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프리즘]'러브샷' 강요한 대학 학장 해임은 합당할까

폴리텍대 지역대학장 재직 중 여직원들에 러브샷 등 강요
法 "해임 합당"…"피해자들 정신적 고통 호소…재량권 남용 아냐"
  • 등록 2022-06-23 오후 3:07:08

    수정 2022-06-23 오후 10:28:14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대학 학장이 여직원에게 회식 중 러브샷 등을 강요해 해임됐다면 합당할까 부당할까.

인천지법 전경. 사진=이데일리 DB.
A씨는 고용노동부 산하 교육기관인 한국폴리텍대학 지역대학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9년 5월 저녁 회식 후 식당 주차장에서 여직원 B씨의 어깨를 팔로 안았다. 그는 2개월 뒤 회식을 마치고 B씨의 등을 쓸어 올리며 어깨를 감싸 안았고, B씨가 피하려고 하자 팔로 재차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

또 A씨는 노래방에서 또 다른 여직원 C씨의 속옷 라인 부위에 손을 댔고, C씨가 술을 마시는 시늉만 하자 다른 동석자와 러브샷을 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B씨와 C씨는 학교 측의 감사가 시작되자 “불쾌했고 수치스러운 감정이 밀려왔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학교 측은 품위 유지 의무와 성희롱 금지 규정을 위배했다는 이유로 같은 해 10월 A씨를 해임했다. A씨는 한 달 뒤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재심을 청구했으나 학교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해임 이후 받지 못한 임금과 위자료 명목으로 2억5000만 원을 요구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러브샷을 하게 한 사실은 있지만, 성희롱으로 왜곡됐다”며 “징계 사유 중 일부 행위는 실제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학교 측의 A씨 해임 처분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민사11부(정창근 부장판사)는 A씨가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성도 있는 데다 폐쇄회로(CC)TV 등 증거와도 부합한다”며 A씨의 해임 처분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 행위는 피해자들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학교법인 인사 규정상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피해자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한 피해자는 병원 진료를 받았을 뿐 아니라 일까지 그만뒀다”고 판시했다.

또 “A씨는 해당 캠퍼스의 최고 책임자인 지역대학장으로서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하 직원을 성희롱했다”며 “A씨가 받은 해임 처분이 사회 통념상 재량권을 남용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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