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오 이어 동충하초까지…식약처 안전관리 구멍 뚫렸나

식품안전 식약처 대신 소비자원이 챙기는 형국
두 기관 딴 목소리로 식품안전 국민 불신 키우기도
"MOU 체결로 식품안전 더 촘촘해졌다"
  • 등록 2017-01-25 오전 10:42:20

    수정 2017-01-25 오후 12:57:08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2015년 백수오 사태에 이어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많이 쓰이는 동충하초 일부 제품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되는 등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식품안전을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동충하초에 식중독균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적발한 주체가 식약처가 아닌 한국소비자원이서 논란이다.

한국소비자원은 24일 유통 중인 동충하초 18개 제품 가운데 3개 제품에서 기춘치를 초과하는 식중독균인 바실러스 세레우스가, 12개 제품에서는 납·비소 등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소비자원은 위반업체에게는 자발적 회수와 판매중단 권고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유통 중인 동충하초 제품에 대한 안전 관리 강화를 요청했다.

두 기관의 엇박자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두 기관은 지난 2015년 일부 식품과 생활용품의 안전성과 관련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혼란을 부추긴 바 있다. 대표적인 게 백수오 사태다. 소비자원은 2015년 4월 백수오 제품의 65.6%가 백수오 대신 식품으로 쓸 수 없는 이엽우피소로 만들어 국민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백수오 재배 과정에서 일부 이엽우피소가 혼입됐지만 대만과 중국에서는 이엽우피소를 식용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고 대응했다.

같은해 8월에는 소비자원이 일부 모기기피제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지만 식약처는 발암물질로 지적한 시트로넬라유(油)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 12월에는 베이킹파우더와 당면에서 유럽연합 기준치를 4배 초과한 알루미늄이 검출됐다고 공표했지만 다음날 식약처는 유엔식량농업기구와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준에는 안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원이 식약처가 허가한 제품의 위해성을 지적하면 식약처는 그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원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제품의 위해성을 조사해 해당 사업자에게 리콜 권고 같은 대책을 주문하거나 관련 기관에 감독강화를 요청하는 기관”이라며 “식품과 의약품뿐만 아니라 보험, 장난감, 자동차, 가구 등 소비자의 실생활과 관련된 모든 것이 소비자원의 관심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또다시 소비자원이 동충하초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자 식약처의 직무태만을 질타하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약국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건강을 챙기기 위해 구입하는 제품인데 기본적인 안전성조차 문제가 된다면 어떻게 하느냐”며 “건강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이 안일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식약처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가 국민의 식품·의약품 안전을 1차적으로 책임지는 기관은 맞다”면서 “하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모든 분야를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소비자원이나 시민단체,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동충하초 식중독균 발표도 소비자원이 단독으로 진행한 게 아니라 식약처와의 업무협조를 통해 이뤄졌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분석결과를 해석할 때 기준치가 없는 경우 기준치 설정 등 전문가회의 때 식약처 담당부처 관계자들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식품, 약, 의료기기, 바이오, 한방, 화장품 등의 안전성과 효과를 관리감독하는데 본처와 7개 지방청을 합쳐 인력이 1780여명에 불과하다. 이중 식품분야를 담당하는 직원이 200여명 밖에 되지 않는다. 식품 연구인력을 합쳐도 500여명 규모다.

2015년 12월 두 기관은 업무협약을 맺었다. 조사 아이템을 공동으로 발굴하고 대외 공표 시 사전 협의하며 사회적 이슈가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조사하는 것이 이 협약의 골자다. 두 기관이 각자의 목소리만 내다가는 국민의 신뢰를 잃고 존립근거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지난해 소비자원이 발표한 보도자료 198건 중 식품, 의약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 식약처와 관련된 주제의 자료가 24건이나 된다. 탈모방지샴푸 만족도, 온라인 유통 유기농산물 잔류농약 검사결과, 쁘띠 성형시술 후 염증 부작용 주의, 스프레이형 자외선 차단제 안전성, 틀니세정제 성능, 수입 냉동과일 대장균 검출 등 주제만 보면 식약처가 내는 자료 같지만 실제는 모두 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들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식품·의약품·화장품 등의 안전관리는 식약처 소관이지만 소비자원은 관련 법규와 관리시스템에 미비점이나 기준은 있지만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사각지대는 없는지 챙기는 게 역할”이라며 “이런 문제가 예상되니 사전에 조치를 취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가 국민 건강과 식품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은 맞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다 챙기지는 못하는 점이 있다”며 “소비자원과의 업무협조로 국민 건강을 위한 감시망을 촘촘하게 만드는 등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주요 대립 역사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우리 엄마 맞아?
  • 개더워..고마워요, 주인님!
  • 공중부양
  • 상큼 플러팅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