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수비형 재테크의 시대

초(超)저금리 대처 위한 전문가 5인의 포트폴리오
  • 등록 2004-08-13 오후 7:28:54

    수정 2004-08-13 오후 7:28:54

[조선일보 제공] 국내 모 은행은 12일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하한 뒤 이날중 투자신탁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일일이 손실 위험을 경고하고 다시 가입할 것을 통보했다. 이날 오전에 판 상품을 오후에 다시 거둬들인 셈이다. 이는 정부가 예상을 깨고 정책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기 때문. 신탁상품이 설정되자 마자 이날 1000만원 당 1만5000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돼 이를 막기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이 은행 관계자는 말했다. 돈을 어디다 맡길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괴로운 시대가 됐다.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하루가 멀다하고 경신하고 있고, 바닥이었던 줄 알았던 금리가 정부에 의해 다시 끌어내려졌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할 경우 정기 예금에 돈을 넣으면 손해가 나는 저금리 시대가 시작한지 2년이 지났지만,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고민하는 재테크 전문가들은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을까. 툭 터놓고 말하면, 전문가들도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한국의 경제성장률(GDP 성장률)이 5% 언저리에서 움직이고 금리의 절대 수준이 낮아진 상황에서 금리를 뛰어넘는 부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이헌재 경제부총리 등은 부동산 시장에 일정한 바람을 불어넣어 줄 것 같은 발언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온갖 세제 압박을 받고 있는 부동산에 기웃거리는 것은 거액 자산가가 아닌 보통 샐러리맨들에게는 너무 큰 도박이다. 과거 두번에 걸친 오일쇼크 때 국내에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부동산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거는 것도 성장 일변도였던 당시와 성장이 정체된 현재를 비교하면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역설적으로 현재 상황은 재테크는 거액 자산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 위험, 금리 하락, 부동산 정체 등은 거꾸로 자산의 가치가 떨어짐을 뜻하기 때문이다. 축구로 비유한다면, 공격에 올인하지 않더라도 자기 골문을 철저히 잠그는 빗장 수비를 위해서도 재테크가 필수적인 시점이 됐다. 은행권 재테크의 고수 5명에게 ‘방어를 위해서라도 재테크가 필요한 시대’의 재테크 전략을 물어봤다. 이들은 각각 다른 포트폴리오(자산 구성)를 내놓았지만, 공통적으로 ▲ 적극적으로 예금 이외의 상품을 발로 뛰어 찾는 것 ▲ ‘대박’의 환상을 버리고 적절한 수준으로 기대 수익률을 낮출 것 ▲ 비과세나 세금우대 혜택은 반드시 다 누릴 것 ▲ 부동산은 관심은 가져야 하지만 관망할 것 등을 필요 조건으로 꼽았다. 최근 해외 상품도 추천 재테크 상품 리스트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일단 한국 기업보다는 해외 기업의 경영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많은 셈이다. 취재가 이뤄진 순서대로 재테크 전문가 5명이 추천하는 포트폴리오와 그 이유를 소개한다. ◆“20%는 일본 주식 동유럽 채권 펀드로” 신한은행 한상언 재테크 팀장은 “자산 보호를 위해서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른바 자산의 디플레 현상에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확정금리 상품보다는 틈새를 찾기 위한 투자 상품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 팀장은 “주식, 채권, 부동산 중에서 투자자들에게 특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상품은 없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는 영악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팀장이 제안하는 포트폴리오는 20%는 일본의 주식시장이나 동유럽 시장의 채권에 투자하고, 30%는 매달 내는 적금처럼 조금씩 펀드에 가입하는 적립식 주식 펀드, 50%는 기업어음 CP 투자(은행에서 파는 상품이름은 주로 ‘단기 특정금리 신탁’). 한 팀장은 “이같은 포트폴리오도 길게 가져가지 말고 단기적으로 굴려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가지수 750이면 20~30%는 인덱스 펀드 가입해도” 한국투자증권 서울 여의도PB센터 박미경 지점장은 “GDP 성장률이 떨어지는데 독불장군처럼 혼자서만 자산을 늘리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박 지점장은 “거액 자산가들이야 최근 2~3년간 오른 부동산으로 많은 돈을 벌었고 금리 조금 더 내렸다고 해서 포트폴리오를 바꾸지는 않는다”며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물가도 비싸 살기 어려운 마당에 돈을 빌려 아파트에 몇 억씩 투자하라고 조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 지점장은 “최근 몇년 간 주가의 사이클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최근 몇 년간의 주가 흐름을 보면, 종합주가지수 750선에서 인덱스 펀드에 가입할 경우 빠르면 6개월, 늦어도 2년이면 20%의 상승률을 보였다는 것. 이에 따라, 박 지점장은 20~30%는 인덱스 펀드, 50%는 확정금리 상품, 나머지는 MMF로 단기적인 운용을 할 것을 제시했다. 그는 “적립식 펀드를 한다면 불입기간을 10년 이상은 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며 해외펀드는 과세가 많이 되는 단점이 있어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올라갈 가능성 없어 채권형 펀드에 30%” 우리은행 김인응 재테크 팀장은 “투자자들로서는 실적 배당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금리를 내린 원인 중 하나가 고유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따라사 해외 시장 연계 펀드 등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약간 특이하게 국내 채권형 펀드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얼핏 들으면 이해하기 힘든 얘기. 왜냐하면, 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팀장은 “회사채 금리가 회사들의 실적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보고 있고, 나중에 이게 제대로 평가되면 회사채 금리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김 팀장이 제시하는 포트폴리오는 30%는 채권형 펀드, 305는 일본의 우량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40%는 국내 주식시장의 하락과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을 조건으로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는 ELS(자산 연계증권)로 구성돼 있다. ◆“젊은층은 70~80%를 일본 및 국내 주식 펀드에” 하나은행 김근호 재테크팀장은 “나이가 든 분들은 안정성에 집중해서 채권형 펀드에 계속 투자하는 것이 좋지만, 젊은층은 발품을 발아 적극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노년층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수익률이 떨어지더라도 채권형 펀드를 하는 것이 좋지만, 젊은층은 적극적으로 일본 등의 해외 시장과 국내 우량주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물론 이같은 약간의 모험도 정기예금 금리보다 1.5~2%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 김 팀장의 말이다. 김 팀장이 젊은 층에게 제안하는 포트폴리오는 35%는 일본 주식 펀드, 20% 정도는 국내 주식시장의 우량주, 15% 정도는 일반 펀드, 30% 정도는 적립식 펀드에 넣는 것. 김 팀장은 “물론 모든 투자의 전제는 세금 우대나 비과세 상품을 이용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연계된 ELS에 30%” 국민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 심우성 팀장은 “재테크는 부자들보다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적은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열심히 해야 한다”는 전제를 내놨다. 일본과 관련된 ELS 같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은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가능한데도 일반 샐러리맨들은 생각도 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심 팀장은 “틈새 상품에 적은 비중을 넣어도 예금 금리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 팀장은 50%는 정기예금, 20%는 일본 주식형 펀드, 환율이 일정한 박스권에서 움직이면 12%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환율 연계 ELS에 30%를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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