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리포트)"남한테 내돈을 몽땅 맡겨?"

  • 등록 2003-10-21 오후 4:53:33

    수정 2003-10-21 오후 4:53:33

[edaily 권소현기자] 증권업계에도 맞춤형 자산관리 시대가 열렸습니다. 22일부터 일부 증권사가 시판에 나서는 일임형 랩어카운트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새로운 금융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투자기법들도 다양해지고 있는 요즘, 내 돈을 관리해주는 나만의 전문가를 쉽게 모실 수 있는 기회죠. 증권부 권소현 기자가 증권업계의 맞춤형 자산관리가 어떻게 전개될 지 조망해봤습니다. 여러분은 금융자산을 어떻게 굴리고 계십니까. 수익률을 따르자니 리스크가 걱정이고, 안정성을 추구하자니 수익률이 영 신통치 않죠. 특히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는 금융자산을 굴리기가 더욱 고민스러울 겁니다. "역시 부동산이 최고"라는 주위사람들 주장에 달리 반박할 말도 없고요. 이런 상황에서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개인 자산가들의 이같은 고민을 조금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삼성과 LG투자, 대우, 미래에셋, 동원 등 5개 증권사가 허가를 받아 일임형 랩어카운트를 내놓았습니다. 지난 20일 권유서를 각 지점으로 발송했고 내일(22일)부터 일제히 계약에 들어갑니다. 단순한 중개업무에서 탈피해 종합자산관리로 업무영역을 넓혀가려는 증권업계로선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고 환호할만 한데 어찌된 일인지 당초 예상보다 열기가 덜한게 사실입니다. 언뜻 일임형 랩어카운트를 즐겨찾을 고객수를 헤아리다보면 앞길이 창창합니다. 삼성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말 현재 우리나라에서 1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람이 14만명이랍니다. 금융자산과 연간소득이 각각 1억원 이상인 ‘고액자산가 후보군’ 6만여명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20만을 넘어선다죠. 자산규모는 한 200조원쯤! 이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큰 돈을 굴리는 상품이라면 뭔가 대박을 기대할만 한거죠. 이런 부자들을 상대하는 일임형 랩어카운트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까요. 우선 이 상품 자체의 한계를 짚어보죠. 물론 `은행예금보다야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줄 수 있을 것`이란 상대적 강점이 있겠지만 아직 일임형 랩어카운트의 자산운용 대상은 유가증권에 한정돼 있습니다. 지금 증권사별로 주식이나 수익증권 편입 비율에 따라 5가지 정도의 상품을 내놓았을 뿐입니다. 무엇보다 상품 종류나 운용대상이 확대돼야할 겁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부동산 관련 상품이나 보험 등 랩어카운트 운용 대상에 편입할 수 있는 자산의 범위가 무척 넓습니다. 이렇게 되려면 먼저 국내의 자산유동화증권 시장이 활성화돼야만 하겠죠. 시간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그런데 지금 증권업계는 이런 상품의 한계만큼이나 우리나라 부자들의 독특한 심리을 놓고도 고민을 합니다. 현금을 한 100억쯤 갖고있는 부자가 있다고 하죠. 투자수익률이 좋고 자산관리전문가를 믿을 수 있다고 해서 100억원을 다 맡길까요. 그리고 자신은 다른 할 일을 찾을까요. 돈굴리는 일 말고요. `그냥 노는 것`만으로 인생의 의미를 찾긴 어려울 겁니다. 또 요즘 무척이나 활성화돼있는 은행의 프라이비트뱅킹(PB)마다 10억원만 넣어둬도 그야말로 귀빈 대접을 받습니다. 때되면 그럴듯한 선물도 받고 골프접대도 어렵지않습니다. 10군데서 골고루 VIP 대접을 받는게 심리적으로 더 낫진 않을까요. 이런 사람들에게 자산관리의 효율성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 거죠.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건 PB에 역량을 집중하고있는 은행권도 함께 고민하는 대목일 겁니다. 투자효율성과 신뢰 등 건전한 무기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심리적 문제들이 있는 셈입니다. 지금 증권업계는 고객들의 `성숙한 투자의식`도 강조합니다. 무조건 고수익률만 요구한다거나 "투자수익률이 좋으면 내 탓, 나쁘면 자산관리자 탓"으로 돌리는 모습은 벗어나야한다는 것입니다. 미래에셋증권 고객자산운용팀 이재호 팀장이 랩어카운트에 대해 "단기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고객 보다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으로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당장 화끈한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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