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무엇'을 보다 '왜'를 묻는 성찰을

  • 등록 2013-07-08 오후 6:36:43

    수정 2013-07-08 오후 6:36:43

[이데일리 류수근 부국장 겸 온라인총괄부장] 3~4년전부터 5월 중순이면 압구정동의 명품거리는 동양하루살이 떼의 출몰에 당황한다. 행인들은 이들을 피하느라 기겁하고 점포 주인들은 매출피해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동양하루살이는 사람을 성가시게 할 뿐 해충은 아니라고 한다. 주로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에서 살기 때문에 오히려 한강 수질이 좋아졌다는 증거물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명품거리를 찾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강에서 새와 물고기, 개구리 등의 천적이 사라진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유기적인 먹이사슬을 가진 건강한 생태계의 복원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얘기다.

생태계란 생물과 그 생물을 둘러싼 환경의 복합적인 체계를 일컫는다. 생태계 내에서 생물과 환경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서로 적응하고 조화롭게 살아간다.

생태계를 이루는 생물의 종류와 수가 급격히 변하지 않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생태계의 평형’이라고 한다. 동양하루살이의 출몰은 생태계의 평형이 깨졌음을 입증한다.

생태계의 평형이 깨진 주된 요인은 자연에 대한 배려 없이 인간의 편의대로 환경을 변경하고 개발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각계에서 ‘생태계’라는 말이 부쩍 많이 쓰이고 있다. 특히 IT산업에서는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 세상을 본격적으로 연 뒤부터 유독 자주 쓰이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운영체제(OS)를 만들고 외부 개발자 등 ‘서드 파티’가 다양한 어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만들어 앱스토어에 올려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요즘 경제산업 분야에서는 ‘갑을관계’로 표현되는 우리 사회의 위계적 관계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두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정치 분야에서는 여야간 NLL·대화록 공방이 끝을 모르게 전개되면서 국론분열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갑을논쟁 해결의 핵심은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이라는 가치사슬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안정된 산업생태계를 어떻게 하면 구축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어떤 생태계에서든 가치사슬의 단계를 인위적으로 무리하게 확대하거나 축소해서는 안 된다. 소수의 의견만을 반영하는 엘리트주의도 문제지만 포퓰리즘에 입각해 한쪽을 지나치게 매도하거나 편드는 것도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요인이다. 공존의 가치를 실현할 때에만 비로소 ‘생태계의 평형’을 이룰 수 있다.

정치권도 하나의 상태계다. 서로 경쟁하면서 승리한 자가 권력의 기회를 잡는 곳이지만 동시에 여야가 건설적인 논쟁을 주고받으며 공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정치 생태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바로 국가와 국민이다.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정당의 이익에만 치우쳐 주장을 편다면 정치 생태계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영국의 작가 사이먼 시넥은 TED 강의 영상에서 성공하는 리더와 기업에는 한 가지 놀랄만한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 골자는, 평범한 사람과 평범한 기업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만드는지를 먼저 얘기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리더와 놀라운 성과를 올리는 기업은 자신들이 그 일을 ‘왜’하는지를 먼저 말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넥은 “왜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라(Start with Why)”고 열변을 토한다.

우리도 모두 ‘왜’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정치인, 기업인, 시민할 것 없이 인간 생태계를 구성하는 가치사슬마다 ‘무엇을’ 서둘러 하기에 앞서, 국가의 미래와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성찰을 먼저 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갑을관계에 대한 해법도 쉽게 얻을 수 있고, NLL·대화록 공방이 초래할 국론분열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번 망가진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다른 가치사슬과 상호작용하며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정치와 경제, 사회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다음 세대에 대한 우리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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