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학원종합반`은 싫어!

  • 등록 2003-03-28 오후 5:48:12

    수정 2003-03-28 오후 5:48:12

[edaily 조용만기자] 공보실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요즘 새벽별을 보고 출근합니다. 가판구독이 금지된뒤 생겨난 풍속도죠. 오늘 금감원 공보실이 만든 신문 스크랩 주요 내용은 `현대투신 매각`과 `중앙부처 공보관회의`였습니다. 서로 무관한 내용인듯 하지만 조금 들여다보면 공통분모를 하나 발견할 수 있다는데, 경제부 조용만 기자가 전합니다. ◇옛 풍경 26일 오후 5시30분쯤 금감위 출입기자들이 모였습니다. 가판 마감이 끝난 시각이라 평소 기자들이 적은 편인데 이날은 `필참요망`이라는 공지가 거듭됐던 탓인지 대부분이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안건은 `엠바고 협의`. 우여곡절을 겪어오던 현투매각 협상이 푸르덴셜과의 MOU체결로 일단락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를 보도할 시점을 정하는 것이 회의소집의 이유였습니다. 금감위와 푸르덴셜이 27일 오후 2시 MOU체결 사실을 한국과 미국에서 공동발표하기로 한 만큼 언론도 발표시간에 맞춰 보도를 해달라는 것이 기자단에 전달된 `엠바고 요청`이었습니다. 27일 오전 10시 협상을 담당한 실무진이 보도자료 배포와 함께 협상경위, 내용 등을 설명하고 이후 풀기자가 프루덴셜 대표와 전화취재를 해 공동보도를 하기로 결론을 내린뒤 엠바고를 수용했습니다. 과연 발표시점까지 보안이 유지될지 의문스러웠지만 내용발표전까지 불명확한 보도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엠바고 수용의 배경에 깔려 있었습니다. 금감위·금감원 공보실에서는 외신들에게 협조를 당부하는 등 정보의 사전유출 방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7일 아침부터 엠바고는 곳곳에서 물이 샜고 급기야 금감위와 기자단이 엠바고 파기를 선언할 지경까지 갔습니다. 현투증권은 이날 아침 8시쯤 사내방송을 통해 좋은 소식이 있다며 푸르덴셜과 정부가 오전 매각MOU를 체결할 것이라고 공표했습니다. 시장에서는 MOU체결 발표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시장이 열리는 오전 9시에는 국내 통신사인 연합뉴스가 `묘한` 실수를 했습니다. 일선 기자가 보고한 기사계획이 단말기를 통해 공개됐고 증권사 HTS와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삽시간에 시장으로 퍼져나갔습니다. `현투매각 의미와 과제` `제값 받았나-MOU 내용분석을 중심으로` `발표자 일문일답` 등 상황을 충분히 짐작하고 남을 11개의 기사제목이 시장에 유포됐습니다. 제 메신저도 불이 났고 현대증권의 주가는 불붙듯 타올랐습니다. 시장이 다 알고 움직이는 상황에서 엠바고에 재갈이 물려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 기찬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기자실에서는 MOU체결 사실을 시장에 알리고 시장상황을 뒤따라가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금감위는 정해놓은 국제약속을 파기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오전 10시, 협상을 주도해온 이두형 감독정책2국장이 보도자료를 들고 기자실로 막 입장하던 무렵. 세계적 통신사인 블룸버그가 푸르덴셜발로 `Prudential to Pay $400 Mln for 2 Units South Korea`s Hyundai`라는 제목의 기사를 타전했습니다. 곧이어 로이터도 같은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MOU체결 사실을 발표하러 온 국장의 입에서는 엠바고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기자들은 서둘러 관련내용을 시장에 알렸습니다. 마치 새로운 소식인 냥...개방된 시장을 폐쇄적 시스템으로 접근한 결과는 참담하게 끝났습니다. ◇새 풍경 금감위 기자실이 불난 호떡집으로 변하고 있을 무렵, 정부부처 국장급 40여명이 모인 은행회관에서는 무거운 분위기가 회의장을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국정홍보처장 주재로 오전 10시부터 열린 `중앙부처 공보관회의`에서는 `기자실 개선 및 정례 브리핑제 도입`에 관한 기본방향과 개선방안이 전달됐습니다. 