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지난해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촉발한 ‘김포-서울 편입’ 이슈 이후 앞다퉈 서울 편입에 뛰어들던 경기도내 일부 지자체장들이 신중론으로 돌아서고 있다.
총선 전 김포시의 서울 편입 관련 주민투표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고 관련 특별법도 21대 국회에서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가면서다. 또 총선 이후로 관련 논의가 미뤄지게 되면서 서울 편입 시와 경기도 잔류 시 각 지자체가 얻을 득실에 대한 셈법도 분주해지고 있다.
| 왼쪽부터 이현재 하남시장, 신계용 과천시장, 백경현 구리시장.(사진=하남시·과천시·구리시) |
|
22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들어 신중론을 공식적으로 거론한 단체장은 이현재 하남시장이다. 이 시장은 지난 18일 위례동 주민과의 대화에서 서울 편입과 관련해 “서울 편입을 원하는 위례신도시 주민들의 간절함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위례신도시의 핵심 현안 중 하나인 위례신사선을 비롯해 3호선과 9호선 용역, 그린벨트 해제 등이 경기도와 연계돼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남시의 경우 단체장보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서울 편입에 대한 요구가 강했던 곳이다. 하지만 서울 편입이 이뤄지면 이현재 시장 취임 후 역점사업으로 진행 중인 ‘K-스타월드’ 조성사업과 ‘스피어’ 공연장 유치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두 사업 모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GB) 해제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총량제로 관리되는 GB는 경기도의 경우 해제 물량이 충분하지만, 서울시는 잔여총량이 거의 고갈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 지난해 11월 29일 신계용 과천시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과천시 서울 편입을 논의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과천시) |
|
오세훈 서울시장과 직접 만나 서울 편입을 의논했던 신계용 과천시장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천시는 지난 11월말 시민 700명을 상대로 서울 편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 47.8%, 반대 50.8%로 반대 의견이 근소한 수치로 높게 나왔다.
또 과천시 인구는 지난해 12월 기준 8만1000여 명으로 서울 편입 시 자치구가 아닌 동(洞)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 시장도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과천시민들은 굳이 서울에 편입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도 많다. 숙의를 통해 신중히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와 함께 ‘서울 편입 공동연구반’을 운영 중인 구리시는 백경현 시장이 최근까지도 지속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시 안팎의 셈법은 복잡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로 편입될 시 현재 추진 중인 경기주택도시공사(GH) 본사의 구리시 이전이 백지화되기 때문이다.
| 오세훈 서울시장과 백경현 구리시장이 지난해 11월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구리시의 서울시 편입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지자체가 서울시 자치구로 편입될 ‘기본계획 수립’ ‘관리계획 입안 및 결정’ ‘개발사업 승인’ 등 자율적 도시계획권한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또 보통교부세 불교부, 국고보조율 10% 감액 등으로 지자체 예산 규모도 감소가 불가피하다.
소순창 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은 “하남시나 구리시 등이 교통문제를 이야기를 하는데 편입된다고 해서 교통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동산 문제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서울 편입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동산도 별로 올라갈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가시티인 일본 동경도 23개 자치구 이외에 신도시들이 공실들이 엄청 많다. 부동산 문제는 앞으로 수요가 줄기 때문에 당연히 가격이 급등하거나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