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가 12일 예정했던 법안심사소위를 취소하면서 기업워크아웃(채무조정)의 근간이 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 연장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한시법인 기촉법은 내달 15일 일몰 예정으로, 이번 주 정무위에서 통과돼야 이달 말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워크아웃 공백기에 대응하기 위해 플랜B인 자율협약 카드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혜련 정무위 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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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정무위는 전날 오후 이날 예정된 법안소위를 취소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법안소위가 취소됐다. 향후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정무위는 법안소위를 열어 기촉법을 비롯해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골자로 한 산은법 등의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정무위는 지난 7월 초 이후 법안소위를 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유공자법’ 단독 처리 이후 여야가 대립해서다. 이후 9월 정기국회 개회를 계기로 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이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유감을 표명하면서 정상 운영을 기대케 했다.
특히 이날 법안소위 개최 소식에 기촉법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기촉법의 일몰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연장 법안의 처리가 시급했기 때문이다. 기촉법 연장안을 여야 모두에서 발의한 탓에 금융당국도 연장안 통과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법안심사 1소위원장을 맡은 김 의원이 전날 회의 취소를 통보하면서 기대감은 물거품이 됐다. 취소 배경과 관련해서는 산은법에 대한 민주당의 반대 기류라는 시각과 기촉법 연장에 반대하는 목소리 때문이라는 분석 등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촉법 일몰이 현실화되면 ‘기업구조조정 운영협약’(자율협약)으로 워크아웃 공백기에 대응할 전망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07년과 2016년, 2018년에 기촉법 일몰 이후 자율협약을 통해 대응했던 전례가 있다.
다만 자율협약은 기촉법과 달리 강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신속성에서 한계가 있다. 금융사들의 협약 가입을 거부하면 마땅한 수단이 없다. 특히 기촉법은 채권단의 75% 이상이 동의하면 기업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채권단의 채무감면과 신규대출이 이뤄진다. 반면, 협약은 채권단 100%의 동의가 있어야 워크아웃을 진행할 수 있다.
실제 기촉법이 처음으로 실효(효력상실)됐던 2006년1월~2007년11월까지 현대LCD·VK·BOE하이디스·현대아이티·팬택·팬택앤큐리텔 등 총 6개 기업이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하지만 팬택 및 팬택앤큐리텔만 합병으로 구조조정이 됐다. 나머지 4개사는 채권단 간 합의도출 실패로 법정관리 절차를 밟아야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 (경영)여건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 정상화를 할 수 있는 선택지 하나가 사라지는 격”이라며 “예전에도 일몰 된 경우가 있다. 자율협약 등의 수단은 마련할 것이지만, 근원적 대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