부처 공보관들은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내부 의견을 취합, 나름대로의 대안을 내놨지만 국정홍보처의 방침은 요지부동이었다고 합니다. 폐쇄적 기자실을 일정한 요건을 갖춘 기자들에게 개방, 브리핑실과 기사송고실을 설치하고 기자개인별 전용부스 대신 사물함을 설치해 실비를 부담시킨다는 것은 외형상의 변화입니다. 장·차관이 주 1회이상 정례브리핑을, 공보관과 국·실장은 수시브리핑을 실시하고 일과시간중 기자들의 사무실 방문취재는 금지하되 필요시 공보관을 통한 면담신청후 취재한다는 것은 관행이 달라지는 점입니다.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소송 특강도 있었다는 소식입니다. 오늘 아침 공보관실에서는 출입기자들이 둘러앉아 `작금의 사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지만 뾰족한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방문취재 금지 등에 대해 기자들의 비난 목소리가 높았고, 공보실 직원들은 중간에 끼인 처지의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국정홍보처는 각 부처별로 내달중에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TF팀을 꾸려서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새로운 체제를 가동하려는 분위깁니다. 오늘자 청와대 브리핑(제 20호)은 이렇게 말하고 있더군요. "27일 중앙부처 공보관 회의에서 논의한 `기자실 개선 및 정례브리핑제 도입안`의 핵심은 모든 매체에 정보공개와 정보접근권을 공평하게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만 은밀하게 정보를 흘려줘 `자유로운 정보흐름`을 왜곡해 온 폐단을 고치려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과거 정치권력이 제공하는(leak) 별도 정보로 `관급 특종`을 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가판 절독이 `기사 빼달라, 고쳐달라`는 기사로비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면, 새 취재시스템은 정보접근의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부처와 기자단의 합의로 결정하는 엠바고(시한부 보도자제 요청) 관행도 사실상 폐지된다. 언론계에서는 엠바고 설정의 자의성과 자유로운 정보유통을 막는 역기능을 줄이기 위해 90년대초부터 엠바고 남발 방지를 위한 숱한 논의가 이어져왔다" 기자단이 모여 엠바고를 논의하던 어제의 모습은 이제 `희미한 옛 기자의 그림자`로 남겨질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기자실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불과 몇달 전입니다. 인수위 출입시절, 비중있는 기사거리를 쏟아내던 숱한 브리핑과 뉴스를 받아쓰고 전달하기에 급급했던 저와 동료기자들의 모습은 아직 눈에 선합니다. 소식지였던 인수위 브리핑에는 기자실을 학원종합반에 비유한 글이 실려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학원 강의실(기자실을 말함. 딱딱한 일렬의자의 빡빡한 배치가 실제 학원을 연상케 한다)은 오늘도 아침부터 수험생(경쟁기자)으로 넘쳐난다. 이 학원(인수위)이 요새 잘나가는데다 강의실 출입(기자실 개방)제한을 풀면서 많은 학생(정치부 외에 경제부 등 다른 부서 기자들과 인터넷 매체, 전문지도 출입)이 모두 이 학원으로 몰린다. 하루 일과는 담임선생(대변인)의 강의(공식 브리핑)로 시작된다. `깐깐한` 성격의 담임은 정해진 커리큘럼(공식 발표사항)외에는 강의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가끔씩 과목별 강사(각 분과 간사나 위원)들이 특별강의(분과별 주요사안 브리핑)도 하지만 학생들의 학업의욕을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중략)"-<1월27일자 인수위 브리핑 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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