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액(담즙)이 지나가는 통로인 담도가 막혀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못하면 황달, 간경변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스텐트를 이용해 담도를 다시 넓혀주게 된다. 특히 췌장암이나 담도암 환자들은 암세포가 담도를 침범해 막히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스텐트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담도 스텐트는 수개월이 지나지 않아 다시 막히고 시술 후 염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재시술을 받아야하는 환자들의 고통이 컸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박도현?융합의학과 백찬기 교수팀은 은 입자 고정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담도 스텐트를 개발하고 동물실험을 진행한 결과, 스텐트 내부에 쌓인 바이오필름 찌꺼기의 양이 기존 스텐트에 비해 약 63% 줄어들었으며 스텐트 시술 뒤에 발생할 수 있는 염증, 섬유화 등의 수치는 약 28% 낮았다고 13일 밝혔다.
담도 스텐트에 담즙 찌꺼기와 세균 등으로 이루어진 바이오필름이 달라붙어 막히는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다. 특히 은을 코팅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텐트 겉에 덧씌워진 실리콘 폴리머에 은 입자를 고정시키는 신기술을 활용해 은 입자가 담즙에 씻겨 나갈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 안전성을 높이면서도 바이오필름 형성 억제 및 항염증 효과는 지속적으로 유지시켰다.
하지만 소화액의 일종인 답즙은 혈액과 달리 걸쭉한 성질을 지니기 때문에 시술 후 수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스텐트 주위에 담즙 찌꺼기와 각종 세균 등으로 이루어진 바이오필름이 엉겨붙어 담도가 다시 막히게 된다.
스텐트가 막힐 때마다 내시경을 환자 뱃속 깊이 집어넣어 막힌 스텐트는 빼내고 새로운 스텐트를 다시 집어넣을 수 밖에 없지만, 수개월 마다 매번 같은 시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교체 과정에서 염증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연구팀은 항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은 입자를 이용해 스텐트를 만들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돼지 15마리를 대상으로 8주간 동물실험을 진행한 결과, 새로운 스텐트에 엉겨붙은 바이오필름의 양이 129.96㎣, 기존 스텐트의 경우는 345.90㎣로 나타나 협착률이 6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결과를 은 입자 고정 기술을 통해 은이 가지고 있는 항균 효과를 장기간 지속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담도염 등의 주요 원인인 폐렴간균, 대장균을 대상으로 항균 효과를 시험한 결과 새로운 스텐트의 경우 24주간 항균력이 99%로 지속되었지만 기존 스텐트의 경우에는 15.8%까지 떨어져 이를 뒷받침했다.
박도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은 입자 고정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새로운 담도 스텐트를 사용하면 스텐트가 막히지 않고 유지되는 기간이 길어져 매번 재시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치료 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후속 임상 시험 과정을 거쳐 보다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새로운 담도 스텐트가 곧 실제 임상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