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걷고 걸으면 길이 되지요

  • 등록 2002-09-12 오후 6:20:03

    수정 2002-09-12 오후 6:20:03

[edaily 정태선기자] 닷컴 기업들이 분전하고 있습니다. 한 눈 팔지 않고 내실을 다져나가겠다는 다짐이 어느 때보다 강하고 어떻게 사업을 전개해야할 지 방향도 잡았다는 자신감도 배어납니다. 온갖 비바람을 맞은 덕에 내성이 강해졌다고 할까요. 산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닷컴 업계의 분위기를 산업부 정태선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걷고 또 걸으면, 언젠가 사람들이 길이라고 부르겠지” 판화가로도 유명한 이철수 시인의 "길"이라는 시입니다. 한 인터넷기업의 홍보물에 적혀 있는 걸 봤습니다. 인터넷 신생기업으로 시장을 개척하다보면 언젠가 우뚝 서리라는 비장한 각오가 담긴 것 같아 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변화와 개척에 두려워하지 말라는 저 자신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 같기도 해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국제부에서 산업부로 옮겨와 인터넷기업을 담당하게 된지 한달 남짓. 각종 해외 경제사건을 외신원문으로 간접 취재해야 했던 국제부와는 달리 현장을 직접 보고, 기업가들을 만나는 산업부의 분위기는 새로왔습니다. 미국경제의 침체가 닷컴 기업들의 버블 붕괴로 “신경제” 기반이 흔들렸기 때문이라는 외신을 접한 저로서는 국내 닷컴 기업들의 눈속임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단단히 각오했습니다. 특히 제가 맡게 된 소프트웨어, 게임, 인터넷포털이나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은 그들의 사업이 나름의 위상을 갖게 된지 얼마되지 않은데다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마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신 바짝 차려야지"라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한달 남짓 지난 지금, 이들 업체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조금씩 애정어린 시선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선두주자들조차 현실인식의 벽에 부딪쳐 힘겨워하고 있는 닷컴기업들의 모습 때문일 겁니다. 아바타 사업을 시작하려던 한 인터넷기업의 투자설명회 자리였다고 합니다. 40~50대의 기관투자가들 앞에서 30대 초반의 사장이 열심히 수익모델을 설명했습니다. "아바타"로 돈을 벌 수 있다며 그들을 설득하느라 안긴힘을 썼습니다. “저희 업체는 많은 액티브 유저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메일을 주고 받거나 채팅을 할 때 아바타를 이용해 자신을 뽑내고 싶어하죠. 최근에는 아바타 성형수술도 유행하고 명품족까지 등장해 수익을 짭짤하게 올릴 수 있습니다. 투자비용은 거의 없는 반면 수익률이 아주 높다고 할 수 있죠” 설명을 들은 투자자들은 “우리 딸 옷 사주기도 바쁜데 아바타 옷가지 사줘야 하는 세상이구먼”하면서 투자 결심보다는 빠르게 변해가는 세태를 향해 푸념만 늘어놓더라는 겁니다. 불과 1년도 안된 얘깁니다. 지금은 아바타사업이 다음, 네오위즈, NHN 등 많은 포털업체들의 수익모델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산업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닷컴 산업과 현실 인식의 괴리를 보여주는 예라 할 겁니다. 1년이 지났지만 이런 현실인식의 벽은 여전히 철옹성 같아 보입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사장은 "사용자만 많았지 수익모델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지쳤다는 반응입니다. 이 사장은 “이제까지 그릇을 만들어왔다면 지금부터는 그 안에 내용을 담을 시기”라며 현실의 시선들에게 이해를 구합니다. 밤낮없이 해외를 돌며 게임시장의 동향을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는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도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김 사장은 “게임을 산업으로 대접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정부가 지원해주겠다고 하지만 정부 실무자들은 생각이 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습니다.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있는 NHN의 이해진 대표는 “엔지니어들도 성실히 일하면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돈도 벌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선례가 없는 세상에 대한 도전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대표도 “일본시장을 공략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신제품 개발에 전력하고 있습니다. 해외 보안솔류션 시장을 향한 외침이라 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IT관련 산업의 시장은 이제막 걸음마를 떼고 있거나 성장기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옥석”이 가려지면서 "전부가 아니면 아무 것도 못가지는(All or Nothing)" 시장 상황이 전개될 것입니다. 강자와 약자가 확실히 판가름나는 시기인 셈이죠. 시장의 머니게임에 휩쓸려 딴청을 피거나 한 몫 잡겠다는 욕심만 키우는 "무늬만 IT기업"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 것입니다. 대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강자로 나서기 시작한 기업들까지 "무늬만 기업"들과 같이 취급해선 안될 것입니다. 때마침 인터넷기업들이 제대로 된 실적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올 1분기에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됐고 옥션, 네오위즈, 인터파크 등도 2분기에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NHN은 올 상반기 1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정 관념을 헤쳐나가면서 걷고 걷고, 또 걸어서 길을 만들어가는 기업들의 개척사를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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