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는 이전보다 나아졌다. 그러나 세금과 아이들 교육에 뭉터기 돈이 빠져나가 벌이가 늘어나나마나다. 씀씀이에 여유가 생기기는커녕 되레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할 판이다.
허리펴질 날은 더 멀어지고 생계는 갈수록 팍팍해지는 조짐이 역력하다.
◇ 4분기 조세지출 증가율 6년만 `최고`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도시근로자 가구의 비소비지출은 전년동기대비 17.5% 증가했다.
의식주 등을 위해 쓰는 소비지출 증가율 8.3%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조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 4분기 도시근로자 가구의 조세지출 증가율은 무려 24.9%에 달했다. 지난 2000년 3월 25.9%를 기록한 이후 분기별로는 6년여만에 최고치다.
이 같이 `폭탄` 수준으로 조세 부담이 증가한 것은 종부세 과세 대상이 주택공시가격 기준 9억원 초과에서 6억원 초과로 대폭 확대됐기 때문.
최연옥 통계청 사회복지통계과장은 "가계지출이 증가한 것은 비소비 지출, 그중에서도 조세 증가율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며 "종부세 과세 대상을 확대한 것이 지난해 말 지표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공적연금 지출 증가율은 7.2%를 기록, 전년(3.3%)의 두 배 이상이었고, 건강보험료 등 사회 보험 지출 증가율도 2005년 5.9%에서 지난해 10.2%로 확대됐다.
◇ 지갑열기 주저..소비심리 위축
가뜩이나 경기 둔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태에서 세금 부담이 대폭 확대되자, 근로자들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있다.
그러나 소득이 증가한 만큼 씀씀이는 늘지 못했다. 지난해 도시근로자의 가계지출 증가율은 5.6%로, 소득 증가율 5.9%를 밑돌았다.
지난 2003년 이후 줄곳 지출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넘어섰던 추세가 4년만에 뒤집힌 것이다.
지난 2003년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계지출 증가율은 6.8%로 소득 증가율 5.3%보다 높았고, 2004년의 경우 지출증가율과 소득증가율이 각각 6.7%, 5.9%, 2005년 4.5%, 4.4%를 기록한 바 있다.
황상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근로자 전체 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 든 것은 사실"이라며 "실질 임금 인상율이 둔화되는 한편 소비 심리가 불안해 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부동산 대책에 따른 세금 부담의 영향과 대출 이자율 증가, 노후 대비 저축, 교육비 부담 등이 가계 소비를 제한하고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세금과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는 건강보험, 연금등 사회보장비용이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가뜩이나 내리막 일로인 잠재성장률을 더 갉아먹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