명은 사양합니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말을 반복하는 당국은 권위와 신뢰를 잃을 것입니다. 그 때는 시장 규율을 세우는데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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