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토스가 인터넷銀 탈락한 진짜 이유

  • 등록 2019-05-29 오후 1:59:01

    수정 2019-05-29 오후 1:59:01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제3인터넷전문은행이 불발되면서 정부의 금융혁신 의지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금융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토스마저 탈락하자 심사를 맡은 금융당국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크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누가 인터넷은행 주인이 되려하겠느냐는 논리다. 시험으로 치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인과 과정을 돌이켜보면 토스가 준비 안된 수험생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먼저 인가신청을 코앞에 두고 신한금융지주와 결별한 것부터 그렇다. 신한은 토스 입장에서는 든든한 과외 선생이자 후원자였기 때문이다. 토스가 새 후원자를 잡은게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왔다. 신생인 토스가 은행의 도움 없이 무모한 도전을 하지 않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하지만 토스는 신한을 대체할 새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채 지분 60.8%를 책임져야 했다. 신한 없이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으나 결과적으로 스스로의 능력을 과대평가한 셈이 됐다.

심사과정에서도 반전의 기회를 놓쳤다. 토스뱅크의 최대 약점은 안정적 자본조달이다. 인터넷은행을 하려면 적어도 1조원은 필요한데 대주주는 지갑이 텅 비어있고 주요 투자자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벤처캐피탈(VC)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외부평가위원들이 자본 확충방안을 묻자 토스 측은 상환우선주로 자금을 끌어모으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상환우선주는 주식이지만 성격상 갚아야 할 부채에 가깝다. 빚을 내 은행을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승건 대표가 3년 내 흑자 전환을 자신하며 낙관론만 강조하자 평가단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변했다고 한다. 혁신이나 소비자 편의성 대신 적은 돈으로 수익 내는데만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에서다.

아끼던 자식이 시험에 한번 떨어졌다고 출제자를 비판하는 것은 현명한 대응방안은 아니다. 토스 입장에서는 아쉽겠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 왜 떨어졌는지 차분히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찾는다면 사업구조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기회다. 금융당국도 3분기쯤 다시 인가신청을 받겠다고 했다.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토스발 혁신의 정수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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