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극장 정미소 17년 만에 폐관…내달 마지막 공연

2002년 개관…'폐허의 공간 예술공간으로'
실험적인 작품들로 독특한 개성 보여줘
폐관작은 윤석화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
  • 등록 2019-05-09 오전 11:48:37

    수정 2019-05-09 오전 11:48:37

설치극정 정미소 내부 모습(사진=돌꽃컴퍼니).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대학로에서 실험적인 공연을 주로 올리며 개성 있는 소극장으로 자리매김했던 설치극장 정미소가 1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폐관작은 설치극장 정미소를 운영해온 배우 윤석화의 모노드라마 ‘딸에게 보내는 편지’(6월 11일~22일)다.

9일 공연 홍보를 맡은 샘컴퍼니는 “2002년 개관해 17년간 자리매김했던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의 마지막 라인업으로 당시 개관작을 공연했던 배우 윤석화가 곧 사라질 공간에 대한 추억을 기념하기 위해 ‘아듀! 정미소’를 테마로 공연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설치극장 정미소는 윤석화와 건축가 장윤규가 폐허의 공간을 예술공간으로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2002년 개관한 소극장이다. 원래 목욕탕으로 쓰던 3층 건물을 개·보수해 극장으로 만들었다. 극장 이름인 ‘정미소’는 ‘쌀을 찧어내듯 예술의 향기를 피워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2석 규모의 소극장이지만 다른 소극장과 달리 높이가 6미터 이상이나 돼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는 작품들이 주로 올랐다.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설치극장 정미소에 오른 작품 중 한태숙 연출의 ‘서안화차’, 박상현 연출의 ‘자객열전’ 등이 인상에 남아 있다”며 “획일적이지 않은 작품들로 독특한 아우라를 보여준 의미 있는 문화공간이 사라진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공연 전문지 월간 객석 사무실, 언론인 김어준이 운영하는 카페 벙커1이 처음 자리했던 곳이기도 하다. 폐관 이유는 경영난인 것으로 알려졌다. 샘컴퍼니 관계자는 “윤석화 배우가 경영난 속에서 적자가 쌓여서 건물 매각을 결정했다”며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주에 있을 공연 제작발표회에서 밝힐 것이다”라고 말했다.

폐관작인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영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아놀드 웨스커의 작품이다. 1992년 연출가 임영웅의 연출로 윤석화가 출연해 극단 산울림에서 초연했다. 초연 당시 관객들의 높은 관심으로 10개월 간 공연을 이어갔다.

샘컴퍼니 관계자는 “윤석화 배우가 공연 직전까지 산소 호흡기를 달고 공연을 강행했을 만큼 배우로서 근성과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의미 있는 작품이기에 설치극장 정미소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내년에 있을 런던 공연을 위한 오픈 리허설 형식으로 이뤄진다. 연극 ‘레드’ ‘대학살의 신’, 뮤지컬 ‘시카고’ ‘빌리 엘리어트’ 등에 참여한 연출가 김태훈,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토요일 밤의 열기’의 작곡가 겸 음악감독 최재광이 창작진으로 참여한다. 공연 기간 중 스페셜 게스트의 헌정 출연도 예정돼 있다.

설치극정 정미소 전경(사진=돌꽃컴퍼니).
지난 2016년 1월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연극 ‘마스터 클래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윤석화(왼쪽)와 그의 스승인 연출가 임영웅(사진=돌꽃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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