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 해외 이전 러시..미 경제 전환기 맞나

  • 등록 2003-07-25 오후 5:05:46

    수정 2003-07-25 오후 5:05:46

[edaily 황현이기자] 인건비 절약을 통한 생산성 제고에 목말라 하는 것은 철강, 섬유 등 전통적인 제조업체들의 특질만은 아니며, 기업이라면 태생적으로 갖추고 있는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화가 국가간의 장벽을 약화시키면서 기업들은 조금이라도 값싸게 사람을 살 수 있는 노동시장을 찾아 자유롭게 옮겨다니며 그 본능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됐다. 세계화의 진전은 또 지식의 이전을 초래, 한때 서방국가들의 제조업 하청기지 역할에만 자족하던 "제3세계" 국가들에 최첨단 정보기술(IT)기업들이 탐낼 만한 우수한 인력들을 양성시켰다. 게다가 그들의 현지 급여는 서방국가에 비해 아직도 훨씬 저렴하다. 1980년 이후 현재까지 미국에서는 제조업 관련 일자리가 400만개 가까이 줄었다. 그 사이에 미국 경제의 기간 구조는 고부가가치의 지식기반산업과 수입산 물품을 대량으로 소화하는 막강한 소비시장 중심으로 재편됐다. 그중 한 축은 그러나 이제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4일자 MSNBC는 IT등 지식기반업계의 기업들마저 저렴하고도 우수한 인력을 찾아 미국을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3세계, 연구개발(R&D) 거점으로 부상 현재 오라클, 델컴퓨터, 모토롤라, 인텔 등 IT업계의 거두들은 이미 인도와 러시아, 중국 등지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말 포레스터리서치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2015년까지 330만개의 일자리가 미국에서 해외로 이전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연구소는 또 이전되는 직종은 컴퓨터프로그래밍과 회계, 건축공학 등을 포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조합 워시텍이 이번 주에 녹음 테이프로 공개한 지난 3월 IBM의 컨퍼런스 콜에서 한 참석자는 "엔지니어링, 소프웨어 및 컴퓨터 칩 연구개발, 회계와 재무 업무 분야 등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 최근 추세"라며 "인도같은 나라에서는 미국에서 지급해야 하는 급여의 일부만으로 그러한 고급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쟁자들도 해외이전을 고려하고 있으며 우리라고 뒤처질 수는 없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현재 IBM의 전체 인력 중 54%에 해당하는 30만명 정도가 현지 고용인이며 그 비중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중이라고 MSNBC는 지적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인도 방갈로르에 소규모의 기술지원센터를 열어 히데라바드에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센터와 긴밀한 협업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포레스터리서치의 스테파니 무어 부회장은 이러한 현상과 관련 "인도에서는 최고 수준의 프로그래머라도 시간당 22~37달러 정도를 받는다"면서 "미국에서 같은 수준의 인력을 고용하려면 시간당 15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고 말했다. 무어는 아울러 "결국 미국에서는 고소득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경제의 고용과 소비: 아슬아슬한 줄타기 그럼에도 IT를 위시한 지식기반업계의 이같은 해외러시가 반드시 미국 경제에 해롭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스테파니 무어는 고소득 직종의 해외 이전에 대해 양가감정을 갖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기업들이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 이라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해외이전전략은 현재 재정적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의 회생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챌린저, 그레이&크리스마스의 존 챌린저 최고경영자(CEO)도 "세계화와 기업들의 해외이전으로 결국 중국과 인도에 새로운 수익원이 개척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놨다. 그는 또 제조업 분야의 고용이 크게 감축됐던 1990년대에도 결국 26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 손실분을 벌충하고도 남았다며 "미국에 광대한 소비시장이 남아 있는 한 그에 인접해 있지 않을 수 없는 숱한 일자리가 건재할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에게 비용절감이 절박한 이유 중 하나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유사한 조건이면 언제나 저렴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무어는 미국 기업들의 해외이전이 가격인하라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 힘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어는 그러나 “결국 이는 양날의 칼”이라며 “고용시장을 해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능한 한 낮은 가격으로 더욱 많은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해외로 떠난 IT기업들이 되레 소비자들의 월급봉투를 얄팍하게 만들어 소비를 크게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MSNBC는 "90년대 이후 펼쳐졌던 신경제(new economy)가 이제는 구경제(old economy)와 다름이 없어 보인다"며 세계화가 결국 IT중심의 신경제에 조종을 울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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